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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北, 강성대국 가는 길 ‘등’ 밝혔나

야간위성사진으로 본 2010년 북한 경제…불빛총량 전년비 30% 증가, ‘위기 탈출’ 가능성 시사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北, 강성대국 가는 길 ‘등’ 밝혔나

北, 강성대국 가는 길 ‘등’ 밝혔나

미국 해양대기청의 야간위성사진 1992년, 2000년, 2006년 합성본 중에서 한반도 일대를 확대한 모습. 불빛이 촘촘한 남한과 암흑에 가까운 북한의 대비가 확연하다.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북한 사회 내의 균열’에 주목해 분석할 경우 다른 차원의 논의가 가능하다.… 장기적인 경제위기로 북한 국가의 권위는 심각하게 훼손돼 있으며, 아사 위기의 일상화는 대다수 북한 주민이 언제라도 절망적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주민의 불만은 과거와 달리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직접적 형태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1월 9일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북한 위기 가능성’ 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관련해 경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력 엘리트 사이의 갈등이나 파워게임으로 인한 정치적 급변 못지않게 경제상황 악화가 불러올 민심이반이 도화선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평양이 공언해온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모토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민의 좌절이나 지도자에 대한 불만이 예기치 못한 수준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의미다.

불빛은 북한 경제 엿볼 중요 통로

돌이켜보면 2010년 무렵부터 정부 당국자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북한 체제 위기론’ 혹은 ‘북한 붕괴론’ 역시 경제사정 악화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정부가 5·24 제재조치를 통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제협력 사업 전체를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경제제재에 돌입하면서 북한 경제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 여기에 2009년 11월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부담이 훨씬 커졌다는 게 청와대나 안보부처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주간동아’는 최근 북한 경제상황과 체제 안정성에 관한 이러한 우려가 과연 충분한 근거를 가진 것인지 살펴볼 수 있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야간 위성사진 최신 분석 자료를 입수했다. NOAA의 인공위성이 지구촌 전역을 날마다 촬영한 사진을 연 단위로 합성해 매년 국가별로 집계하는 이들 불빛총량의 증감은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변화 추이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서구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통계가 사실상 전무한 북한의 경제상황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NOAA가 2011년 말 완료한 최신 분석결과에 따르면, 수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야간 불빛총량이 2010년 한 해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북한 경제상황이 2010년 이후 급반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NOAA 측이 분석했던 자료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추이가 나타난다. 1992년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서도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불빛총량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량기근 정점 시기인 1997년에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한다.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과 남북교류 증가,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이 이뤄지자, 2000년대 중반까지는 숫자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6년 가을의 첫 번째 핵실험 이후 남한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경제교류가 큰 타격을 입자, 2008년 들어 불빛총량은 다시 한 번 기록적인 하락세를 나타낸다. NOAA의 촬영작업이 시작된 1992년 이래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것. 이러한 흐름은 2009년 데이터에서도 개선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북한의 산업활동이 사회주의권 붕괴 직후나 대량기근 시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음을 시사하는 이들 데이터는 북한 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한 근거였다.

그러나 NOAA가 2011년 말 분석 작업을 완료한 2010년의 불빛총량 데이터는 처참했던 전년도 수치와 전혀 다른 성적을 보여준다. 2009년에 비해 무려 3분의 1 이상 증가한 것이다. NOAA 측이 이번 분석에서 척도를 변경한 탓에 절대수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2008년이나 2009년에 비해 경제상황이 크게 호전됐음은 의심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작업을 진행한 NOAA 연구팀은 ‘주간동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지역의 위도에 따라 촬영 각도가 달라져 실제 불빛총량과 사진 속 불빛 개수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오류 가능성을 수정해 최신기법을 적용한 분석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 북한의 경제상황은 불빛총량이 최고에 달했던 1995년의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회복돼, 1992년이나 2009년에 비해 1.3배 이상의 불빛을 자랑했다. 북한의 해당 데이터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폭으로 출렁이는 편이기는 해도 이렇듯 가파른 반전은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고난의 행군’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을 능가하는 수준이기 때문. 달리 말하면 이는 북한 경제가 2010년 들어 냉전 붕괴 이후 사상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9년까지의 데이터가 ‘북한 위기론’에 힘을 싣는 내용이었다면 새로 확인된 데이터는 2010년 들어 북한이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대중무역 급증과 대규모 토목사업

北, 강성대국 가는 길 ‘등’ 밝혔나

2010년 5월 북한 양강도 백암군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건설현장을 시찰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전소 관련 홍보책자로 보이는 문건을 펼쳐보고 있다.

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원인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요소로 2010년 북한의 대외무역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꼽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따르면 그해 북한 대외무역 총량은 전년에 비해 22.2% 증가했다. 그 상당 부분은 중국과의 무역이 30% 가까이 증가한 덕택으로, 그해 대중(對中)무역이 북한의 전체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80% 선을 넘어섰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감행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그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과 2010년 5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거쳐 양국이 경제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한 결과다.

그에 따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북한에 미친 영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재로 인해 교역량이 급감한 일본과 미주 지역의 경우 전체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애초부터 미미했기 때문에 눈에 띄는 파급을 낳지 못했고,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 지역과의 무역액은 큰 폭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2009년 11월의 화폐개혁 조치로 북한의 이른바 ‘장마당 경제’가 빠른 속도로 냉각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NOAA의 2010년 데이터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비공식 경제의 활성화 정도와 야간불빛총량의 상관관계가 별도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어떻든 북한 경제상황 전체에 치명상을 줄 정도의 후폭풍은 아니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올핸 북·중 더욱더 밀착할 것”

2012년 ‘강성대국의 해’와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 2009년부터 북한 당국이 벌여온 각종 경기부양 정책도 이러한 급반전을 가능케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양 류경호텔이나 양강도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건설 같은 대규모 전시성 토목공사. 한국 정부의 5·24 제재조치로 경화 수입이 부족해지자 무연탄이나 광물자원 같은 전략물자를 중국에 내다파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이 증가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앞서의 KOTRA 자료는 2010년 북한의 대중 수입액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수출액은 50% 가까이 늘어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 가지 덧붙여야 할 사실은 NOAA의 최신 데이터를 이렇게 분석하고 나면 앞으로도 북한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2011년에도 북한 경제의 대중국의존도는 여전히 높았고, 올해는 북한과 중국에서 모두 권력교체가 진행되는 만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져 협력기조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2012년은 두 나라 모두에 ‘결정적인 국면’이다. 오는 9월 무대에 오를 시진핑 체제도 대외관계에서 북한을 중시할 수밖에 없고, 권력의 조기안정이 필수적인 김정은 체제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두 나라의 무역 심화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양측 모두에 윈윈 게임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격한 단기 처방이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기초 체력을 감안하지 않은 경기부양으로 인해 더 큰 파국을 맞는 것은 아닌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는 앞으로도 NOAA 연구팀이 분석해낼 데이터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확인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급격히 증가한 불빛총량이 2011년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혹은 더욱 증가하는지, 거꾸로 감소하는지에 따라 경제변수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에 끼칠 영향 또한 함께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휴전선 너머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일’이 누구보다 중요한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NOAA의 야간위성사진과 데이터를 앞으로도 꾸준히 주목하고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821호 (p40~42)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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