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3

2011.09.05

현대家 맏형도 5000억 원 쾌척

정몽구 회장, 현대글로비스 주식 해비치 재단에 출연…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에 집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9-05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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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家 맏형도 5000억 원 쾌척
    맏형도 기부 대열에 합류했다. 8월 28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 기회를 부여해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며 5000억 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이사장 이희범·이하 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순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규모. 8월 16일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범(汎)현대가(家)가 5000억 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데 이은, 또 한번의 ‘통 큰 기부’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폭동은 한국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현지 언론에선 폭동의 주요 원인으로 빈부격차 및 높은 실업률로 인한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를 꼽는다. 한국 역시 아무리 발버둥 치며 노력해도 밑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언제, 어디서 좌절한 ‘88만 원 세대’가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 지원책도 강구

    정 회장의 기부는 불합리한 사회구조의 고착화를 막고, 저소득층 인재가 충분히 자신의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평소 청소년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교육을 통해 확대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며,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사재 출연에 앞서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 저소득층 우수 인재 발굴 육성 전문 프로그램 운영 △ 문화·예술·체육 분야 저소득층 우수 인재 양성 △ 사회적으로 소외된 국가유공자 자녀 교육 지원 △ 미래 첨단 분야 과학영재 발굴 및 세계적인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 프로그램은 향후 해비치 재단이 중심이 돼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의 조언을 반영해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해비치 재단은 저소득층 인재 육성 및 지원 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해비치 재단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장점인 계층 이동의 역동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어려운 이웃의 자녀가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하는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높은 이자 때문에 채무불이행(신용불량)에 빠지고, 이로 인해 취업에 실패하는 대학생들의 사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소임이라 판단한다”면서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실질적 지원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기부 패러다임이 ‘법인 위주 기부’에서 ‘개인 중심 기부’로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개인 재산은 자식에게 물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한국 현실에서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은 이례적인 일이다. 범현대가 오너들의 잇단 거액 사재 출연이 다른 재벌로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현대家 맏형도 5000억 원 쾌척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 이희범 이사장(왼쪽)이 ‘2011 해비치 장학금 수여식’에서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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