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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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이돌, 실소 터진 연기력

뮤지컬 ‘페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2-26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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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아이돌, 실소 터진 연기력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뭐 어떠냐. 잘하면 되지!” (뮤지컬 ‘에비타’ 이지나 연출)

    “아이돌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한 배역에 4, 5명씩 겹치기 캐스팅하는 것은 건강한 시스템이 아니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요즘 뮤지컬계의 ‘뜨거운 감자’는 아이돌 캐스팅이다. JYJ 준수, 소녀시대 제시카, 슈퍼주니어 규현, 빅뱅 승리, f(x) 루나 등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이 최근 뮤지컬 무대에 잇따라 섰다. 대부분 흥행했고 뮤지컬 관객 저변을 확대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작품성이 아닌 스타마케팅으로 승부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뉴욕 예술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뮤지컬 ‘페임’ 역시 ‘아이돌 캐스팅’을 주요 무기로 앞세웠다. 스타를 꿈꾸지만 허영심 많은 카르멘 역은 소녀시대 티파니, 천재적인 춤꾼이지만 규율을 거부하는 타이런 역은 슈퍼주니어 은혁, 연기에 미친 닉 역은 god 출신 손호영이 맡았다.

    캐스팅 발표 이후 ‘아이돌 캐스팅이긴 하지만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세 배우가 맡은 배역 모두가 각자 가진 재능, 이야기와 유사하기 때문. 슈퍼주니어 중에서도 소문난 춤꾼인 은혁은 춤출 때만큼은 타이런 역을 100% 소화했다. 특히 그가 발레 선생님 앞에서 힙합을 보여줄 때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티파니가 “빨리 스타가 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주제곡 ‘페임’을 부를 때 그 역시 본래의 도도하고 야심 있는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럼에도 뮤지컬 ‘페임’은 아이돌 배우 캐스팅의 단점을 모두 선보인 작품이다. 아이돌 배우들은 각 장면에서 돋보일지는 몰라도 앙상블과 하모니를 구현하지 못했다. 전문 배우가 아닐뿐더러 연습량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면별 연결성, 긴장감이 떨어졌다. 꿈을 찾아 LA로 갔다 모든 걸 잃은 카르멘이 부르는 슬픈 솔로곡은 전혀 폭발력이 없었고, 이 때문에 반전적인 결론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감정이 중요한 장면에서조차 미숙한 배우들 탓에 관객석에서 순간순간 실소가 터졌을 정도.

    또한 타이런의 재능보다 그와 발레 선생의 갈등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은 것 역시 안타깝다. 10대가 규율에 반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가 도대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 재능을 펼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기성 세대에 반항하는 모습만 보여주니 답답했고 공감할 수 없었다.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발표회 무대에서의 타이런 공연마저 조화가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가장 안타까운 이는 닉 역의 손호영이었는데 그는 연기, 노래, 춤 어느 하나 돋보이지 않았다. 아직 깜냥이 안 되는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하는 것은 연출의 직무 유기 아닐까.

    그럼에도 뮤지컬 ‘페임’은 10여 년 동안 16개국 400만 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파괴력 있는 콘텐츠다. 특히 2막 첫 번째 장면, 발표회를 앞두고 학생들이 어우러져 무아지경에서 춤과 연기를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진한 전율이 감돌았다. 1월 29일까지, 우리금융아트홀, 문의 02-4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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