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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탕 아니다” 다시 뜨는 엔터주

신한류 바람 불면서 투자 열기 후끈…장기적 수익구조 창출엔 비관적 전망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한탕 아니다” 다시 뜨는 엔터주

“한탕 아니다” 다시 뜨는 엔터주

10월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SM타운 공연을 앞두고 많은 팬이 환호하고 있다.

11월 23일 증시의 관심은 560대 1의 뜨거운 청약 경쟁률을 보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코스닥 상장에 온통 집중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공모가(3만4000원)의 2배인 6만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더니 이틀 뒤인 25일에는 9만72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7만 원 후반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YG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으로 국내 ‘빅3’ 연예기획사(SM엔터테인먼트, JYP, YG)의 대결은 공연 및 음원시장을 넘어 주식시장으로 옮겨졌다.

제2 전성기 이끈 빅3 연예기획사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관련주(이하 엔터주)는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잡주’ 취급을 받았다. 특히 불투명한 회계와 불안정한 수익구조에 대한 비관적 시선이 팽배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무제표와 성장가능성을 엄밀히 분석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스타나 드라마의 인기에 기대 한탕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중·후반 생겨났던 많은 엔터주가 ‘올리브나인’처럼 상장 폐지되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몰락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신(新)한류, 특히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한 K-pop(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들 스타를 보유한 연예기획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K-pop이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넘어 미국, 유럽 같은 선진 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엔터주가 일약 가치주로 부상했다. 여기에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이 재빠르게 몰리면서 엔터주는 제2 전성기를 맞았다.

엔터주의 제2 전성기를 이끄는 것은 단연 빅3 연예기획사다. 이들은 K-pop의 핵심 콘텐츠를 직접 기획해 분명한 실적을 내고 있다. 박지나 현대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406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을 기록했다. YG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6%, 20% 증가한 447억 원과 96억 원이었다.



하지만 엔터주가 단순한 테마주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가치주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호전된 실적을 감안한다 해도 지금의 투자 열기는 과도한 심리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심리에 의존한 투자는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회계가 투명해졌고 수익 구조가 창출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수익모델이 지속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타 외에 뚜렷한 자산이 없고 음악이나 콘텐츠 유통보다 일회성 광고출연료 등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오늘날 연예기획사가 처한 현실이다. 물론 빅3 관계자나 엔터주 애널리스트는 엔터주가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근거로 해외 로열티를 든다. 한국보다 음반 시장 규모가 25배나 큰 일본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음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그대로 국내 연예기획사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pop 스타는 대부분 현지 연예기획사나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다. 한류가 인기 있는 다른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도 일본 연예기획사의 도움을 받는다. 이들이 스타 발굴에서부터 음반유통까지 사실상 장악했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종사자는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가 아시아 시장을 거머쥔 상황에서 해외 실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해외 진출 큰 수익 못 내

“한탕 아니다” 다시 뜨는 엔터주

7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오른쪽)는 에이벡스와 합작 레이블 ‘YGEX’를 설립했다.

“현지에 인맥이 전혀 없는 한국 연예기획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설령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큰 인기를 얻고 수익을 올린다 해도 수익 대부분을 일본 연예기획사나 매니지먼트사가 가져간다. 한국 기획사의 지분은 한 자릿수도 안 된다.”

일례로 동남아시아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아이돌그룹이 홍콩에서 공연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공연 스케줄을 짜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팬미팅 등 모든 일정을 한국 연예기획사가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에이벡스(AVEX) 같은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의 대만지부에서 날아와 모든 것을 총괄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연예기획사가 지분 배분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해외 로열티 가운데 90%가 일본에서 창출되는 상황에서 자칫 한류 바람이 사그라질 경우 전체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 유럽, 미국 등에서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구체적인 실적이 나오려면 최소 3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얘기다. 더군다나 언론에서 신한류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현지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류 진원지라는 일본에선 1980년대 홍콩영화로 대변되는 항류, 1990년대 초반 일류를 거쳐 90년 후반부터 한류가 불었다. 지금은 한류 못지않게 대류(대만)와 화류(대만과 중국 포함한 중화권)가 거세다. 엄밀히 말하면 한류가 화류와 경쟁하는 구도다.”

또한 연예기획사가 가진 태생적 한계도 여전하다. 연예기획사가 상장할 때 항상 논란이 됐던 부분이 특정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빅3가 이수만(SM), 박진영(JYP), 양현석(YG)이라는 1인 천재에 의해 사실상 만들어졌고, 상장 이후에도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 소장은 “한 명의 천재적 리더가 끌고 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주식회사로 변화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한탕 아니다” 다시 뜨는 엔터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왼쪽)과 박진영 JYP 대표.

“만약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이 자리에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봐라. 스티브 잡스가 병가로 회사를 비울 때마다 애플 주가가 널뛰기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의 돌출 행동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연예인 리스크’까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아이돌스타가 대중의 자본을 끌어모을 만큼 안정적인 비즈니스인지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엔터주의 증시 상장이 자칫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배용준 등 소수의 연예인 주식부자만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양현석 YG 대표프로듀서(178만4777주, 35.8%)는 상장 첫날 1400억 원대 주식부자로 등극했고, 그의 동생 양민석 YG대표(36만2007주, 9.68%)도 284억여 원의 주식을 보유한 거부가 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과거의 엔터주와 달리, YG는 정상 절차를 밟아 시장에 들어온 만큼 기존의 엔터주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양민석 YG대표 역시 “상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럼에도 엔터주가 ‘잡주’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대박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실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815호 (p34~35)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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