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8

2011.10.17

영업정지 ‘프라임저축은행’ 지난 大選 한나라당에 60억 대출

돈가뭄으로 제2금융권서 총 260억 원 빌린내역 확인…당시 강재섭 대표·이상득 의원이 보증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10-17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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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정지 ‘프라임저축은행’ 지난 大選 한나라당에 60억 대출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장면.

    9월 20일 금융위원회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프라임저축은행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60억 원을 대선자금 용도로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프라임저축은행 외에 HK저축은행 등 3곳의 저축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을 대출받는 등 대선자금 용도로 총 260억 원을 신용대출받은 것으로 ‘주간동아’가 확인했다. 한나라당이 대출받은 260억 원은 2007년 대선비용 법정 제한액인 465억9300만 원의 60%에 해당한다.

    2007년 대선 직전 몇몇 언론은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나라당이 제2 금융권에서 260억 원을 빌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출받은 제2금융권 및 각각의 대출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 당국도 대출 사실 파악

    한나라당이 여러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것은 금융기관 감독 규정을 어기지 않으려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은행이나 보험사는 정치자금을 대출해줄 수 없다. 그러나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고, 감독 규정상 저축은행은 동일인에게 자기자본 대비 20% 이내에서 80억 원까지 대출해줄 수 있다. 다만 8·8클럽(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비율 8%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20% 이내에서 80억 원 이상을 동일인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대출해준 HK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등은 8·8클럽에 속하지 않은 저축은행이었다.

    당시 감독 당국도 저축은행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대출해주려 한다는 사실은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그런 보고를 받긴 했지만 저축은행이 한나라당의 보증을 받는다고 해서 저축은행 건전성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으리라 판단해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을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것은 2002년 대선 때의 악몽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인 2003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차떼기’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가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한나라당은 왜 저축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걸까.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당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금액은 10억 원 남짓에 불과해, 대선비용 법정 제한액에 턱없이 부족했다. 공영선거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대선에서 일정 비율(15%)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하면 선거 비용의 80%를 국가가 보전해준다. 그러나 사후 정산을 통해 비용을 보전받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돈줄’이 말라 애를 태울 수밖에 없다. 보리 수확 이전에 ‘춘궁기’를 겪어야 했던 보릿고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대선 이후 곧바로 상환”

    영업정지 ‘프라임저축은행’ 지난 大選 한나라당에 60억 대출

    영업정지를 당한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사무동에 위치한 프 라임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신청 첫날인 9월 22일 예금자들이 해당 은행에서 대기표를 받아 접수를 하고 있다.

    황규필 한나라당 서울시당 사무처장(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재정팀장)은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당에 돈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누구도 선거자금 마련에 나서려 하지 않아 결국 재정팀 차원에서 선거비용 마련 방안을 작성해 지도부에 보고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수입과 지출 등 당 재정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부족한 선거자금 마련 방안을 보고했다. 개인에게 빌리는 방법과 비(非)은행 금융권에서 대출받는 방안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재정팀으로부터 대선자금 관련 보고를 받은 당 지도부는 국고 보전금액을 담보로 비은행 금융권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황 처장은 “개인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밟자는 쪽으로 지도부가 의견을 모아 저축은행 대출을 추진했다”며 “대선자금 대출 건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낸 당시 황영기 선대위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이 맡았다”고 말했다.

    황영기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은 “당에 있던 사람들이 금융업계 상황을 잘 모르고, 당도 차입 경험이 없어 은행장 출신인 내게 대출 건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며 “마침 HK저축은행 고위 인사가 아는 사람이어서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개해준 이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대출이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대선자금 대출 요청을 받은 저축은행은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보증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강재섭 대표가 대신 보증인으로 나섰다. 그런데도 은행이 후보의 직접 보증을 요구해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도 함께 보증인으로 나섰다.”

    황 처장의 회고다. 이후 네 곳의 저축은행 실무자가 당으로 대출 서류를 가져와 서명을 받았다.

    “대출서류에는 서명해야 할 곳이 무척 많았다. 한 은행 대출서류에 서명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상득 부의장이 ‘뭐 이렇게 서명할 곳이 많으냐’고 얘기할 정도였다.”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대출해준 HK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 은행 같은 제1금융권과 달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자체 여신 심사부서에서 검토 후 승인하면 정당에도 대출이 가능하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했고, 대선 이후 곧 상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황 처장도 “국고 보전을 받자마자 상환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선 끝나고 370억 원 정도 보전받았다”면서 “약정한 이율에 따라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갚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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