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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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 걸린 세계 경제 중국이 약손?

중국의 통 큰 소비에 각국서 기대감… 높은 저축률 - 사회안전망 부재로 씀씀이 제한적

  • 존 버텔슨 아시아센티널 편집장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입력2012-01-30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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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급성장과 거대한 소비시장 형성이 서구 경제를 위기에서 끌어내는 구원투수 구실을 할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에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 와중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 같은 전망을 쏟아냈다. 중국 소비자의 수요만 늘어난다면 현재의 혼돈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과연 그럴까. 중국 소비자의 성향과 중국 사회의 복잡한 속사정을 들여다본 영문계간지 ‘글로벌아시아’ 2011년 겨울호의 분석을 소개한다.

    서방 지도자 및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위기에 처한 세계 경제를 구원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3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하는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면서 차츰 수입을 늘려가고 있다. 유핑(Yu Ping)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부위원장은 2011년 11월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에서 “중국 5개년 계획의 초점이 수출입 균형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9월에는 종샨(Zhong Shan)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수입 소비재에 대한 세금을 낮추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산의 절반은 미국산?

    금융회사인 홍콩 CLSA의 중국거시경제 전문가 앤디 로스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의 미국산 제품 구매 비용이 지난 10년 사이 2배로 늘어났으며, 미국산 전자제품과 농산품 등의 대(對)중국 수출도 같은 기간 468%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의 소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엄청난 구조적 걸림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구당 저축률은 50%에 달한다. 보수적 가치관이 주된 이유지만, 사회안전망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연금제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건강보험제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교육도 문제가 많아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부모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대학은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부모가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다.



    소비자 또한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국내총생산에서 가구당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7%에 불과했다. 1990년 49%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의료를 포함한 가구당 소비가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한다.

    소비재 수입에 관한 통계 자체도 문제가 있다. 일리노이 주 피킨 지역에서 쥐덫을 만들어 중국 베이징에 내다 파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경제학자 갈리나 헤일과 바트 호빈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경제뉴스에서 애플 아이폰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09년 아이폰의 미국 소매가는 500달러였고, 중국에서의 생산가는 179달러였다. 그렇다면 179달러는 중국에서 발생한 비용이고, 나머지 321달러는 판매차익, 디자인 및 연구 등 미국에서 발생한 비용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조립하는 데 든 비용은 6.50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 172.50달러는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한 부품 제조비였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한 부품값 10.75달러도 포함된다. 두 경제학자는 “평균적으로 1달러짜리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중 55센트는 미국 내 서비스 비용”이라며 “이는 ‘Made in China’에 들어간 미국산 내용물이 55%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무적인 상황도 분명 있다. 중국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수입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9%, 11월에는 28.7% 증가했다. 수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철광석이나 원유, 비가공 구리 등 원자재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3위 수입국이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85%. 그중 제네럴 모터스(GM)가 업계 1위인데 2010년에는 미국 국내 시장판매고를 훌쩍 뛰어넘어 235만 대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중국 경제 열기가 식으면서 주춤하긴 했지만, 판매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GM의 2011년 3분기 판매량은 62만 대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폭스바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4500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채우고 있는데, 2000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서구식 식품과 소비재 선호 현상

    나이키와 아디다스 운동화는 연 20%의 판매 증가 추세를 보인다. 아이폰 판매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도 중국이다. 2010년 2분기 연 250%의 판매 증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55%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는 서구 제품을 애용하면서 중국 제품은 극단적으로 경계한다. 질이 떨어지는 데다 엄청난 위험도 따를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이하 맥킨지)와 시노베이트 글로벌 마켓 리서치(이하 시노베이트)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구식 식품과 기타 수입 소비재를 선호하는 까다로운 소비자 계층이 중국에서 늘어나고 있다. 시노베이트 보고서가 인용한 중국 관세통계에 따르면, 2011년 1~5월 중국의 식품 수출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2011년 말까지 중국이 미국의 최대 농산품 수출 시장으로 구실하며 수출 규모가 캐나다의 185억 달러를 넘어서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는 “중국인들이 소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수천 종류의 신제품과 서비스, 브랜드를 섭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가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데 브랜드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 소비자의 선(先)브랜드, 후 (後)가격 성향은 분명해 보인다.

    ‘중병’ 걸린 세계 경제 중국이 약손?

    중국 상하이 위위안 상가의 스타벅스.

    중국 소비자의 서구 식품 및 음료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먼저 수입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5월 현재 월마트는 중국 124개 도시에 338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이 70억 달러에 달한다. 2008년 멜라민 파동 이후 자국에서 생산한 식품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씻기지 않은 이유도 크다. 시노베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먹는 데 좀 더 돈을 쓰고 싶어 한다. 이왕이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먹으려 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값싼 국내 제품에서 수입 제품이나 자국의 고급 브랜드로 완전히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의 와인 소비 또한 대단하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사는 연 소득 1만6000달러 이상의 소비자 1800명을 대상으로 와인 제조국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80.7%가 프랑스를 택했고 이탈리아, 중국, 스페인, 호주, 독일이 그 뒤를 이었다. 마이닝거 와인 비즈니스 인터내셔널은 2011년 말까지 중국 와인 소비량이 70% 증가하고, 2012년에는 세계 8위의 와인 소비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와인 판매 증가세가 1∼2%에 그친 반면, 중국 내 와인 판매량은 연평균 20%의 증가세를 보였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비싼 제품 구매

    중국의 커피 수요 증가율 또한 연 15∼20%로 전 세계 평균 2%와 대조적이다. 1999년 중국에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현재 45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2015년까지 세 배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 남서부의 차 재배농가들은 커피 수요가 증가하자 재배 작물을 커피로 바꾸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더 많이, 더 자주, 더 비싼 물건을 사고자 하는 중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조사에서는 많은 소비자가 일부 품목의 소비가 늘어나면 다른 품목에서 소비를 줄이는 패턴을 보였던 반면, 2011년에는 이 같은 소비 균형이 깨진 모습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09년에 비해 2010년에 소비를 더 많이 한 중국인이 자신의 소비 증가에 대해 갖는 생각이다. 이들 중 절반이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35%는 동일 품목 안에서 더 비싼 물건을 샀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도 조사의 26%보다 증가한 수치다. 전반적으로 전년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소비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늘었다.

    시노베이트와 맥킨지가 발표한 수치들을 종합해봤을 때, 중국 소비자가 서방 경제를 구원할 희망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의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수출 활동을 진작하지는 못할 것이다. 2011년 9월까지 미국의 대(對)중 무역 적자는 약 21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2020억 달러보다 늘어났다. 2010년 2730억 달러 적자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야말로 넘기 힘든 언덕이다. 중국인의 소비 진작을 통해 세계 불균형을 해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참조: www.globalasia.org/V6N4_Winter_2011/ John_Berthelsen.html

    * ‘Global Asia’는 동아시아재단이 발간하는 국제문제 전문 계간 영문저널이다. ‘21세기 아시아가 열어가는 세계적 변화의 형성과정을 주목한다’는 기조 하에 아시아 지역 주요 현안에 관한 각국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의 공론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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