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8

2011.12.26

무작정 암기하지 말고 지식을 분류 편집하라

우등생의 3가지 비법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1-12-26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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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암기하지 말고 지식을 분류 편집하라
    교실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지식 전수 공간이자, 사제지간에 유형무형의 지혜가 교차하는 곳이다. 학창시절에는 책과 교과서를 통해 세상 지식을 과목 및 분야별로 익힌다. 월말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를 통해 학습능력을 평가받는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시험공부를 피할 수 없다. 시험은 과도한 경쟁 유발이라는 단점도 지니지만, 학습 계기이자 성취 측정 도구로서 큰 구실을 한다. 즉, 시험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영원히 낙오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현재의 실력을 측정해 더욱 분발토록 격려하는 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시험을 잘 보려면 어떤 능력이 좋아야 할까. 단순한 암기력만으론 융합적 지식을 요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시험에 대처할 수 없다. 공부의 달인은 지식을 묶고 분류하고 압축하는 편집 능력이 남다르다. 공부도 편집력이 좌우한다.

    첫째,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학습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지문의 세세한 이해에 집중한다. 지문 이해에서 막히면 다른 지문으로 건너뛰지 못한 채 시험시간을 까먹는다. 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몇몇 단어가 낯설어도 전체 스토리와 핵심을 파악하는 데 치중한다. 긴 지문의 맥락을 잡아채면 문제 출제 의도가 보인다. 미미한 이해 부족은 무시하라. 영어든, 국어든, 사회탐구든 서너 개의 지문을 자료 스캔하듯 막힘없이 죽 읽어 내려가야 한다. 평소 수많은 텍스트를 빨리 읽고 빨리 파악하는 훈련이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많이 읽었던 학생의 내공이 시험을 장악한다. 문제의 전체 시스템을 먼저 알아채고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라. 문제의 주제를 간파한 후 본문, 도표, 예시를 분석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에도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문제의 스토리라인을 파악한 후 최적 계산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유사한 것을 묶어 세 가지로 분류하라. 분류는 지식의 출발이자 마지막이다. 분류만 잘해도 학습의 절반에 진입한 것이다. 복잡한 것은 분류라는 가닥으로 나눠야 단순해진다. 수십 가지 복잡다단한 가짓수도 유사한 속성이나 반복성으로 한데 묶어야 한다. 종류와 질이 다르면 따로 떼어낸다. 분류 자체도 단순 명쾌해야 한다. 분류는 압축과 요약으로 거듭나야 효율적이다. 평범한 사람은 분류가 서너 개 이상으로 많아지면 기억지 못한다. 세 가지로 분류한 다음 단일 항목 밑에 다시 세 가지로 나눈다. 한 서랍에는 세 가지만 보관하는 식이다. 조선 600년을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고 전기도 통치한 왕을 중심으로 셋으로 나누는 식이다. 한국 의회민주주의 한계점을 정리할 때 세 가지로 압축 요약하고 극복 방안도 셋 정도로 제시할 수 있다면 논술문제로 다가와도 든든해진다.

    셋째, 글로만 된 언어 정보는 시각화하라. 글은 독해를 전제로 일일이 읽어야 이해가 된다. 읽는 행위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림이나 사진은 한 방에 인식된다. 그래서 이미지에 담긴 정보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며 강력하다. 관련 이미지를 갖춘 글은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 세계사나 국사 과목의 핵심을 암기할 때 세계지도 또는 동북아 지도를 펼쳐놓고 공간적 지명과 함께 외우면 훨씬 기억을 강화할 수 있다. 고려와 조선왕조 왕의 계열도를 직접 작성하면서 제왕의 치적을 요약하라. 국가권력의 3권 분립 논리도 입체적 세력 견제도를 그려가면서 이해하라. 사람의 두뇌는 추상적 개념을 쉽게 잊는다. 여기에 구체적 시각 정보와 역사적 인물을 곁들인다면 입체영화처럼 생생해진다. 뇌는 비주얼 이미지에 굶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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