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6

2011.12.12

우리 강용석 의원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2-09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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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입문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신문 만평에 나왔는지 라고 하네요… 저는 이번 고소 사건과 박원순 시장, 안철수 원장 비평으로 국민 마음에 상당히 각인된 듯합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11월 22일 블로그에 자신이 등장한 신문 만평 10여 건을 게재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모두 강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것을 조롱하거나 비판한 내용이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습니다. 고소의 아이콘 강 의원과 11월 18일 만났습니다(‘주간동아’ 814호 인터뷰 참고). 여론 폭격을 맞던 중에도 그는 의연했습니다. 오히려 자기 이름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기사, 블로그 방문자 수를 실시간 확인하는 것을 즐기는 듯했습니다. 그는 “정치인에게는 부고(訃告)를 제외한 모든 기사가 득이 된다”는 선배 정치인의 말을 옮겼습니다.

    작년 5월 성희롱 사건 이후 강 의원은 누구보다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불쾌한 사건일 텐데도 그는 당당했습니다. 오히려 “성희롱 사건 이전에 초선의원 강용석을 누가 알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최근 강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다음 총선 때 출마할 지역구인 서울 마포 을에서 4파전이 벌어질 것을 전망하며 “‘다대 다 선거’는 결국 인지도 싸움”이라고 말했습니다. “욕하면서도 익숙한 것을 찾는 게 인간 심리”라는 겁니다. 더불어 “나는 여느 국회의원보다 인지도가 높다”며 결국 선거에서 본인이 유리할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강 의원이 다음 선거에 나올 수 있을까요? 강 의원은 문제의 ‘아나운서 발언’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다음 총선에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당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분석한 결과 본인은 100% 무죄라는 겁니다. 오히려 “1, 2심 판사들이 여론에 휘둘려 대법원에 판결을 미뤘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리 강용석 의원님
    최효종 고소를 통해 강 의원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 모릅니다. 그는 ‘개그맨보다 웃긴 국회의원’으로 유명해졌고 “최효종이 집단모욕죄 무죄라면 나도 무죄”라는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에는 헌법보다 앞서는 ‘국민정서법’이 있습니다. 법정에서 그는 무죄일 수 있지만 국민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이 되기엔 너무 멀리 온 듯합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소한의 미덕은 부끄러움’이라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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