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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화·생명 등 5대 결사, 현대 문명 위기를 극복할 대안”

조계종 기획실장 정만 스님

“문화·생명 등 5대 결사, 현대 문명 위기를 극복할 대안”

“문화·생명 등 5대 결사, 현대 문명 위기를 극복할 대안”
“5대 결사(結社)의 기본 취지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같은 자성과 쇄신을 전제로 사찰 밖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기획실장으로 임명된 정만(正滿) 스님의 말이다. 종단 대변인을 겸하는 기획실장은 종단 예산과 정책 기획, 감사에 대정부 업무까지 담당하는 핵심 자리다. 부산 범어사 부주지도 겸하는 스님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측근으로 총무원 재무부장과 호법부장, 불교문화사업단장을 지냈다.

총무원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는 바야흐로 봄이다. 무르익은 봄기운 속에 부처님 오신 날(5월 10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색색의 연등 물결이 장관이다. 요즘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2010년 말 이후 불편한 관계였던 정부, 여당과 불교계의 해빙 무드다. 조계종은 템플스테이와 관련한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대폭 삭감되자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정부와 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면서 종단 관계자들의 ‘접촉 불가령’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여권 정치인이 개인 자격으로 사찰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나라당 불자회 의원 20여 명은 조계종 본산인 조계사 대웅전에서 참회의 108배를 올리는 법회를 열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조계사에서 법회를 연 것은 2008년 7월 18대 국회 불자모임인 정각회 창립 법회 이후 처음이라 여러 추측이 나올 법하다. 정만 스님은 정부, 여당과 조계종 사이에도 “사실상 봄이 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교적 길게 설명했다.

여당의 참회 긍정적 그러나 해빙 무드는 지나친 해석



“절집에 오고 가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이 불가의 불문율입니다. 그런데 문을 막아버리니 옹색해 보인다는 종단과 원장 스님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참회하고 부처님의 법을 구한 것은 근본적인 사고의 변화라 볼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장소를 내준 것이죠. 종단 내부적으로는 그동안의 결사운동으로 현안에 대한 준비를 끝낸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정부 관계와 관련해 조계종의 처지가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스님은 이어 조계종이 올해 초부터 주력해온 5대 결사운동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자승 스님은 1월 신년 간담회를 통해 ‘자성과 쇄신을 위한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5대 결사’를 선언했고, 종단은 25개 교구 본사별로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민족문화유산수호 결의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정부 및 여당의 종교 편향과 민족문화에 대한 인식을 비판했다.

‘결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 자체가 조계종이 최근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구성원의 인식이 깔려 있다. 결사라는 말은 우리 불교 1700여 년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스님(1158∼1210년)은 ‘정혜결사’를 통해 선정(禪定)과 지혜를 함께 닦는 수행 기풍을 진작시켰다. 1947년 성철, 청담, 자운 스님 등이 중심이 돼 “오직 부처님 법대로만 살자”며 청정규율과 수행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봉암사 결사’는 현대 불교에서 조계종 성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수행결사요? 조계종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수행자답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생명결사의 경우 최근 만연했던 구제역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어졌습니다. 전국에서 300만 마리 이상의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초목은 무정물(有情物), 움직이는 가축은 유정물(有情物)로 분류해 귀한 생명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가축이 최소한의 기본 권리도 보호받지 못한 채 매몰된 것은 큰 충격이자 재앙입니다. 바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의 결과이자 경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님이 특히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불교 문화유산과 관련한 문화결사다.

“통계에 따르면 문화재 중 불교계 문화재가 비지정 문화재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5%에 가깝습니다. 국보의 경우 절반에 이릅니다. 그동안 공원법 등 각종 법률의 제약으로 사찰은 최소한의 유지, 보수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스님은 이어 “과거 우리는 문화재 예산에 대해 토를 단 적이 없다”며 “절에서 보호하고 관리한 문화재를 스님들이 어디다 파냐. 개별 소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부와 여당에서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며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온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단 재무부장을 오랫동안 맡아온 스님은 여느 스님과 달리 숫자와 통계에 밝다. 자신을 ‘종단의 특허 난 상무’라고도 했다. 재무부장과 호법부장을 지내 정계와 검찰, 경찰 인맥도 두텁다. 갑작스러운 전임 기획실장의 공백을 메우고 까다로운 정부와의 관계를 풀기에 적임자라는 것이 종단 내부의 평가다.

2009년 종교 편향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에 얽힌 사연도 있다. 경찰 총수가 개신교 행사 포스터에 등장하고 총무원장이던 지관 스님이 조계사를 나서다 차량 검문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서울시청 앞 대규모 범불교도 대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정만 스님이 어 청장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밝혀 불교계 단체들이 호법부장이던 스님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던 것.

“당시 문제가 된 것은 경찰 유가족을 위한 기도회와 관련한 포스터였습니다. 유가족을 위한 것인데 총수가 나 몰라라 한다면 말이 됩니까. 내가 경찰청장이라도 참석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원장 스님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 사의를 전했더니 만류하시더군요.”

정치인의 종교는 정치, 본업에 충실해야

스님은 나눔과 평화결사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인도 순례 때 당시 환율로 600원 정도인 20루피짜리 지폐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 돈이면 인도사람이 밀을 사서 일주일간 먹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캄보디아를 방문해 밥과 물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도 박탁당한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자비의 손길을 뻗어야 할 때입니다.”

최근 법정 스님 상좌를 둘러싼 갈등이 화제에 오르자 스님은 “절에 들어온 지 40년인데 몸에 밴 습(習)이 문제다. 혼자 살아 철이 덜 든다. 고집이 아집, 아만(我慢)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수행자인 만큼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 스님은 5대 결사에 대한 중간평가를 부탁하자 한마디로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최근 정부와 종교계의 갈등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정치인의 종교는 정치고, 경제나 교육계 인사의 종교는 경제와 교육입니다. 정치인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은 채 표를 구하려고 종교계를 기웃거리거나 종교인이 정치판 주변에서 손을 벌리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모든 일에는 각각의 원칙에 맞는 자기 할 바가 있는 법입니다.”



주간동아 2011.05.02 785호 (p58~59)

  • 김갑식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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