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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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첫 도전 손예진 씨와 다른 모습 보여줄 겁니다”

연극 ‘연애시대’의 ‘하루’역 박시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9-19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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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에 첫 도전 손예진 씨와 다른 모습 보여줄 겁니다”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을 때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다.”

    2006년 봄 SBS에서 방송한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 이혼한 부부가 다시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가슴에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명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2011년 가을 ‘연애시대’의 감동이 서울 대학로에서 피어오른다. 연극 ‘연애시대’가 9월 23일부터 두 달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것. 이번 연극에서 이혼한 수영강사 ‘하루’ 역은 배우 박시은(31)이 맡았다. 이 작품은 그의 연극무대 데뷔작이다.

    쓸쓸한 가을밤과 어울리는 이야기

    “너무 늦었죠. 미안해요. 예쁘게 하고 오느라고요(웃음).”



    9월 9일 대학로 한 카페. 약속시간보다 5분 늦었을 뿐인데 저 멀리서부터 서둘러 걷는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들어온 그. 반달눈과 오뚝한 코, 갸름한 얼굴형에 도회적인 이미지 때문에 새침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곤란한 질문은 웃음으로 넘기고 시원하게 속마음도 털어놓았다.

    “외모만 보고 차갑고 도도할 거라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아니에요. 저는 상대방 편하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잘 웃고, 솔직하고요.”

    그런 성격은 ‘연애시대’ 하루와도 많이 닮았다. ‘연애시대’는 일본 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이 원작이다. 하루와 리히치로는 아이를 사산한 아픔을 이기지 못해 이혼했지만, 그 후에도 매일 아침 도넛을 같이 먹고 노래방에서는 환상의 듀엣을 이룬다. 늘 티격태격 엇갈리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쓸쓸한 가을밤과 딱 어울린다.

    “먼저 대본을 봤는데, 작품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거예요. 대본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다시 이렇게 좋은 대본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죠.”

    그가 대본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 아파한 장면은 하루가 용기를 내서 이혼한 남편 리히치로를 붙잡으려 하지만 또다시 엇갈리는 순간이다.

    “하루가 ‘내가 당신의 엄마가 돼줄게’라고 고백하려는데, 그 자리에 리히치로가 다른 남자를 데리고 나와요. 하루를 소개해주겠다면서요. 솔직히 자기도 하루를 좋아하면서. 둘이 엇갈릴 때 너무 안타깝고, 리히치로에게 연인이 아닌 ‘엄마’가 돼주겠다고 마음먹는 하루가 너무 불쌍해요. 리허설 때도 이 장면에서 울컥해 목이 메더라고요.”

    원작 드라마가 워낙 유명했던 터라, 부담이 크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하루 역을 배우 손예진이 맡아 극찬을 받았다. 그는 “손예진 씨와 일부러 연기를 달리해야겠다는 의도는 없지만, 나만의 연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예진 씨가 극중에서 발랄할 때는 발랄했지만 우울하고 조용한 모습도 많이 보였잖아요. 그런데 연극은 드라마보다 목소리나 연기가 과장돼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캐릭터도 변화가 많아요. 저는 훨씬 톡톡 튀고 밝게 연기해요. 손예진 씨와는 다른 저만의 ‘연애시대’를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1999년 KBS 드라마 ‘학교’에서 전교 1등 채정아 역으로 데뷔한 그는 10여 년간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에서는 고시에 합격한 이몽룡을 사로잡으려고 성춘향을 곤란하게 하는 홍채린, 올 초 SBS 드라마 ‘호박꽃 순정’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건물주 손녀’ 오사라 역을 맡았다. 화제가 된 역 대부분이 얄밉고 도도한 캐릭터였다.

    “‘쾌걸춘향’이 방송될 당시에는 처음으로 인터넷에 제 안티카페가 생겼어요. 그때 마음고생도 많이 했죠. 현장에서 성춘향 역의 한채영 씨랑 대본을 바꿔 읽어봤는데, 제가 춘향이 역에 더 어울리는 거예요(웃음). 억울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 캐릭터로 톱이 되기 전까지는 그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굳이 역을 가리지는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요즘 드라마에는 너무 뻔한 역이 많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제3의 캐릭터가 있으면 꼭 맡아보고 싶다”면서 욕심을 드러냈다. 브라운관에서만 활동하던 그가 연극 무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몸무게가 원래 43.5kg 정도 나가는데 이 역을 맡고 1kg쯤 빠졌다. 요즘은 끼니때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며 웃었다.

    “연극에 첫 도전 손예진 씨와 다른 모습 보여줄 겁니다”

    연극 ‘연애시대’의 ‘리히치로’역 김다현(왼쪽)과 박시은.

    얄미운 역만 맡아 아쉬워

    “매일 낮 2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극 연습을 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지도 않은데 연습하다 보면 땀이 억수같이 흐르죠. 정말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요. 그러면서 연극의 매력에 점점 빠지는 것 같아요.”

    하하호호 잘 웃지만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당차다. 그는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게 기본”이라며 배우 이미숙 씨를 롤모델로 꼽았다.

    “정말 ‘여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50대 초반이신데, 노인 역부터 젊은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섹시한 역까지 모든 걸 소화하시잖아요. 정말 선인부터 악인까지…. 자기 관리도 잘하시고. 연기 폭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은 주연배우 한예슬 씨가 촬영을 거부하면서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그는 “촬영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이 너무 열악해요. 배우가 촬영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이 아예 중단되거나, 그 주 방송은 스페셜 영상으로 때우잖아요. 그렇게 해서 질 좋은 작품이 나오겠어요? 촬영 기간이 단 몇 달이라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배우, 특히 체력 약한 여배우들은 신체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연기하는 순간 완전히 몰입하니까 그 장면이 끝나면 힘이 쫙 빠지고 머리가 핑 돌아요. 우는 신(scene)은 특히 더하죠. 연기만 하기도 힘든데 그런 상황에서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야 한다면, 배우가 최선을 다할 수 없어요. 그건 모두에게 손해 아닌가요?”

    그는 2006년 배우 차인표 씨의 권유로 어린이 후원 단체 ‘컴패션(Compassion)’에 가입해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한다. 주영훈, 황보, 엄지원 씨 등 많은 연예인이 컴패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2009년 컴패션밴드 첫 여자 멤버로 활동했고, 후원 패션쇼에서는 모델로 섰다. 관련 행사에서 MC도 여러 번 봤다. 그는 “컴패션에서 해달라는 거 있으면 다 해준다”며 웃었다.

    “별로 어려운 일 아니에요. 저희 연예인 컴패션 멤버끼리 한 달에 한 번 봉사를 가는데, 가서 보면 정말 열심히 남을 돕는 분이 많아요.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그리고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몰라서 봉사 못 하는 분도 많은데, 저희는 이렇게 동참할 기회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예능요? 그냥 연기나 열심히 할래요”

    “연극에 첫 도전 손예진 씨와 다른 모습 보여줄 겁니다”
    그는 남미와 필리핀에 사는 아이 2명에게 매달 소정의 금액을 후원한다. “필리핀에 있는 아이는 열한 살인데 그 아이 엄마가 나와 동갑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한 번 필리핀에 가서 봤는데 그 후로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컴패션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중간에 후원을 끊는 분이 많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참여하지만 점점 그 마음이 옅어지는 것 같아요. 후원하는 아이와 편지도 주고받고 소통하면 책임감도 생기고 좋거든요. 한 달에 4만5000원 정도, 많지 않은 돈으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아이 한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기적 아닌가요.”

    쾌활한 성격이지만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버겁기만 하다. 작년 12월 드라마 홍보차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했지만 긴장해서 준비한 얘기를 다 못 했다. 한 달간 춤도 연습해갔지만 실력 발휘를 못 했다.

    “제가 일대일 토크는 강한데, 여러 사람 나오는 오락프로그램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냥 욕심 내지 않고 연기나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이제 서른하나. 여배우로서, 여자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런 만큼 마음에도 변화가 많다.

    “20대에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긴장도 많이 하고 ‘나도 빨리 다른 여배우처럼 좋은 작품 잡아야 하는데’ 조바심도 많이 냈어요. 그땐 서른이 되면 성숙하고 여성미가 넘칠 줄 알았는데, 지금도 그때랑 똑같아요. 다만 일을 좀 더 즐기면서 한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상형은 ‘욱 하는 성질이 없는 사람’이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편안한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는 “연극 ‘연애시대’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 마음에 있는 말을 안 하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연인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럼 지금은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싱끗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제가 하는 연극 제목이 ‘연애시대’인데 제가 연애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연극에 첫 도전 손예진 씨와 다른 모습 보여줄 겁니다”

    박시은은 어린이 후원 단체 ‘컴패션’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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