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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선해(船海) 전술’에 바다는 비명

서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서 ‘물고기 싹쓸이’… 해양 생태계 파괴에 식량 위기 부채질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중국 ‘선해(船海) 전술’에 바다는 비명

중국 ‘선해(船海) 전술’에 바다는 비명

2011년 11월 16일 전북 부안군 상왕등도 서쪽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단속에 나서자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의 선원들이 각목을 들고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2010년 6월 22일 인도네시아 나투나제도 해상. 인도네시아 해군 경비정과 중국 어선 10척이 대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한 척을 인도네시아 해군 경비정이 나포하자, 중국 어선이 무리지어 나타나 경비정을 에워쌌다. 어선의 연락을 받고 온 중국 어업감시선 두 척도 현장에 접근했다.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중국 어업 감시선은 “인도네시아의 EEZ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나포한 어선을 풀어주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는 경고방송을 했다. 10시간의 대치 끝에 인도네시아 경비정은 결국 중국 어선을 풀어줘야 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북서쪽과 남중국해 남부에 걸친 나투나제도 해역은 어족이 풍부해 ‘황금 어장’이라 부르는 곳이다. 이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연간 5000여 척.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1년 11월 19일 이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감행하는 것을 근절하려고 신형 해군함정 5척과 정찰기 1대를 투입했다.

영유권 분쟁의 수단으로 활용?

필리핀 팔라완 섬 인근 해역도 마찬가지다. 북서쪽으로 남중국해에 면한 팔라완 섬 인근은 필리핀에서 가장 좋은 어장이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골치를 썩고 있다. 필리핀 해군은 2011년 12월 4일 이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원 6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10월에만 불법조업 혐의로 필리핀 당국이 붙잡은 중국 어선이 25척이었다.

중국 어선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다른 나라의 영해나 EEZ에 침입해 불법조업을 벌이면서 이를 단속하는 국가의 공권력에 맞서 무력대응도 서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대만, 러시아 등 중국과 인접한 주변국은 물론, 사실상 바다에 면한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서해에선 한국의 EEZ를 제집 안방 드나들듯 하고, 동중국해에선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 이름 댜오위다오) 열도를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남중국해에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대만과 마찰을 빚고 있다. 남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아프리카, 지중해, 오호츠크해 등 오성홍기가 나부끼지 않는 바다가 없을 정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피해를 입은 국가는 혹시 중국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제기한다. 특히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와 일본은 중국이 군함 대신 어선을 보내 실질적으로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 어획량과 어선 및 어민 수는 이미 세계 1위다. 불법조업 역시 세계 1위. 중국 농업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010년 수산물 생산량(양식 포함)은 5373만t, 어선은 100만 척, 어업 종사자는 1400만 명이다. 중국 수산물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30%를 차지한 것이다. 추이리펑(崔利) 농업부 어업국 부국장은 “중국의 2010년 수산물 수출액은 138억 달러로 2002년 이후 9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최신 공식 통계(2008년)에 따르면, 중국 어획량은 1480만t으로 2위 페루(740만t), 3위 인도네시아(500만t), 4위 미국(430만t), 5위 일본(410만t)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렇듯 중국이 물고기를 많이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원래 돼지고기 같은 육류를 많이 소비하던 중국 국민의 식생활은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수산물 소비로 상당 부분 대체됐다. 수산물이 중산층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00년 29.4kg서 2008년 37.0kg로 늘어났다. 중국 국민이 지금보다 수산물을 20%만 더 먹어도 연간 1000만t이 더 필요한데, 이는 한국의 연간 수산물 생산량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입맛도 달라졌다. 중국 국민은 이제 과거에는 먹지 않았던 회, 참치, 연어, 오징어를 즐긴다. 상하이의 경우 1980년대 10곳도 안 되던 일본 음식점이 지금은 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고급호텔의 뷔페 코너에서도 연어와 참치, 회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2005년 1만t에 불과했던 참치 소비는 2010년 들어 중국 어선이 잡아온 6만2000t에 수입 물량 2만t을 합쳐 8만2000t으로 늘어났다. 참치 회나 훈제연어는 특히 돈 있는 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수산물인 킹크랩은 접대용으로 인기다. 수산물 값이 계속 오름세를 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수요가 늘고 값이 오르자 중국 어선은 앞다퉈 조업에 나서지만, 중국 연근해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이미 어장이 황폐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 어선은 다른 나라 해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고 불법조업까지 감행하게 된 것.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이 과거 엄청난 병력을 동원해 전쟁을 벌였듯, 중국 어선도 대규모 선단을 만들어 특정 해역의 물고기를 몽땅 포획하는 이른바 ‘선해(船海) 전술’을 편다.

아프리카 해역은 중국 어선의 천국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행정력이 약한 아프리카 해역은 중국 어선의 천국이다. 기니, 시에라리온, 가나,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국가의 해안에서는 중국 어선의 수가 하루 평균 300여 척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문제는 물고기 크기와 종류를 막론하고 저인망식 어획(trawling)으로 바다 깊숙한 곳의 치어마저 남김없이 잡아 올리는 이들의 조업방식이 아프리카 빈국의 식량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은 물론, 어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해양 생태계도 황폐화시킨다는 점이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창궐하는 이유 또한 중국 어선이 지역 주민의 주요 소득원이던 물고기의 씨를 말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FAO는 중국 등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가 입는 피해가 매년 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 나라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으려고 갖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1월부터 길이 12m 이상인 모든 어선에 대해 EU 해역에서 조업할 경우 위성 선박위치추적시스템(VMS)과 전자기록장치(ER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동남아 국가도 외국 불법조업 어선에 대해 무기를 사용함은 물론 높은 벌금도 부과하고 있다. 콩고는 프랑스의 상업 인공위성 업체와 제휴해 2월부터 원격감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스리랑카와 파푸아뉴기니 역시 인공위성을 통한 선박 감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심지어 시에라리온은 무장 세력에게 벌금의 50%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불법조업 단속을 위탁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의 수산물 소비가 증가할 것이 분명한 만큼 국제사회가 협력해 중국 어선의 남획과 불법조업에 적극 대처하는 공동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간동아 818호 (p52~53)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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