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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명! ‘모래 바람’ 넘어라

중동 축구 개인기와 스피드 좋아…원정 경기 환경과 전술 철저 대비 필요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월드컵 특명! ‘모래 바람’ 넘어라

월드컵 특명! ‘모래 바람’ 넘어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선정되자 카타르 축구 팬들이 도하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조광래호는 레바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한 조에 속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는 중이다. 월드컵대표팀은 현재 1승1무를 거뒀고, 올림픽대표팀은 오만과의 홈경기에서 1승을 올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월드컵대표팀은 9월 쿠웨이트 원정에서 예상 밖으로 힘든 경기를 펼친 끝에 1대 1로 비겼다. 올림픽대표팀도 같은 달 오만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중동국가와 경기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 터널’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좀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동국가의 뚜렷한 성장세

중동국가 가운데 축구 강국으로 꼽히던 나라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정도였다. 최근 들어 다른 중동국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UAE를 비롯해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시리아 등 아시아에서 중위권으로 분류되던 나라들이 그동안 실력 차를 줄였다. 이들 국가는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며, 왕자가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중요 임원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과감한 투자로 축구 실력을 키운 것이다.

UAE는 영국 프리미어 구단에 투자할 정도로 왕자가 축구에 관심이 높다. 또한 세계 최고의 클럽과 선수를 꾸준히 불러들여 경기, 클리닉을 진행하면서 자국 유소년 선수의 기량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2008년 U-20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급성장했다. 그때 뛰었던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쿠웨이트는 1970~80년대 아시아 강호로 꼽혔지만,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축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높여 2011년 서아시아축구대회와 걸프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옛 영광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선수 영입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카타르는 우승을 하려고 아프리카 유망주를 돈을 들여 귀화시켰고, 그들을 대표팀 선수로 육성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동국가는 개인에 의존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 선수 기량이 고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는 스타일이 더 비슷하다.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전방 공격수가 마무리하는 스타일의 전술을 즐겨 사용한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중동국가와 비기거나 패한 경기를 분석해보면,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공격수를 우리 수비수들이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습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하고 골을 허용했던 것.

9월 월드컵대표팀이 치른 쿠웨이트 원정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전반 일찌감치 박주영의 골이 터지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오른쪽 미드필더인 파하드 알 에네지에게 계속 측면 돌파를 허용해 동점골을 내줬다. 이후에도 한국은 알 에네지를 제대로 봉쇄하지 못해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었고 결국 무승부로 끝내야 했다.

극심한 체력 소모 후반전 허덕

중동국가를 각종 대회 예선에서 만나는 게 껄끄러운 가장 큰 이유는 원정 경기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이상 날아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시차가 생기고 기후가 바뀌는 데다, 그라운드 환경도 다르다. 월드컵대표팀이 9월에 치른 쿠웨이트 원정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월드컵대표팀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쿠웨이트로 날아갔다. 선수들은 경기를 치른 뒤 샤워만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경기 직후라 몸이 피곤한 상태인데도 비행기에서 잠을 청해야 했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것은 뻔한 일. 쿠웨이트에 도착하니 현지시간은 아침이었다.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 선수들은 곧장 호텔로 가 휴식을 취했지만 시차 탓에 잠을 청하기조차 힘들었다.

기후도 너무 달랐다. 한국도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쿠웨이트는 더 더웠다. 대표팀이 경기를 치른 날 현지의 오후 8시 기온은 38~40℃였다. 바람이 불었지만 에어컨 외기에서 나오는 바람처럼 후끈했다.

경기장 잔디 또한 한국과 판이하게 달랐다. 끝이 구부러지는 잔디로, 밟아보니 마치 스펀지처럼 푹신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잔디였다. 일부 선수는 그런 잔디에서 제대로 뛰려고 쇠로 된 스터드(축구화에 박는 징)가 박힌 축구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처럼 다른 환경이 결과적으로 선수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해 경기 후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쿠웨이트전에서 한국이 후반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 요소는 우리 대표팀이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 중동국가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환경적 차이를 인정하고 전술적으로 철저히 준비해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홈에서는 우리가 준비한 대로 공격적인 전술을 운용해도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 한국으로 원정을 오는 국가는 대부분 수비 위주로 경기한다. 역습 시에도 많은 수의 공격수를 동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동 원정 경기에서는 상황에 맞게 경기 운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공격 축구만이 살길은 아니다. 공격축구를 버리고,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기의 박진감은 떨어지겠지만 볼 점유율을 최대한 높여서 천천히 상대를 공략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수비라인에서부터 공을 좌우로 많이 돌려 상대 선수가 최대한 많이 뛰게 만들고, 상대가 공을 빼앗으려고 강하게 압박할 때 만들어지는 공간을 패스로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술 운용을 하면 우리 선수들이 높은 기온과 낯선 그라운드 상태에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전술은 안정적인 수비도 가능하기 때문에 역습에도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핌 베어벡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이러한 전술을 펼쳤다. 당시 베어벡 감독의 축구는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팬의 맹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안정적인 전술 운용 덕에 실점이 많지 않았다.

중동국가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각종 대회 예선과 본선에서 지속적으로 만날 것이다. 중동국가를 만났을 때는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형 전술로 경기에 임해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주간동아 806호 (p62~63)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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