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8

2011.12.26

요행은 한 번뿐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2-23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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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이번에 풋옵션 걸어놓았으면 대박이었겠는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2011년 12월 19일 한 증권사 PB가 기자에게 건넨 말입니다. 풋옵션은 미래의 일정 시점에 주식을 미리 약속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즉 주가가 하락할수록 가격은 오르는 구조죠.

    이날 증시에서 행사가격 220인 ‘코스피200 풋옵션 1월물’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이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낮 12시 직후 급락하면서, 장중 26만4000원(2.64)에서 180만 원(18.0)으로 급등했습니다. 만약 오전에 샀다가 팔았다면 단 몇 시간 만에 원금의 7배 가까이를 챙겼을 겁니다. 이렇듯 증권가에선 가끔씩 풋옵션으로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 이야기가 회자되고, 그들의 비상한 ‘지르기’에 개미들은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풋옵션이 비록 한 방을 터뜨리는 힘은 있지만, 모든 자산을 거기에 다 걸기(올인)하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풋옵션이 하락장에서는 이득을 보지만 상승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이죠. 물론 미국 9·11테러나 동일본대지진처럼, 증시에 메가톤급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사고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풋옵션에 다 걸기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전 세계에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요행히 한 번은 어떻게 맞췄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맞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요행은 한 번뿐
    기자의 지인은 전체 자산의 20%가량을 풋옵션에 투자합니다. 나머지 80%를 갖고 주식, 펀드, 예·적금, 연금저축 같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합니다. 그는 “만약 경기가 좋아 상승장이면 80%로 이득을 보고, 행여나 이번 김정일 사망처럼 돌발변수로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 20%의 풋옵션으로 위험을 헤지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요즘처럼 저성장·저금리가 본격화된 시점에선 금융상품 하나를 고를 때도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관리라는 큰 틀에서 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풋옵션 하나에 일확천금의 한탕 투자를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할 일이 아니라, 풋옵션을 자신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구성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현명한 길입니다. 한탕주의를 벗어 내리고 평정심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성공 투자의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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