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4

2011.11.28

브랜드 이미지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라

묶고 섞어 융합하라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1-11-28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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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이미지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라
    최근 ‘티핑포인트’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스티브 잡스의 위대성은 발명이 아닌 편집(editing)에 있다고 평가했다. 글래드웰은 잡스의 진정한 천재성이 디자인이나 비전보다는 개량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력에서 비롯한다고 본 것이다. 편집력은 융합 능력이다. 우리는 융합의 시대에 산다. 요즘 융합의 의미는 공학적 측면보다 사회적 메시지로 더욱 강력해졌다. 융합은 ‘서로 다른 성질이나 현상이 결합해 새로운 물질 또는 현상으로 거듭남’을 뜻한다. 융합은 학문 간 통섭, 기술적 컨버전스, 장르적 퓨전 등과 궤를 같이한다.

    국제선 비행기의 주 기내식으로 뜬 비빔밥은 융합의 본질을 가장 명쾌하게 말해준다. 마이클 잭슨은 유명한 비빔밥 애호가였다. 밥, 무생채, 호박나물, 버섯볶음, 당근볶음, 고사리나물, 콩나물을 한 그릇에 담아 고추장을 넣어 비빈 뒤 김가루나 참기름을 얹으면 형언할 수 없는 맛이 나온다. 개성 있는 여러 식자재가 고추장과 참기름이라는 묘한 양념을 만나 뜨거운 돌솥에서 섞일 때 한식 대표작이 태어난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고성능 휴대전화기의 명칭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 카메라, 녹음기, 전자수첩, MP3플레이어, 전자책, 시계, 사전, 라디오, TV, PDF신문, 번역기 등 무궁무진한 기능을 합쳐 놓았다. 모바일 시대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집약했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대화 도구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대응한다. 이 때문에 재래식 정치인은 몰락하고 트위터리언이 급부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왜 융합의 시대인가.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엔 유용한 기술과 첨단 성능이 주목 대상이었다. 기술 집약체인 ‘하이테크’의 매력이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 한국 제품은 세계인에게 뛰어난 정보기술(IT)로만 인식된다. 융합적 인간 감성이 빠졌기 때문이다. 21세기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에 의해 좌우된다. 스토리텔링 파워를 가진 명품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제품과 소비자의 공감대, 사용자의 감성적 만족도가 제품 선택의 결정적 요소가 됐다. 앞선 기술 자체만으론 부족하다. 센시빌리티(Sensibility), 스타일(Style), 스토리(Story) 즉 3S를 담은 ‘하이터치’ 제품이어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자동차는 인간이 공간 이동을 할 때 가장 많이 의지하는 도구다. 기술력이 뛰어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게 결점이다. 벤츠나 BMW 같은 품격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프라다와 공동으로 2년간 디자인 개발을 진행해 ‘제네시스 프라다’를 올해 5월에 내놓았다. 프라다가 19인치 휠을 직접 디자인했고, 실내공간은 프라다 고유 스타일 가죽을 적용해 명품만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배어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해외시장에 2000대만 한정 판매한다는 희소성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도 봤다. 이젠 첨단 자동차도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융합해야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세계적 경영석학 톰 피터스는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고, 클럽메드는 휴가를 팔지 않고, 기네스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갈파했다. 미국 모터사이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은 2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거친 사운드를 통해 서부개척 시대를 달리던 말발굽 소리, 거친 숨을 내쉬는 심장 박동 소리를 팔았다는 것이다. 즉 미국 ‘서부 문화’를 판매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고급스럽고 지적인 공간, 클럽메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여유로움, 기네스는 아일랜드 공동체의 경험을 팔았다.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한국,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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