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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반려자의 편한 여생이 딸들보다 먼저였다

죽기 전 아내에게 전 재산 증여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반려자의 편한 여생이 딸들보다 먼저였다

반려자의 편한 여생이 딸들보다 먼저였다
아버지가 죽기 전 어머니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했다면,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자신들 몫을 요구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자식 몫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자녀 몫의 상속재산 유류분(遺留分)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2008년 A씨(69)는 남편과 사별한 지 2년 만에 두 딸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A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7년 전인 1999년경 전 재산인 9억 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이하 사건 부동산)을 증여받았는데, 뒤늦게 두 딸이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준 것은 부당하므로 법률이 정한 부분만큼은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민법은 상속인 자녀가 유산을 똑같이 나눠 받되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의 1.5배를 받도록 규정했다(민법 제1009조). 그러면서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자녀와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해 마음대로 주더라도 최소한 법정상속분의 절반은 보장해야 하는 유류분을 인정했다(제1112조). 피상속인은 아무리 미운 자식이나 배우자라도 최소한 법정상속분의 50%는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1심 법원은 딸들의 주장을 인정해 A씨에게 딸들 몫으로 실제로 인정되는 유류분보다 적은 9000만 원을 주라는 화해권고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패소한 뒤 항소했다. 법이 정한 대로 딸 1명의 유류분을 계산하면 약 1억2857만1428원[9억÷3.5(법정상속분)×0.5(유류분)]이다.

2심(항소심) 재판부도 A씨가 전 재산을 갖더라도 법정상속분의 50%(유류분)만큼은 자녀에게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남편이 부인에게 증여한 것은 상속재산을 미리 준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A씨 측이 2심 재판 과정에서 “(그런 식이라면 딸들이) 출생 이후 받은 혜택, 결혼 때 들어간 돈도 모두 상속재산을 미리 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사건 부동산이 전부 A씨 몫일 수 있으니 다시 계산해 자녀들의 유류분이 있는지를 판단하라며 사건을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일생의 반려자로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헌신하며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 양육을 해온 경우, 생전 증여는 배우자의 노력과 기여에 대한 보상이나 여생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민법에서는 공동상속인 가운데 기여분이 있는 경우, 이를 상속분에 반영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008조의 2). 대법원은 A씨가 남편인 피상속인의 반려자로서 가정공동체 생활을 하며 헌신하고, 사건 부동산의 재산을 획득하며 유지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한 남편 자신이 사망한 뒤에도 일생의 반려자였던 A씨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해 여생을 잘 지내게 하려고 A씨에게 사건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봤다. 그래서 사건 부동산을 전부 A씨 것이라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는 남편이 사망한 이후 상속인인 아내가 살아갈 여생에 대한 남편(피상속인)의 부양의무 이행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간동아 824호 (p47~47)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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