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2012.01.02

현대 무용과 탱고로 만나는 에바 페론

뮤지컬 ‘에비타’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1-02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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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에비타’는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 음악은 1978년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이 초연되기 전부터 히트를 칠 만큼 호소력을 지녔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에비타’의 멜로디는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면서도 난해하지 않으며, 극의 흐름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낸다.

    내용은 실존 인물인 에바 페론(에비타는 그의 애칭)의 드라마틱하고 짧은 삶을 다룬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 29대 대통령인 후안 페론의 아내로, 페론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활동을 펼친 여인이다. 천한 신분 출시인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상경해 퍼스트레이디로 극적인 신분 상승을 이뤘으나 33세에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범상치 않은 신분 상승 내용을 다루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도 곁들였다는 점이다.

    에바 페론에 대한 평가는 성녀와 악녀로 양분된다. 그는 남편을 설득해 노동자의 처우를 최우선시하는 혁명정치를 선도했지만, 권력에 대항하는 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파시스트적 면모도 보였다. 그리고 에바 페론 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아르헨티나의 재정 상태를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체 게바라’를 통해 표현된다.

    체 게바라는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닌, 드라마 밖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관객에게 설명하는 사회자라 할 수 있다. 그는 에바 페론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체 게바라는 에바 페론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애증을 지닌 사람처럼 행동한다. 한마디로 개인이 아닌 역사에 대한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관객이 작품 줄거리와 인물에 전적으로 동화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에서는 2006년 11월 초연됐는데, 이번 버전은 연출, 무대, 음악 일부분이 초연 때와는 사뭇 다르다. 흐름이 끊어지거나 산만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줄거리보다 콘셉트 중심인 작품 성격을 강조하고 주제의식을 뚜렷이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다. ‘에비타’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춤인 탱고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문 댄서들이 현대무용과 탱고를 보여주며 쇼적인 즐거움도 선사한다. 다만 탱고가 어떤 부분에서는 극의 흐름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에서 에비타 역을 맡은 여주인공은 작품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 매력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를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본고장에서는 일레인 페이지, 엘레나 로저 같은 배우가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마돈나가 매력을 한껏 발휘했다. 2006년 국내 초연에서는 김선영과 배해선이 연기력 및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배우인 정선아와 리사가 에비타 역으로 열연 중이다. 임병근과 이지훈이 체 게바라 역에 더블캐스팅 돼 극을 이끌어가며, 후안 페론 역으로는 박상원과 박상진이 출연한다.

    ‘에비타’는 내용, 형식, 음악 측면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1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

    현대 무용과 탱고로 만나는 에바 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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