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3

2012.02.06

한밤 ‘위산의 반란’에 악!

‘역류성 식도염’ 100명 중 5~6명…생활습관 개선해야 재발 막을 수 있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02-06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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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 ‘위산의 반란’에 악!

    과로와 스트레스는 역류성 식도염과 수면장애의 원인 중 하나다.

    성격 좋고 일 잘한다고 조직 내부에서 칭찬이 자자한 이한기(45) 부장. 하지만 근래 들어 그는 밤마다 잠과의 전쟁을 치른다. 잠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잠을 못 자서 탈이다. 밤만 되면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과 신물이 올라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일이 잦다. 폐에 이상이 있거나 무리한 골프가 원인인 듯해 방사선 촬영을 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혹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 탓인가 싶어 정신과를 찾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런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그는 종합병원 수면장애 클리닉을 찾았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각 과를 전전한 끝에 밝혀낸 원인은 의외였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거꾸로 올라와 발생하는 역류성 식도염. 가슴 통증의 원인도 바로 그것이었다.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 연말연시 폭음과 설날 스트레스의 후폭풍이 불면으로 귀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신년 초 올해 목표가 건강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불면을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불면은 몸의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증상이자 그 자체가 질환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자고나도 몸이 개운치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적은 시간을 자도 활기찬 사람이 있다. 바로 잠의 질, 숙면의 문제다. 따라서 불면도 그 원인 또는 원인질환만 확실히 규명한다면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문제는 숙면을 방해하고 불면의 밤을 초래하는 원인 또는 원인질환이 너무 다양하다는 데 있다. 심혈관계질환이 있거나 심한 코골이, 비만, 스트레스, 신장질환, 우울증이 모두 불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불면의 원인이 스트레스 혹은 과로 같은 일상적 이유 때문이겠지라며 방치하는 것이다.

    숙면 방해 힘겨운 불면의 밤

    만약 일주일 이상 수면장애가 이어지면서 가슴에 지속적인 통증이 있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조임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위로 넘어간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가슴 통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이때 음식물에 위산이 섞여 함께 올라와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소화기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이 불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을 갖겠지만 역류성 식도염의 각 증상이 밤에 잘 때 많이 일어나거나 심해지기 때문에 잠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불면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는 이가 의외로 많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32~55%는 수면장애를 호소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역류성 식도염과 수면장애는 복합적으로 상호 영향을 끼친다. 역류성 식도질환은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수면장애는 다시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슴의 일반적 통증이나 타는 듯한 느낌, 신물이 자주 올라오면서 수면장애가 있는 증상이 2~3주 이상 이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불면은 개인 처지에선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기업과 사회 처지에서 보면 생산성 악화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과 그로 인한 불면증 치료의 시작은 역시 조기진단이다. 위 내시경 검사 및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를 통해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해내는 것이 먼저다.

    우려스러운 점은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질환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수는 2006년 146만2000명에서 2010년 286만2000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8.3%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도 2006년 3082명에서 2010년 5852명으로 연평균 17.4% 증가했다. 2010년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를 4800만 명으로 가정할 경우, 국민 100명 중 5~6명이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는 셈.

    한밤 ‘위산의 반란’에 악!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낮에 졸음이 몰려 온다. 낮잠을 자면 밤잠을 못 자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32~55%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는 보고서로 미뤄본다면, 우리 국민 100명 중 2~3명은 역류성 식도염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추정 가능하다. 역류성 식도염과 그로 인한 불면증이 매우 흔한 질환이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0년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10만 명 중 40~60대 중·장년층의 비중이 큰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층에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많은 까닭은 신체 노화로 인한 기능 저하, 서구화한 식습관, 비만, 음주, 스트레스의 발생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경우 폐경에 따른 호르몬 분비의 변화도 원인 가운데 하나.

    역류성 식도염이 고약한 것은 약물로 치료한 후 재발이 너무 잦다는 점이다. 1년 내 재발률이 50~80%에 이른다. 따라서 이 질환을 확실하게 치료하고 싶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찾아서 없애거나 줄이는 것뿐이다.

    자가 진단·치료보다 전문의 찾아야

    먼저 스트레스나 흡연, 비만 같은 정신적·신체적 부담 요인을 줄여야 한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 조절은 건강관리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 지 오래다. 대입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 그리고 직장인까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스트레스로 직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마음을 좀 더 편히 갖고 하루 30분이라도 취미생활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기름기가 많은 야식을 피하는 것.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은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위산 분비를 자극해 음식물의 역류를 촉발한다. 소모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지방을 함유한 음식은 비만의 원인이 되지만 밤에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로서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라면 잠자리에 들 때 베개를 높이 베고 식후 2~3시간 안에는 눕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금연과 체중 관리에 신경 쓰고, 몸에 꽉 조이는 옷을 피하며, 과식을 삼가되 특히 술과 커피를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교정했는데도 증상이 이어진다면 전문의를 찾아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 상태에 맞게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중증도에 따라 다르지만, 4~8주면 80~95%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재발이 잦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박종재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눈에 띌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이 자가진단 및 자가 치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다는 데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한 번 걸리면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평소 예방을 위한 노력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 박종재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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