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3

2012.02.06

포퓰리즘 양잿물을 먹으시렵니까?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2-06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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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 양잿물을 먹으시렵니까?

    임중연 지음/ 세종미디어/ 216쪽/ 1만2000원

    ‘동아일보’ 2012년 1월 30일 월요일자 A6면 우측 상단 기사를 보자. “여야 간 복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년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선이 있던 해에 복지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중략) 올해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 정부 및 공기업의 부채는 789조3660원으로 1년 전보다 9.2% 증가해 정부 예산 총액(325조 원)의 2.4배에 달한다. 반면 조세부담률은 2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25위에 그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곳간은 비어가는데, 새로 들어올 돈은 많지 않다. 여기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선 ‘무상’ 공약을 쏟아낸다. 무상보육은 물론 무상급식,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천과 무상의료까지 공짜가 넘친다. 정책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더 달콤한 사탕을 주는지를 경쟁하는 ‘선심성 포퓰리즘 선거판’으로 바뀌고 있다.

    저자는 “선진국을 슬럼가로, 경제대국을 부채대국으로 전락시킨 주범이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쳤던 유럽 국가들을 봐라. 막중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고통스러운 복지 축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다.

    역대 정권의 포퓰리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저자는 숫자놀음으로 촉발한 외환위기에서부터 동네 공항으로 전락한 청주국제공항, 교육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된 ‘이해찬 세대’를 선심성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선거 때마다 지역 표를 얻으려고 추진했던 일이 바로 지방공항 건설이다. 시시때때로 공항을 짓다 보니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은 매년 적자에 허덕인다. 한 공항은 이용객보다 직원이 더 많을 정도다. 10조 원이나 투입할 예정이던 ‘국제허브공항’인 동남권(영남) 신공항도 큰 상처만 남긴 채 2011년 4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백지화했지만 아직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도 선심성 사업 후유증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전조사 없이 임기 중에 치적을 위해 지은 호화 청사와 운동 및 휴양시설 등은 찾는 사람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물을 활용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갉아먹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무상복지에 들어가는 재정은 1년에 최하 60조 원이 넘는다. 포퓰리스트들은 세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세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들이 정권을 잡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세금 항목은 복지가 아니라도 수천 가지에 이른다.”

    국민은 선거철마다 선심성 공약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자기가 사는 곳이 발전하고 자기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말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공짜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세금복지’다. 돈이 모라자면 세금을 더 거두거나 빚을 내서 메우고 그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긴다.

    “공짜 포퓰리즘은 양잿물과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양잿물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도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포퓰리즘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은 선거로 끝나지만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이어진다. 이제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누가 공약(空約)을 남발하는지 표로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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