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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1조 시간을 가진 대중은 지금 미래를 바꾼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1조 시간을 가진 대중은 지금 미래를 바꾼다

1조 시간을 가진 대중은 지금 미래를 바꾼다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 갤리온/ 312쪽/ 1만5000원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다소 생소한 단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지 잉여란 전 세계 시민이 서로 연결되면서 개인의 여가시간을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의 합이 아닌, 더 크고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위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라고 말한다. 인지 잉여를 만든 것은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 발전이다. 즉,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 발전은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연간 1조 시간이 넘는 여가시간을 줬고, 세계는 지금 이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무대가 열렸다.

연간 1조 시간의 귀중한 여가는 19세기 후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위가 낳은 결과다. 하지만 미국인은 이렇게 힘겹게 얻은 여가시간을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에 쓴다.

텔레비전 시청이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 이유는 이것이 정말 재미있고 유용해서라기보다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즉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 때문이다. 저자는 “인터넷이 몰고 온 수많은 혁명 역시 인간 본성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단이 주어진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뿐”이라고 말한다.

어느 집단이든 어떤 것이 아주 많아지면 그 집단은 새로운 행동방식을 보인다. 숫자 혹은 콘텐츠 증가는 단순한 합을 넘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변수를 만든다. 디지털카메라를 살펴보자. 과거에는 중요한 사건을 누군가가 카메라에 담을 가능성이 낮았지만, 휴대전화를 포함해 10억 대 이상의 카메라가 보급된 오늘날엔 어떤 사건이든 현장이 있는 누군가가 카메라에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기록한 영상은 곧바로 지구촌으로 퍼져 나가 또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튀니지 노점상의 분신자살로 시작해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에서도 인지 잉여는 중요한 구실을 했다. 재스민 혁명 당시 튀니지 국민의 약 18%는 페이스북 가입자였다. 노점상의 분신자살 이후 정부가 언론과 언론인을 엄격히 통제했는데도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고 뜻을 모았다. 그들은 정치적 지도자나 구심점 없이도 시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인지 잉여는 공공 가치를 위한 활동에서부터 아주 의미 없는 일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용된다. 또 소비하는 미디어에서 창조하고 공유하는 미디어로의 변화를 이끈다. 누구나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미디어와 메시지를 창조, 배포함으로써 질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뛰어난 무엇인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인지 잉여활동을 할까. 인지 잉여를 하는 사람은 행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고 보상을 얻는다. 누가 돈을 준다거나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사회 변화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제는 인지 잉여를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에게 가장 유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1조 시간을 가진 대중의 탄생’에는 수많은 기회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멍청하게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이 이제는 플리커나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고 온라인 정치에 참여한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찾고 협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대중의 힘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807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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