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2011.11.21

“케이팝 이어 ‘K-콘텐츠’ 세계인에 확실히 通한다”

글로벌 펀드 운용 소빅창업투자 박현태 대표 “영화와드라마제작투자, 경쟁력높일것”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11-21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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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 이어 ‘K-콘텐츠’ 세계인에 확실히 通한다”
    국내 최대 글로벌 콘텐츠 펀드인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이 11월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결성총회를 가졌다. 운용액 1236억 원 규모의 이 펀드는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국내외 문화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 사용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모태펀드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400억 원을 출자했고 채널A와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CJ E·M과 MBN 등이 함께 출자했다. 펀드 운용을 맡은 소빅창업투자㈜(이하 소빅창투)도 투자했다.

    박현태 소빅창투 대표는 “1970, 80년대에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를 이뤄 삼성과 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듯, 이제는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무대에서 승부해야 할 시점”이라며 “글로벌 펀드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 구실을 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소빅창투는 올해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최종병기 활’과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 투자한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회사다. 2008년 개봉한 ‘과속스캔들’에 투자해 371%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박 대표는 ‘영화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1월 15일 오후 서울 방배동 소빅창투 사무실에서 박대표를 만나 글로벌 펀드 조성 의미와 향후 운용계획을 들어봤다.

    할리우드에서도 성공 가능성 높이 평가



    ▼ 콘텐츠 펀드로는 이번에 조성된 글로벌 펀드가 국내 최대 규모라던데.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펀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수십억 원에서 많아 봐야 100억 원대였다. 운용액 1000억 원을 넘겼으니 콘텐츠 펀드로는 국내 최대다. 펀딩 목표액 1000억 원을 훌쩍 넘겨 1236억 원을 유치했다. 목표를 125% 초과 달성한 셈이다.”

    ▼ 펀딩 성공 비결을 뭐라고 보나.

    “글로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투자자 구성에서 글로벌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급 제작사인 ‘루트원(ROUTE ONE) 필름’이 2000만 달러(약 226억 원)를 출자했다. 또 국내 투자자도 당초 약정 금액보다 출자 금액을 높였다.”

    ▼ 미국 제작사로부터 출자 받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7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것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오랫동안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

    글로벌 콘텐츠 펀드 운용사로 소빅창투가 선정된 7월 중순, 루트원 필름이 제작한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는 현지에서 개봉 직후 흥행순위 1,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소빅창투가투자한 영화 ‘최종병기 활’ 역시 비슷한 시점에 국내에서 개봉해 대박을 터뜨렸다.

    ▼ 미국 제작사가 한국 펀드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닌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에는 우리나라 창투사가 미국 콘텐츠 제작자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미국 내 자본이 충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언제 어떻게 투자가 이뤄질지 모를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 제작사가 먼저 우리나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과 같다. 할리우드 메이저급 제작사인 루트원 필름이 투자한 것은 우리의 성공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 까닭이다.”

    ▼ 글로벌 펀드 운용 계획은 어떻게 되나.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많게는 100억 원까지 규모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영화를 예로 들면, 해외 대형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할 수도 있고, 국내 제작사가 만든 작품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수 있다. 또 투자 규모가 커지면 해외 제작사가 만드는 작품의 촬영무대를 우리나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는데, 아시아권에서 촬영할 계획이라면 제주도에서 하도록 할 수도 있다.”

    ▼ 주로 어느 분야에 투자할 계획인가.

    “영화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주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은 이미 세계 수준급이다. 다만 기획력과 배급 측면에서 열세인데, 외국 유명 제작사와 공동 제작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또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 게임과 드라마 제작에도 투자를 적극 검토할 것이다.”

    ▼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있을 텐데.

    “임창정과 김규리가 주연한 영화 ‘사랑이 무서워’는 50% 정도 손실을 봤다. 첫째는 홍보가 부족해 관객이 영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웃음코드가 변한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시나리오 심사 역은 나이를 먹어가는데, 영화 주요 관객은 여전히 10대나 20대다. 그러다 보니 웃음코드나 코미디코드가 바뀐 것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영화계에서는 5년 단위로 트렌드가 바뀐다고 할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케이팝 이어 ‘K-콘텐츠’ 세계인에 확실히 通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 ‘과속스캔들’, ‘마당을 나온 암탉’ (왼쪽부터).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성공

    ▼ 예상과 달리 의외로 흥행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나.

    “영화 ‘도가니’가 있다. ‘도가니’는 애초에 우리가 메인 투자자로 나서려던 영화다. 그런데 내가 영화 내용이 너무 어두워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그래서 메인 투자를 반대했다. 결국 (소빅창투는) 서브 투자에 그쳤는데, 영화는 성공을 거뒀다.”

    ▼ 옛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디지털 영상 콘텐츠 진흥을 위해 조성한 500억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다 손실을 낸 경험도 있던데.

    “나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나 보다(웃음). 손실을 낸 것에 대해서는 운용 책임자로서 할 말이 없다. 2002년에 온라인게임에 투자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당시 펀드 운용에는 제약이 많아 투자 심사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 제안이 번번이 좌절됐다. 일례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니까 디지털 펀드 특성에도 잘 맞아 투자하려고 심사위원을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결국 투자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 정도만 해두자. 어쨌든 펀드 운용 손실이 난 것에 대해서는 내 책임이 크니까.”

    ▼ 박 대표의 투자 원칙은 뭔가.

    “영화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 꼽으라면 시나리오, 감독과 스태프 같은 제작진, 그리고 배우를 꼽는다. 이 세 요소가 황금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 소빅창투가 투자한 영화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온 비결은 뭔가.

    “10년 넘게 투자해오면서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쌓았다. 성공 요인과 실패 원인을 따져 다음 투자 때 참고한다. 또 의외의 성공을 거뒀을 때는 그 이유를 분석한다. 이런 DB 튜닝을 거쳐 다음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 같다.”

    ▼ 글로벌 펀드의 성공을 낙관하나.

    “창투사를 설립하기 전에 대우증권에서 10년간 일했다. 주식투자를 해보면 투자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투자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돈을 잃게 된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기회다. 아시아에서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전 세계로 확대되지 않았는가. 또 최근에는 케이팝(K- pop)이 한국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글로벌 펀드는 영화와 게임,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제작하는 데 운영 목표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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