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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베이징올림픽 한국과 일본 경기서 모티프 얻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박혜경 기자 yaming@donga.com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은 현역 감독 시절 이렇게 말했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야구감독은 한 나라의 대통령과도 같다.”

미국에서 야구감독은 남자가 꼭 해봐야 할 직업으로 꼽힌다. 잠수함 함장 , 매거진 편집장,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모두 때로는 독재자처럼 스태프를 수족 부리듯 다뤄야 하고, 때로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팀원을 다독이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야구감독은 경영자를 적지 않게 닮았다. 고독한 결단으로 미래를 밝히는가 하면, 아집으로 조직을 진창으로 내몰기도 한다. 숫자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질타받고 쫓겨난다.

경영학 태두 피터 드러커(1909~2005)의 이론을 야구에 접목한 소설이자 경영서인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하 ‘모시도라’)이 한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정주부,학생, 봉급생활자가 경영학과 야구를 접목한 이 소설에 매료된 까닭은 뭘까.

소설의 일본어 제목 ‘모시도라’는 ‘만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시(もし)’와 드러커의 일본식 발음인 ‘도라(ドラ)’를 따서 만든 조어. 고도성장기가 추억으로 남은 일본에서 이 책은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1Q84’를 뛰어넘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스토리는 단출하다. 만년 하위 고교야구부의 매니저를 맡은 여고생 미나미가 우연히 피터 드러커의 책 ‘매니지먼트’를 읽는다. 그러곤 드러커식 경영이론을 야구에 접목해 팀을 혁신한다는 게 줄거리다. ‘모시도라’의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를 인터뷰했다.

▼ 한국에선 당신 소설이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보다 많이 팔렸다고 해 화제다. 첫 소설인데 하루키의 그것보다 주목받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하루키는 내가 존경하는 현대 작가 중 한 명이다. 하루키 외의 작가가 쓴 현대소설은 별로 읽은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한다. 대단한 작가다. ‘IQ84’보다 ‘모시도라’가 많이 팔린 것은 소설보다 경영서를 즐겨 읽는 독자가 이 책을 구입한 덕이 아닌가 싶다.”

▼ 소설을 쓰기 전 이력이 이채롭다. 도쿄예술대 건축학과를 나와 전공과는 무관한 길을 걸었다. 걸그룹을 프로듀싱했고 게임, 웹코딩 회사를 다녔다.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어릴 적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연예기획사에서 일할 때 사장인 아키모토 야스시(유명 작사가 겸 방송작가)로부터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기획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드러커가 쓴 경영서 ‘매니지먼트’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그 책에 나오는 매니저와 비슷한 인물이 주인공 노릇을 하는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매니저는 감독을 의미하지만, 일본에서는 스코어를 기록하거나 뒷정리를 하는 ‘고교야구부의 여학생 매니저’가 먼저 떠오른다. 여학생 매니저가 자신이 하는 일이 감독 소임과 같다고 착각해 드러커의 책에 적힌 대로 야구단을 운영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착상을 했다. 구상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를 본 출판사에서 소설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모시도라’다.”

#처음부터 대박 날 것으로 예감

▼ 일본에서 지금껏(9월 현재) 270만 부가 팔렸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밀리언셀러가 될 줄 예상했는가.

“이렇게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박 날 것을 예감했다. 베스트셀러가 되게끔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해서 쓴 덕분이다. 나는 오랜 기간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생각해왔다. 걸그룹 프로듀싱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인기그룹이 될지, 웹코딩 회사에 다닐 때는 어떻게 하면 히트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어떻게 하면 독자가 이 책을 살까 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일은 다른 분야지만 공통점을 지닌다. 어떻게 하면 히트작을 만들 수 있을지를 궁리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모시도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전략을 세워 쓴 소설이다.”

▼ 진지한 드러커 경영학을 내세운 책인데, 표지는 일러스트가 들어간 ‘소품 소설’풍이다. 파격적 표지와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표지, 제목이 모두 나의 아이디어다. 처음에는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사에서 내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일본에서는 ‘라이트 노벨’(가벼운 소설)의 인기가 대단하다. 드러커는‘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사상가지만, 그의 책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라이트 노벨 풍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또한 제목에서 내용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독자에게 어필하리라고 생각했다.”

▼ 일본에서 ‘모시도라’를 사는 독자 중 절반이 여성이어서 출판사가 놀랐다는 말을 들었다. 여성 독자가 이 책에 빠진 이유가 뭐라고 보나.

“첫째는 이 책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 그것도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여성을 그렸다는 점이 여성 독자에게 인기를 끈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을 남성 시각이 아니라, 여성 시각에서 묘사한 게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드러커 ‘매니지먼트’는 변치 않는 수작

▼ 책에서 ‘보내기 번트’와 ‘타자로 하여금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치게 하는 투구 기술’이 현대 야구를 재미없고 진부하게 만들기에 버려야 할 요소라고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국과 일본 경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답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이끈 일본 야구대표팀의 경기 운영 방식을 보면서 실망했다. 한국에 패한 원인이 ‘보내기 번트’와 ‘타자에게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치게 하는 투구법’이라고 생각했다. 관중은 감동을 주는 야구를 원한다. 이러한 생각을 소설에 반영했다.”

▼ 좋아하는 야구선수로는 누가 있나.

“나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팬이다. 과거에는 주니치 드래건스 팬이었기에 이종범, 선동열 선수를 잘 안다. 선동열은 정말로 좋아한다. 지금은 야쿠르트 스왈로스 임창용 팬이다. 나는 투수를 좋아한다. 타자로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 히데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팬이다.”

▼ 소설의 기본 토대가 ‘매니지먼트’라는 책이다. 드러커는 이 책을 38년 전에 썼다. 이렇게 오래된 책이 지금껏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경영서 ‘매니지먼트’가 철저히 본질적인 부분을 다뤄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이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수작이다.”

▼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 드러커가 살아 있다면 어떤 해답을 제시했을 것 같나.

‘모시도라’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 “감동 주는 야구처럼 경영도 가슴 뭉클해야 성공”
“드러커라면 경제 혼란이 일어났는데도 사람의 생활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경제 지상주의’‘시장 원리주의’가 종언을 고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50년 전 지금 같은 경제 혼란이 발생했다면 식료품이나 물자 유통이 막혀 세상이 패닉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의 시장은 큰 쇼크를 받지는 않는 것 같다. ‘먹고살 만해져’ 경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저하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경제의 힘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드러커가 살아 있다면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다. 정치인, 기업가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나.

“50년 앞,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시야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그런 리더가 되려면 자신이 가진 권한을 아랫사람과 나눠야 한다. ‘작은 리더’를 돕는 정신이 필요하다. 상당수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모든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아랫사람을 가르치려고 드는 데 있다. 훌륭한 리더는 권한을 아래로 넘기면서 도움의 리더십으로 후배를 키운다. ‘작은 리더’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리더’가 돼야 한다. 이러한 ‘톱 매니지먼트’가 가능한지가 성공 열쇠다.”

▼ 소설에서 독자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단 하나의 구절이 있다면.

“상대 타자를 포볼로 내보내고 싶어 하는 투수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대목이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렇다. 문제 해결은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 교과서로 기억해줬으면

▼ 독자가 ‘모시도라’를 어떤 책으로 기억하길 바라나.

“경영학 교과서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모시도라’는 금융사, 유통사의 직원 교육 교재로 쓰인다. 저자 말대로 경영서로 읽히는 것이다. 양준혁 야구해설가는 ‘모시도라’를 읽고 이렇게 썼다.

“야구에 ‘혼’있는 친구가 모여서, 야구가 만드는 ‘창’으로 세상에 ‘통’하는 길을 찾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야구가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 감동, 환희가 이 안에 녹아 있다. 이 책을 읽고 내 마지막 경기가 떠올랐다. 1루까지 죽어라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에 관해 이토록 큰 함성이 있는 책은 참으로 처음이다.”



주간동아 808호 (p52~5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박혜경 기자 yam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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