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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3국지’ 앗 뜨거워!

남자 테니스 ‘나달·조코비치·페더러’ 용의 전쟁…물고 물리는 천적 경기에 팬들 열광

  • 김종석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js0123@donga.com

‘코트 3국지’ 앗 뜨거워!

‘코트 3국지’ 앗 뜨거워!

로저 페더러.

2001년 7월 당시 19세였던 로저 페더러(30·스위스)는 윔블던 16강전에서 5연패를 노리던 ‘제왕’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꺾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5년 6월 19세 풋내기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은 처음 출전한 프랑스오픈에서 승승장구한 끝에 덜컥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2008년 1월에는 21세 ‘영건’ 노바크 조코비치(24·세르비아)가 호주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20대를 전후해 세계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이들 3명이 올 시즌 코트의 삼두마차로 주목받는다. 테니스 황제를 향한 삼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 최근 끝난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페더러는 올 시즌 41전 전승을 기록 중이던 조코비치를 꺾었다. 결승에선 나달이 페더러를 누르고 대회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인 6회 우승을 달성하며 비외른 보리(스웨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달은 역대 2번째 어린 나이로 메이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렇듯 물고 물리는 용의 대결에 팬은 열광했다.

태양은 오직 하나뿐이다

이들 가운데 선두주자는 페더러였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코트를 지배하던 샘프라스와 앤드리 애거시(미국)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렸다. 테니스를 예술 단계로 승화시켰다는 찬사까지 들었다. 그는 샘프라스가 갖고 있던 역대 메이저 최다승 기록(14회)을 넘어서며 16차례나 정상에 섰다.

독주하던 페더러는 ‘왼손 천재’ 나달의 거센 도전에 부딪혔다. 스페인 마요르카 출신으로 4세 때 라켓을 잡은 나달은 어릴 적 축구 선수를 하며 익힌 빠른 풋워크,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천부적인 스트로크 감각을 앞세워 단기간에 세계 최강 반열에 올라섰다. 페더러와 나달은 1979~81년 보리와 존 매켄로, 1989~2002년 샘프라스와 애거시의 뒤를 잇는 코트의 최대 맞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조금씩 뜨는 별 나달로 옮겨갔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 전문이란 한계에서 벗어나 잔디, 하드 코트에서도 위력을 보이며 전천후 스타로 거듭났다. 나달은 강한 카리스마와 집중력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 같은 큰 무대에서 페더러를 연파하며 세계 1위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이렇게 나달의 시대가 열리나 싶더니 조코비치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올 들어 조코비치는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우승을 포함해 7개 대회에서 연달아 트로피를 들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세계 1, 2위를 번갈아 한 페더러와 나달의 그늘에 가려 ‘넘버3’ 신세였던 조코비치는 남자 테니스 판도를 삼각 구도로 재편했다. 내전에 시달리는 모국 세르비아의 물 뺀 수영장에서 공을 쳤다는 불우한 환경까지 곁들여지면서 조코비치의 성공 스토리는 감동을 줬다.

이들 3명은 특유의 강점을 지닌다. 페더러는 강한 서브와 발리가 잘 먹히는 잔디 코트에서 강하다. 푸른 잔디 위에서 열리는 윔블던에서 5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통산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공이 낮게 튀는 잔디 코트에서는 서브 위력이 높아져 서브 앤드 발리 같은 속전속결 플레이가 주효한다. 잔디 코트 최다 연승 기록은 페더러의 65연승이다. 2003년 윔블던에서 메이저 첫 승을 장식한 그는 잔디 코트에서의 승률이 역대 최고인 90%에 육박할 만큼 잔디와 궁합이 잘 맞는다.

반면 나달은 코트 표면의 저항이 심해 파워보다 스트로크의 각도와 지구력이 중요한 클레이 코트에서 최고 강자다. 붉은색 벽돌 가루를 빻아 만든 코트에서 치르는 프랑스오픈에서 그는 메이저 첫 트로피를 안았을 뿐 아니라, 통산 45승 1패의 눈부신 승률을 기록 했다. 클레이 코트 최다인 81연승을 질주하다 페더러에게 덜미를 잡혔던 나달은 페더러와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4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진화를 거듭한 나달은 잔디 코트에서도 80% 넘는 승률을 기록 중이다.

끊임없는 볼거리 제공 시청률 쑥쑥

조코비치는 코트에서 강약 조절이 뛰어나며 서브 에이스와 결정적 리턴으로 상대 흐름을 끊는 등 맥을 잘 짚는 스타일이다. 호주오픈과 US오픈은 하드 코트에서 치르는데, 코트 표면의 반발력이 뛰어나 민첩성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메이저 2승을 모두 호주오픈에서 따내며 강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 들어 특정 코트의 핸디캡에 얽매이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해 세계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도 흥미롭다. 나달은 페더러와의 상대 전적에서 17승 8패를 기록하고 있다. 클레이 코트 맞대결에서는 12승 2패로 크게 앞선다. 하드 코트에서 4승 4패로 팽팽히 맞서고 잔디 코트에서는 나달이 1승 2패로 열세다. 페더러는 새로운 강자 조코비치에 14승 9패로 우세다. 지난해 맞대결 전적은 4승 1패였으나 올해는 1승 3패로 전세가 역전됐다.

나달은 조코비치와 27번 맞붙어 16승 11패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4전 전패의 수모를 안았다. 이번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에게 패해 41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나달은 결승전에서 눈엣가시 같던 조코비치를 피해 페더러를 상대로 한결 수월하게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나달은 페더러와의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나달, 조코비치, 페더러의 3강 체제는 현재 남자 테니스 인기몰이를 주도한다. 남자 테니스는 스폰서와 TV 중계가 늘고 있으며 대회 때마다 구름 관중이 몰려든다. 경쟁 관계였던 남자 골프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최고 흥행 카드였던 타이거 우즈가 성추문과 부상 등으로 2009년 11월 이후 1승도 올리지 못하면서 찬바람마저 일고 있다. 남자 테니스는 1년 내내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아시아 등지를 돌며 대회를 여는데 톱클래스 선수들이 꼬박꼬박 출전해 끊임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포츠에선 특정 스타의 독주도, 춘추전국시대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절대 강자의 존재는 관전을 싱겁게 만들 수 있고, 대회 때마다 챔피언이 바뀌는 상황은 강한 임팩트를 주기 힘들다. 하지만 올 시즌 남자 테니스는 3명이 치열한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팬을 열광시킨다.

나달은 이번 프랑스오픈 우승 후 “나는 최고 선수 가운데 단지 한 명일 뿐이다.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나달에게 무너진 페더러는 “올해 주춤했던 라파(나달의 애칭)가 돌아왔고 나 역시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전자 조코비치는 “페더러는 성공에 목마르며 1위를 향한 야망이 크다. 나달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라고 말했다.

삼두마차의 뒤를 로빈 쇠더링(스웨덴), 앤디 로딕(미국), 앤디 머리(영국) 등이 쫓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나달, 조코비치, 페더러가 떠받든 남자 테니스 코트는 정상을 향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 당분간 펄펄 끓을 것 같다. 당장 6월 20일 개막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윔블던이 기다려진다.



주간동아 2011.06.20 792호 (p56~57)

김종석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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