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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악마의 유혹 ‘사이버 도박’ “난 이렇게 파멸했다” 02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사이버 카지노 체험기 “돈에 대한 감각 무뎌져 간 큰 베팅, 허탈함만 남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사이버 도박에 대한 유혹은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이용 가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이버 도박 사이트 홈페이지 주소를 어김없이 안내한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1일. ‘즐거운 추석’이라는 제목으로 ‘○○ CASINO’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10만 원으로 1억 원을 딸 수 있다’는 솔깃한 내용이었다. ‘리얼!’ ‘실전 batting’이라는 단어와 함께. 문법적으로 betting이 맞지만, 스팸 메시지를 걸러내는 기능을 피하려고 일부러 같은 발음이 나는 단어를 사용한 듯했다. batting은 타격을 뜻하는 야구용어다.

무료체험 기회 제공 달콤한 유혹

9월 16일 오후. 사이버 도박을 실제 어떻게 운용하는지 알아보려고 문자메시지에 담긴 카지노 사이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온라인 카지노를 처음 하는 이용자를 위해 무료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휴대전화번호 등을 등록하면 24시간 동안 유효한 임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보내준다.

여러 카지노를 동시에 개설해놓은 사이트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카지노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전화번호도 있었다. 직접 전화를 걸어봤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입출금이 확실하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5년째 사이트를 운영한다. 돈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된다.”

▼ 한국에서 운영하나.

“중국, 인도에서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도 있다.”

▼ 실시간으로 카지노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해보면 안다. 카지노 게임장에 현재 방송하는 TV를 설치해놓았다.”

▼ 입금과 출금은 어떻게 하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계좌번호를 보내준다.”

▼ 출금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출금을 요청한 뒤 10분 정도면 돈을 찾을 수 있다. 은행마다 서버 점검하는 시간이 달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지만,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찾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는 게임장을 둘러볼 수는 있지만, 실제 베팅은 하지 못했다. 또 실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검은색 화면으로 게임 상황을 볼 수 없도록 해놓았다.

9월 20일 12시 30분. 이번에는 게임머니를 송금하고 실제 온라인 카지노에 참여했다. 문자메시지로 온 사이트 주소에 접속한 뒤 회원가입을 하고 ‘입금 신청’을 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온 계좌에 10만 원을 입금했다. 이른 점심밥을 먹은 뒤 남는 시간에 온라인 카지노를 경험해볼 생각이었다.

블랙잭, 룰렛 옮겨다니며 베팅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게임 시간은 30분, 판돈의 2배(200달러)에 이르면 미련 없이 로그아웃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카지노 창이 열리는 순간 ‘10만 원으로 1억 원을 딸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 문구가 떠올랐다. ‘혹시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라는 바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입금하고 10분쯤 지나자 게임머니를 충전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화면에는 게임머니 103달러가 표시됐다.

최소 10달러, 최대 150달러까지 베팅할 수 있는 ‘블랙잭’부터 시작했다. 딜러는 애실리라는 젊은 여성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얼굴이 반반 섞인 미인이었다.

3번 테이블에 자리 잡고 최소 베팅 금액 10달러를 걸었다. 카드를 나누는 딜러의 손놀림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기자는 맨 처음 10번 카드를 받았고, 두 번째 카드는 4번이었다. 딜러는 4번 카드를 오픈해놓고, 두 번째 카드는 덮어놓았다.

블랙잭은 2장의 카드에 적힌 숫자의 합이 21이 되면 ‘블랙잭’이 돼 베팅 금액의 1.5배를 받는 게임이다. 카드 숫자의 합이 21에 가까울수록 유리하지만, 21을 넘어서면 오버(Over) 또는 버스트(Bust)가 돼 돈을 잃는다.

딜러의 경우, 카드에 적힌 숫자의 합이 최소 17 이상이 될 때까지 카드를 받아야 한다. 만일 딜러가 받은 카드 숫자의 합이 21을 넘어 오버를 하면 카드 숫자의 합이 21보다 적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게임에 건 돈만큼 얹어서 돌려준다. 게임에 이긴 플레이어는 판돈의 2배를 돌려받는다.

첫 카드가 4였던 딜러는 두 번째 카드를 오픈하자 6이 나왔다. 합이 17에 미치지 못해 딜러는 카드 한 장을 더 받았다. 이번에는 6. 세 장의 카드를 합해도 17이 되지 않아, 다시 카드 한 장을 받았다. 9가 나왔다. 딜러가 받은 카드 숫자의 합은 25로 21을 넘어 오버가 됐다. 기자는 카드 숫자의 합이 14에 불과했지만, 딜러가 오버를 하는 바람에 10달러를 땄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기자는 10달러를 땄다. 2와 7 두 장의 카드를 받은 뒤 ‘히트(Hit·카드 한 장을 더 받겠다는 신호)’ 버튼을 눌러 4를 받고, 한 번 더 히트를 눌러 7을 받았다. 기자의 카드 숫자의 합은 20이 됐다. 딜러는 첫 카드 4를 오픈한 뒤 두 번째 카드를 열었는데 3이 나왔다. 17에 미치지 못해 카드 한 장을 더 받았지만, 8이 나와 카드 한 장을 더 받아야 했다. 이번에는 9가 나와 오버를 했다.

세 번째 게임에서도 기자는 이겼다. 10과 8을 받아 ‘스테이(Stay·카드를 더 받지 않겠다는 신호)’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딜러는 첫 카드가 10, 두 번째 카드가 4였다. 카드 한 장을 더 받았는데 10이 나와 오버를 했다. 3연승으로 30달러를 순식간에 벌자 ‘이런 추세라면 200달러 목표 달성은 시간문제’라는 우쭐한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게임에서는 6, 6 두 장의 같은 숫자를 받아 ‘스플릿(Split·카드 분할)’을 했다. 두 장의 6에 Q 카드를 각각 받아 카드 합계가 16이 돼 멈췄다. 딜러는 첫 카드가 4, 두 번째 카드가 K였고, 17에 미치지 못해 카드 한 장을 더 받은 것이 8이어서 오버를 했다. 4연승이었다. 게임머니가 153달러까지 높아졌다.

블랙잭에서 승승장구한 뒤 이번에는 룰렛 게임장으로 옮겼다. 룰렛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 옆에는 중국 ‘CCTV4’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Live’라는 점을 알려주려는 조치였다.

룰렛은 0번부터 36번까지 적힌 표에 돈을 걸고 구슬을 돌려 구슬이 떨어진 번호에 돈을 건 플레이어에게 36배의 돈을 돌려주는 게임이다. 구슬이 떨어질 번호를 정확히 맞히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확률은 극히 낮다. 이 밖에도 빨간색과 검은색, 또는 1~12, 13~24, 25~36으로 나눈 것 중 하나에 판돈을 걸 수도 있으며, 홀수나 짝수에도 베팅할 수 있다.

‘대박’을 꿈꾸며 14, 29, 34 등 세 개의 번호에 각각 1달러씩 베팅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구슬이 한참을 돌더니 29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어폰을 낀 귀에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36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속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번호를 정확히 맞힐 줄 알았다면 5달러, 아니 10달러쯤 베팅할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임머니는 이제 187달러를 가리켰다. 두 번째 룰렛 게임에는 7, 9, 10, 19, 28, 31, 34 등 7개의 번호에 각각 1달러씩 걸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구슬은 30번에 떨어졌다.

판돈을 걸게 만드는 ‘뚜뚜뚜뚜’ 신호음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가 1시를 가리켰다. 점심시간이 이제 다 지난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80달러를 벌어들였다. 점심시간은 비록 끝났지만, 게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좀만 더하면 목표한 200달러를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꾸 베팅했다.

승률이 낮은 룰렛보다 블랙잭이 유리하겠다는 판단에 다시 게임장을 옮겼다. 강원랜드 같은 오프라인 카지노에서는 다리품을 팔아 테이블을 옮겨 다녀야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에서는 커서 클릭 몇 번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엔에는블랙잭 2번방에 들어갔다. 블랙잭은 베팅 가능 금액에 따라 3개 방으로 분류해놓았다. 각각 10~150달러, 30~450달러, 50~750달러 베팅이 가능한 방이었다.

10~150달러 방에 들어갔다. 딜러는 IBG로 시작하는 무슨 암호 같은 이름의 소유자였다. 두 게임 정도 관전자로 지켜본 뒤에야 자리가 나서 3번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어도, 착석해야 플레이를 주도할 수 있다. 관전자도 외부 베팅을 할 수 있지만, 그럼 카드를 받거나 멈추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

이번에도 10달러씩 베팅했다. 두 게임을 연거푸 지고, 세 번째 게임 만에 10달러를 땄다. 이후에도 패턴은 그대로 유지됐다. 두 게임을 지고 한 게임 이겼다. 판돈이 어느새 160달러로 줄었다.

딜러가 다른 여성으로 바뀌었다. ‘10달러씩 걸어서 언제 200달러를 만드나’ 하는 조바심이 났다. 결국 20달러씩 베팅했다. 잃고 따고 잃고 따는 랠리를 반복했다. ‘최대 베팅 금액인 150달러를 한 번 질러서 결판을 낼까’라는 승부욕이 순간 일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뒤 꾹 참고 다시 차분하게 20달러를 베팅했다. 이번엔 한 판 이기고, 한 판 졌다. 게임머니는 160달러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결국 베팅 금액을 30달러로 올렸다. 두 번만 거푸 이기면 ‘로그아웃’하리라는 결심과 함께.

첫 게임에서는 이겼다. 190달러.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된다. 그러나 비겼다. 세 번째 게임에서는 ‘더블’ 버튼을 눌러 판돈을 2배로 키웠지만 결국 졌다. 절묘하게도 딜러 카드 숫자 합이 21이 나왔다.

한꺼번에 60달러를 날리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게임머니는 100달러였지만, 어느새 의식 속에서는 가장 큰 판돈이었던 190달러가 기준처럼 느껴졌다. 190달러보다 적으면 돈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블랙잭에서는 30달러를 걸고 두 번 이겼다. 게임머니는 다시 목표치에서 10달러 부족한 190달러까지 높아졌다. ‘한 번만 더 이기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자부심이 밀려왔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블랙잭에서 빠져나와 다시 룰렛 게임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게임장을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

두 번의 룰렛 게임에서 63달러를 잃었다. 빨간색이나 검은색, 홀수나 짝수에 베팅하려면 10달러가 최소 금액이다. 여기서 거푸 패하자 게임머니가 순식간에 줄었다.

온라인 카지노에서는 베팅 제한시간이 다가오면 ‘뚜뚜뚜뚜’ 하는 신호음이 울린다. 이 신호음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앞뒤 가리지 않고 판돈을 걸게 하는 마력이 있다. 베팅할 타이밍을 놓쳐 큰돈을 딸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초조함이 들었다. 엉겁결에 게임머니가 127달러로 적어지자 다시 승률이 높은 블랙잭 게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베팅 금액은 높이기는 쉬워도 내리긴 어렵다. ‘크게 베팅하면 더 많은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때문이다. 더 많이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베팅 금액을 낮출 수 있는데, 돈을 따는 데 눈이 멀면 잃는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게 된다.

결국 20달러씩 베팅했다. 첫 게임은 비겼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게임에서 거푸 졌다. 세 번째 게임은 더블찬스를 쓴 탓에 한꺼번에 40달러를 잃었다. 100달러 이하로 게임머니가 줄어들자 초조해졌다. 결국 30달러로 베팅 금액을 올렸다. 한 번 잃고, 두 번째 베팅을 하고 나니 게임머니가 고작 7달러 남았다.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게 웬일? 블랙잭이 나왔다. 지금껏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블랙잭이 절묘한 타이밍에 터진 것이다. 30달러의 1.5배를 받아 순식간에 게임머니가 82달러로 상승했다.

2시간 가까이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생리적 욕구가 생겼다. 그렇지만 하던 게임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돈을 따는 느긋한 상황도 아니고, 원금을 까먹고 있지 않은가.

‘100달러를 넘기면 화장실에 가리라’ 마음먹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30달러를 베팅했다가 잃었다. 5와 J카드를 받아 15에서 스테이했는데 딜러는 3을 오픈해놓고, 두 번째 카드는 8이 나왔다. 거푸 두 장의 카드를 더 받았지만, 3과 3이 나와 17이 됐다. 그 많던 10, J, Q, K 카드는 어디로 간 것일까. 허탈했다.

게임머니가 이제 52달러 남았다. 화장실도 급하고, 까먹은 원금도 한꺼번에 만회하겠다는 급한 마음에 베팅 금액을 50달러로 올렸다. 카드가 도는 그 짧은 순간에 만감이 교차했다. 103달러로 시작해 190달러의 영화를 잠시 누린 뒤, 7달러까지 추락한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190달러에서 그쳤으면 좋았을걸’ ‘룰렛을 하지 말걸 그랬어’ ‘처음부터 베팅 금액을 높였어야 하나’ ‘10달러씩만 베팅했으면 지금보다는 성적이 좋았을 텐데’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7이 첫 카드로 왔고, 딜러는 5를 오픈했다. 두 번째 카드가 돌자 다른 사람에게는 10, Q, K가 차례로 깔렸다. 그런데 나에게는 난데없이 6이 나왔다. 합이 13. 참 애매했다. ‘한 장 더 받을까’ 고민하는 사이 시간이 거의 다 됐다. 결국 ‘스테이’를 누르고 말았다.

딜러의 두 번째 카드는 4였다. 합이 9. 카드 한 장을 더 받았다. 이번엔 7. 17 이하라 카드 한 장을 더 받았다. 6 이상의 숫자만 나오면 오버를 하니 내가 이긴다. 그런데 이게 뭐람. 4가 나와 20이 됐다.

모니터의 숫자 현실인지 환상인지…

한 번 따고 두 번 잃고…두 시간 만에 10만 원이 ‘0’
그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게임머니는 2달러만 남았다. 판돈이 부족해 이제 블랙잭은 참여조차 못한다. 결국 1달러 베팅이 가능한 룰렛 게임장으로 옮겼다.

룰렛 게임판에서 빨간색과 검은색 바탕의 숫자 사이에 유일한 초록색 바탕의 숫자가 ‘0’이다. 남은 돈 2달러를 0에 베팅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고사성어를 곱씹으며. 행운은 결국 비켜갔다. ‘0’에서 두 칸 건너 자리 잡은 13번에 구슬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12시 30분에 시작한 온라인 카지노는 3시 4분이 돼서 판돈 10만 원(103달러)을 올인한 뒤에야 종료했다.

눈앞에 파란색 만 원짜리 지폐 10장을 놓고 게임을 했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잃지는 않았으리라. 현금을 주고받았다면 베팅할 때마다 더 신중하게 하지 않았을까. 눈앞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더라면 순간적으로 20달러, 30달러, 50달러까지 베팅 금액을 올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커서를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카지노는 돈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했다. 손에 돈을 들고 있거나 눈에 현금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한쪽에 숫자 몇 개만 떠 있을 뿐이어서 돈이 돈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가 무서운 이유는 이처럼 돈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순간적으로 베팅 금액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몰입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업무에 몰두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에 다시는 접속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고 게임 창을 닫았다. 그러곤 곧장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본 뒤, 흐르는 물에 두 손을 깨끗이 씻었다. 온라인 카지노에서 완전히 손을 씻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주간동아 805호 (p16~19)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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