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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가수 제의요? 저, 그 정도 실력 안 되거든요”

춤과 노래로 복고미인 매력 발산 남상미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가수 제의요? 저, 그 정도 실력 안 되거든요”

“가수 제의요? 저, 그 정도 실력 안 되거든요”
밑단이 넓은 나팔바지, 레드와 블루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체크 남방, 고데기로 멋을 낸 굵은 웨이브머리…. 2011년 11월 28일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1970,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빛과 그림자’는 쇼 비즈니스에 뛰어든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다. 춤과 노래, 패션, 역사적 사건들로 1960년대부터 50년 세월을 담아내는 것. 50부 대작으로 ‘히트메이커’인 ‘올인’의 최완규 작가와 ‘주몽’의 이주환 PD가 의기투합했다.

시청률로만 보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흥행 실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지켜온 ‘천일의 약속’이 종영한 데다, ‘빛과 그림자’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주인공 정혜 역의 배우 남상미(28)는 극중 경쟁상대인 가수 손담비 못지않은 춤과 노래 실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남상미가 맡은 배역은 고아 출신의 가수지망생으로 무명 생활 끝에 영화 출연 기회를 얻어 스타가 되는 정혜. 기태(안재욱 분)와 수혁(이필모 분)의 지독한 사랑을 받지만,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가시 돋친 삶을 살아간다.

“정혜는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오빠와 친구, 동생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밝고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따뜻한 친구예요. 연예계 사람들과 얽히면서 생각지 못했던 아픔과 슬픔, 시련을 겪지만 씩씩하게 이겨내고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해요.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 화려해질수록 더 큰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죠. 드라마 제목처럼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졌어요.”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긍정적이에요.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여릴 것 같지만 일할 때는 무척 적극적이에요.”



촬영장에서 그는 ‘해피 바이러스’로 통한다. 종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촬영장을 누벼 스태프들도 덩달아 콧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안재욱이 그런 그를 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질리도록 한 곡만 부르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말하곤 한다. 남상미의 변은 이렇다.

종일 콧노래 흥얼 촬영장의 ‘해피 바이러스’

“가수 제의요? 저, 그 정도 실력 안 되거든요”
“시놉시스에 나오진 않지만 어린 시절 정혜가 살던 고아원 근처에서 쇼가 자주 열렸을 테고, 공연을 본 정혜는 화려한 무대를 동경하면서 저들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는 꿈을 품었을 거예요. 그렇게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날마다 습관처럼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았을까요. 바로 저처럼요(웃음).”

▼ 노래 실력이 좋던데 가수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아직 없어요.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실력이 달려 못하죠.”

▼ 안무까지 소화하려면 힘들지 않은가요.

“1970년대 댄스는 요즘 댄스와 많이 다르잖아요. 더구나 춤은 그냥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느낌을 살려 리듬을 타야 하더라고요. 그게 여간 어렵지 않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안무를 익혀요. 시청자분들이 그 시대의 필(feel)이 충만한 노래나 춤을 기대하기보다 정혜 캐릭터에 맞는 노래와 춤을 감상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 시대물이라 당시 상황이 와 닿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나요.

“제작진이 시대 고증을 해주면 배우는 그냥 따라가면 돼요. 통행금지라든지 국기계양 같은 장면을 찍을 땐 마냥 신기했어요.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살기가 팍팍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색다른 경험을 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껴요.”

그는 고교시절 서울의 한 대학교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얼짱’으로 화제를 모은 게 인연이 돼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 학창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본 스타의 모습과 지금 가까이서 보고 겪는 스타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어렸을 땐 연예인을 제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이 세계에 들어와 보니 그들도 별다르지 않은 사람이더라고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다는 사실이에요. ‘빛과 그림자’가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굽슬굽슬한 단발머리에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꼭 1970년대 여배우 같다.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망울이 우아한 옷차림과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마치 ‘스타가 된 정혜’를 보는 듯하다.

▼ 내면 연기의 비중이 큰데, 부담스럽지 않은가요.

“내면 연기가 중요한 만큼 즐기려고 해요. 정혜는 본성이 밝은 아이인데 환경이 밝지 못해요. 밝은 겉모습과 어두운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라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 연기할 때 참고하는 작품이 있는지.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 ‘완령옥(The Actress)’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화려한 여배우의 삶을 그린 영화라 공감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최근에 다시 그 작품을 찾아보면서 저도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외롭고 고독한 여배우의 삶을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어요.”

▼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것 같아요.

“저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계기가 됐어요. 연기자로서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더 열정적으로 파고들게 돼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배우 남상미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두운 면에 치우치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모험이자 도전이기도 해서 흥미진진해요.”

▼ 만약 정혜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성공과 사랑 중 어느 쪽을 택할까요.

“사랑을 택할 거예요. 성공이라는 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거잖아요.”

그는 서울대 출신의 ‘엄친아’ 배우 이상윤(31)과 교제 중이다. 두 사람은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진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 남자친구가 모니터링을 해주나요.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해요. 같은 연기자로서 섬세하게 조언해주기보다 응원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주고 있죠. 그게 큰 힘이 돼요.”

▼ 50부작을 해내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어떻게 관리하나요.

“운동할 여유가 없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어요. 홍삼즙 같은…. 건강하려면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촬영장에서 웃고 떠들다 보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빛과 그림자’는 남상미와 안재욱, 이필모, 손담비, 전광렬이 중심축을 이루고 이종원, 안길강, 성지루, 김희원 등 연기파 배우가 든든히 받쳐준다. 여기에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낳은 스타 손진영과 그룹 ‘빅뱅’의 승리, 개그맨 류담이 가세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 흐름에 재미와 웃음을 더한다.

“만약 정혜 처지라면 전, 사랑 택해요”

“가수 제의요? 저, 그 정도 실력 안 되거든요”
▼ 배우들과 호흡은 잘 맞나요.

“연기 호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아요. 촬영장 분위기도 끝내주고요. 다 음악의 힘인 것 같아요. 슬픈 노래, 처진 음악을 계속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지만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저도 모르게 발랄해지더라고요. 촬영장에 있으면 배우들에게서 그 시대의 음악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와요. 현장이 리듬감으로 충만하죠. 매번 갈아입는 복고 의상도 현장 분위기를 띄우고요. 날마다 이벤트를 하는 기분이에요.”

▼ 손담비 씨와는 일과 사랑 모두에서 경쟁구도인데, 둘 사이는 어떤가요.

“손담비 씨가 언니예요. 실제로는 경쟁상대로 보거나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함께하는 모든 배우가 서로에게 그래요.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죠.”

‘빛과 그림자’는 시대물인 데다 쇼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터라 의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출연 배우 의상만 2000벌이 넘는데, 제작 기간도 5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한 벌당 평균 제작비 300만 원. 여배우 의상은 모두 이광희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부모님과 할머니가 참 좋아하세요. 칭찬에 인색한 분들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어요. 복고 패션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본인 생각은요.

“저 자신도 좀 놀랐어요. 생각보다 복고풍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해요.”

2011년 10월 시작된 촬영은 주로 경남 합천과 전남 순천의 특수 제작 세트에서 이뤄진다.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날도 적지 않다. 잠이 부족한 탓에 지방 곳곳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히려 잠을 잘 수 있는 망중한이라고 한다. 그는 어떤 모습의 배우를 꿈꾸고 있을까.

“인기엔 연연하지 않아요. 그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친구같이 편안하고 위안이 되는 그런 배우요.”



주간동아 820호 (p69~71)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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