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8

2011.12.26

통합 감격 끝나자 계파 간 ‘아우성’

야권 연대 잠복된 ‘권력투쟁’ 벌써 시작, 공천이 가장 큰 뇌관

  • 전예현 내일신문 정치팀 기자 newslove@naeil.com

    입력2011-12-26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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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감격 끝나자 계파 간 ‘아우성’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합쳐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임시 지도부와 소속 의원 등이 2011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선거 흐름을 좌우한 주요 요인은 ‘야권 연대’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4당과 시민단체가 연대해 압승했고,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경기 성남시 분당을과 강원 등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 역전승을 거뒀다. ‘연대=승리’ 흐름을 타고 ‘진보적’ 야권은 크게 두 갈래로 재편됐다. 민주당이 중심이 된 ‘민주통합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합친 ‘통합진보당’이 그것이다. 목표로 했던 통합을 이뤄낸 두 정당 지도부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혁신과 통합’ 세력을 껴안아 덩치를 불린 민주통합당은 일단 ‘통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011년 12월 14일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민주통합당 정당 지지율은 34.1%로 한나라당 32.2%보다 앞섰다. 통합을 완료하기 전인 11월 당시 민주당 지지율 25.0%에 비해 9.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렇지만 통합 이후 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싶다. 급히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생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권력투쟁 등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 물리적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화학적 결합으로 감동을 주는 통합을 이루지 못한 야권은 여전히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멱살잡이’ 끝 어렵사리 성사

    통합 감격 끝나자 계파 간 ‘아우성’

    이해찬 민주통합당 한반도비대위원장(가운데)이 2011년 12월 20일 원혜영(왼쪽), 이용선(오른쪽) 공동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에서 한 차례 구태를 보였다. ‘여직원이 뺨을 맞는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보호하던 일부 측근이 ‘과격파’의 습격을 받아 목덜미를 긁히고 옆구리에 부상을 입었다. 각종 오물로 대회장을 더럽혀, 전당대회 참가자들은 물리적 악취와 심리적 모멸감에 시달렸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갑자기 한 지붕 아래 모인 세력 간의 갈등이다. 특히 당내외로 흩어졌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결집하면서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친노’의 핵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는 유력한 당권주자로 떠올랐고,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서 직후 한반도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부산 출마를 타진해 주목받았으며 ‘토크 정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독자 전당대회 도전을 준비하던 일부 민주당 출신 주자는 통합 과정에서 뒤바뀐 ‘전당대회 룰’ 때문에 출마를 아예 포기했다. 20여 명에 달하던 후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여기에 총선 공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으로 지역위원장의 영향력도 크게 축소됐다. 구(舊)민주계 출신 한 인사는 “배고픈 야당생활을 견디며 지역을 지켰는데, 결국 통합 열매는 친노 세력이 대부분 가져가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영남지역 한 원외지역위원장은 ‘조강지처’에 본인을 비유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 사람이 누구냐. 그런데 이제 와서 기득권 세력, 구세력이라고 비난받으니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개로 총선에 대한 큰 기대가 역으로 내부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만큼, 공천에서 이들이 충돌할 우려가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는데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계파의 힘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12년 19대 총선이야말로 최고의 기회’라는 생각에 최근 야권 출마 희망자가 급증하면서 아슬아슬한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난다. 올해 총선 관심지역인 부산의 경우 최근 일부 원로정치인이 막후에서 ‘지역구 양보’를 후보에게 권유해 큰 반발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인사는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한동안 잠적하더니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수도권과 호남 출신 전·현직 일부 의원은 계파에 ‘양다리’를 걸쳐 ‘공천연대’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서조차 ‘계파정치 부활’ ‘줄 서기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합을 추진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계파모임을 ‘짜장면 정치’에 빗대면서 당내 세력에게 한차례 경고한 바 있다.

    통합 효과는 후유증 극복에 달려

    한 정치 전문가는 “최근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켜 쇄신을 꾀하고, 친이(친이명박) 세력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해체하는 데 대해 야권이 긴장해야 한다”면서 “만일 민주통합당이 계파정치를 반복하고, 내부 분열 후유증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박근혜의 한나라당’에 국민의 관심을 다시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야권이 통합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올해 총선에서 거둘 ‘통합’ 결실의 크기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2% 부족한 통합진보당

    진보진영 결속 명문과 실리 얻었지만 아직 갈 길 멀어


    통합진보당은 이른바 ‘진보진영’의 결속으로 명분과 실리를 취했다. 합당 추진 주요 세력인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선명성에 국민참여당의 대중성을 얹었고, 유시민 대표는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의 한을 통합을 통해 풀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2% 부족한 미완의 통합’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민노당의 경우 본래 한 가족이던 진보신당과의 통합에는 결국 실패했다. 진보신당을 탈당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와 별개로, 진보신당에 남은 세력은 여전히 독자적으로 활동 중이다. 또 권영길 전 대표는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을 주장하며 이정희 대표와 한차례 선을 긋더니 갑자기 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버렸다. 권 전 대표가 우려한 대로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불발되면서 그의 불출마로 신인이 대거 나선 경남 창원을 지역구는 벌써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운동의 상징 지역인 창원을에서는 최근 구성된 ‘진보통합후보 공동발굴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경선을 통해 통합후보를 확정하려 했다. 그런데 압축한 3명의 후보 중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후보가 노동운동 시절부터 강력한 라이벌 관계여서 경선을 치를 경우 오히려 진보진영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위원회는 고민 끝에 2011년 12월 19일 밤 위원회 해산을 결정했다. 통합 불발 후유증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유시민 대표는 ‘노무현 정신’을 외치며 함께 활동했던 주요 ‘정치적 동지’를 잡지 못했다. 정찬용 전 노무현 대통령 인사수석과 국민참여당 창당 주요 세력인 임찬규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에 대해 “‘깨어 있는 시민’이 함께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가 모두 힘을 합치는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참여당을 탈당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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