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2011.12.05

대한민국 전 세대를 덮친 ‘불안공포증’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12-05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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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전 세대를 덮친 ‘불안공포증’
    본격적으론 정년퇴직을 시작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으로 ‘58년 개띠’가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정년이 보통 55세라 2012년엔 퇴직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758만2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 취업자의 20%를 차지한다. 내년부터 대책 없는 은퇴자가 넘쳐나게 생겼다. 게다가 이들 중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그쳐 노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할 조짐이다. 이런 기류로 볼 때 시니어 혹은 실버 출판 시장이 뜰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은퇴자의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에 버금가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50대의 56.8%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박원순 43.1%)함으로써 안정지향적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반면 20~40대는 세대차 없이 박원순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살인적인 대학등록금과 취업 경쟁에 치이는 20대뿐 아니라, 가정을 이루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30~40대 역시 기성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음을 증명했다. 20대의 방황을 끝내면 안정된 직장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30대는 주택과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40대는 자녀교육과 노후문제 해결의 딜레마를 풀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독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책을 즐겨 읽을까. 최근 제목에 ‘서른’이나 ‘마흔’이 들어간 책의 유형을 살펴보면 상황을 점쳐볼 수 있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 흐름출판),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신정근, 21세기북스) 등 마흔에 동양 고전을 읽자고 주장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마흔 살의 철학’(가와기타 요시노리, 토네이도), ‘마흔이 내게 준 선물’(함영준, 위즈덤하우스), ‘마흔 살의 승부수’(오귀환 외, 페이퍼로드), ‘마흔 살의 책읽기’(유인창, 바다 출판사) 등 마흔을 인생 전환점이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혜와 삶의 전략을 소개하는 책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2006년에 나온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사이)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가 마흔 이후 30년을 인생의 제2 성장이 이뤄지는 단계로 본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에 비해 ‘서른, 같이 걸을까’(박민정, 스타북스), ‘힘내라 서른살’(김지연, 마음세상), ‘서른에서 멈추는 여자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아리카와 마유미, 웅진지식하우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김이율, 이덴슬리벨), ‘서른 살 면역력’(이병욱, 중앙M·B) 등 제목에 ‘서른’이 들어간 책은 무한 경쟁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일상화된 서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퍼런 절망의 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20대는 위로와 공감을 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의 김난도 어록을 비롯해 안철수, 박경철, 김어준 등의 어록에도 열광한다.

    대한민국 전 세대를 덮친 ‘불안공포증’
    최근 가계부채 이자만 50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런 현실에서는 ‘58년 개띠’만 노후가 막막한 것이 아니다. 20대는 인생 설계를 못 하고 있고, 30대는 불안에 떨며, 40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미래를 위한 대비를 서두른다. 고령 사회라고 하지만 40대에 청춘을 감지하고 ‘제2 인생’을 준비하려는 몸부림에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청춘의 ‘불안’이야 이해한다 해도, 모든 세대가 ‘불안’에 포로가 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불안 괴물’ 퇴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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