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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난망 사업은 ‘10년 잡음망’

최종 결정 앞두고 테트라 밀어붙이기 논란…올해 안 결정 어려워지자 업무 이관도 검토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재난망 사업은 ‘10년 잡음망’

재난망 사업은 ‘10년 잡음망’

재난 관련 정부부처의 통신망을 통합해 효율적인 재난 관리 업무를 수행하자는 것이 사업 취지다.

서울시내 종로 한가운데 위치한 주유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화염에 휩싸인 주유소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옆 건물로 빠르게 번진다. 즉각 경찰, 군, 의료기관, 소방서 등이 앞다퉈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러자 중앙 지휘부에서 각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고 현장을 지휘할 필요성이 생긴다. 무전으로 이들에게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무선통신망이 제각각이다. 경찰 통제하에 민간인 진입을 막고 소방관이 불을 꺼야 하는데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중앙 지휘부가 이런 내용을 서로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재난 발생 시 효율적 대응 지지부진

관련 정부부처의 통신망을 통합해 재난 발생 시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 사업이다. 현재 국내에선 아이덴(iDEN)을 구축한 기관(해양경찰청), 테트라(TETRA)를 구축한 기관(경찰청), 와이브로(WiBro)를 구축한 기관(공군 시범 사업) 등이 있다.

재난망 구축 사업은 갖은 우여곡절 끝에 10년 가까이 표류했다. 하지만 올해 초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통신기술방식 공고를 내면서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시 제안서를 접수한 업체는 5곳이었다. 아이덴 기술방식의 KT파워텔, 테트라 방식의 KT네트웍스와 리노스, 와이브로 방식의 KT, 그리고 와이브로와 테트라, WCDMA를 혼합한 방식의 SKT였다.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구축기획단(이하 기획단)의 의뢰를 받아 실질적인 기술 검증을 맡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테트라와 와이브로를 최적 기술로 추천했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2012년까지 표준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어서, 현시점에서 재난망 기술 방식으로 적합한지를 검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테트라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테트라가 유력한 방식으로 떠오르자 업계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먼저 평가 기준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아이덴 방식으로 참여한 KT파워텔은 “NIA가 행안부 최초 공고와 달리 평가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기획단이 공시한 공고문에는 ‘단말기 상호 간 직접 통화 또는 단말기 중계 등을 통해 가능토록 하는 기능’이라고 돼 있다. 당시 행안부에 문의한 결과 둘 중 하나만 만족하면 통과된다고 했다. 4월 13일 질의응답 시에도 확인했다. 그런데 NIA는 이들을 각각 별도의 항목으로 처리해 단말기 중계 기능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합격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NIA 측에선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나성욱 NIA 수석연구원은 “6월 20일 공개토론 자리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술평가위원회에서 심의를 마친 뒤 6월 29일 업체들에 다시 한 번 설명할 때도 단말기 중계 기능이 필수항목이라고 알렸다. 이때 업체에서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둘째, 테트라 방식을 이용할 경우 기존 통신망이 아닌 새로운 망을 깔아 자가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엄청난 투자비가 든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NIA 재난안전통신망 기술검증 공개토론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테트라 자가망을 구축할 경우 구축비용 4982억 원, 재투자비 1794억 원, 운영비용 2248억 원 등 총 9025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기존 통신망을 연동해 사용하는 아이덴 방식은 상용망 이용료 4952억 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단위의 예산을 들여 테트라 자가망을 만들 경우 재난이 없는 평소에는 놀려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기획단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평상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제 기획단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법적으로 경찰 또는 재해구조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치안 유지나 긴급한 재해구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재난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용도제한을 받게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렇듯 자가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국회입법조사처와 정치권이 대안을 제시했다. 모든 기관을 총괄하는 새로운 재난망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깔린 망을 연동해 사용한다면 안정성뿐 아니라, 예산 절감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진영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다.

재난망 사업은 ‘10년 잡음망’
자가망 vs 상용망 여전히 논쟁 중

“만약 행안부가 말한 대로 재난망을 테트라 자가망 하나로만 구축한다면 자연재해 등으로 해당 통신망이 두절될 경우 대안이 없다. 테트라, 아이덴, 와이브로 등을 연동해 다양한 백업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런 대안에 대해 기획단과 NIA는 부정적이다. 2003년 말 통합 지휘망을 구축하려는 기본 취지가 상용망과는 별도로 재난 시 관련 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자가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는 것. 정상봉 기획단 단장은 “재난안전망은 기간망의 성격을 지닌다. 상용망이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일반 통신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의 설명이다.

“상용망은 보편성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반면 재난안전망은 재난 시 현장에서 응급구조를 하는 대원들이 다른 어떤 통화보다 우선 시하고, 지휘자가 현장지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상용망을 이용하면 트래픽 문제가 발생하고 보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난망 기술방식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기획단은 올해 안에 최종 기술방식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정 단장은 “이제 기술·기능검증을 완료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에서 국무총리실로의 업무 이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재난망 구축사업을 주도하다 보니 정부기관 사이 이견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난망 사업이 다시 한번 중대 기로에 놓이면서, 향후 사업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TIP 용어해설
테트라(TETRA) : TErrestrial Trunked Radio. 1995년 유럽전기통신표준위원회(ETSI)에 의해 첫 국제 표준화가 이루어진 TRS 방식의 무선통신기술. TRS 통신방식 중 안전성, 재난 대응성이 우수하고 기존 시스템 활용 가능 성과 주파수 효율성 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됨.

아이덴(iDEN) : Integrated Digital Enhanced Network. 1994년 미국 모토로라의 주도로 개발된 무선통신기술. 상용망으로 설계돼 안정성이 뛰어나며, 재해재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수 있는 TRS 방식의 무선통신기술이다.




주간동아 813호 (p42~43)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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