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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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5 · 9 대선 최후 승자 가를 고차방정식

문재인 × 2030 투표율 + 홍준표 × 보수(TK + PK + 충청) 결집력 + 심상정 × 지지율 상승률 =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5-04 17: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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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대선은 10년 전 치른 2007년 대선 결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두 사람이 야권 지지층을 등에 업고 집권을 위해 경쟁하던 모습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0년 만에 집권을 원하는 야권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나눠 받고 있는 현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누리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경쟁하는 모습은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문국현 후보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참여정부 때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 뿌리를 둔 인사들이 열린우리당 해체 후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으로 분화한 모습이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뉜 현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10년 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지금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역할과 겹친다. 다만 통합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정의당이 과거 민주노동당의 인적 구성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지역 대결구도 회귀 조짐

    과연 이번 5·9 대선이 10년 전 17대 대선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일단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민심은 17대 대선 결과처럼 ‘1강-2중-2약’ 구도를 보이는 듯하다. 5월 1일과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가 42.4%로 압도적 격차를 보이며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홍준표, 안철수 두 후보 지지율은 18.6%로 동률을 이뤘고 심상정 후보 7.3%, 유승민 후보 4.9% 순이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도 존재한다. 2위와 3위 후보 간 우열이 아직 분명하지 않고, 4위와 5위 후보가 10년 전과 다르다. 특히 심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7년 대선과 유사하지만, 그래도 당시 결과와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몇 가지 변수가 대선 투표일까지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에 비해 지역구도가 많이 희석됐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영호남 대결구도가 사라졌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국민의당이 큰 몫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지세를 양분하면서 영호남 대결구도가 성립하기 어려운 대선지형이 만들어졌다.

    호남 지지세가 나뉘면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의 결합 등 영남의 결속력도 함께 느슨해졌다. 바른정당 출현이 그 신호탄이었다. 유승민 후보와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등을 제외하고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대부분 수도권과 PK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으로 만들어진 지금까지 대선지형이 대선 투표일을 일주일 앞두고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12명이 자유한국당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집단 탈당했기 때문. TK+PK의 전격적 결합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내용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우리는 이제 남이다’라며 갈라섰던 모습에서 ‘우리가 남이가’로 가까워질 가능성이 생겼다.

    바른정당 의원의 집단 탈당이 과거 구여권에게 유리한 TK+PK 연합의 대선지형을 만드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결집 이면에는 지역연합의 밑그림이 함께 그려질 개연성이 있다.

    5월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는 PK지역에서 30.8% 지지율을 기록해 31.8%를 획득한 문재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8일과 19일 엠브레인 조사 때는 PK에서 문재인 33.5%, 안철수 32%, 홍준표 18.8% 순이었다.

    열흘 사이 PK에서 홍 후보 지지율이 12%p 상승한 데 반해, 문 후보 지지율은 1.7%p 하락한 것이다.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집단 탈당한 뒤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후 PK지역 유권자 민심이 어떻게 요동치느냐에 따라 실제 득표율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두 번이나 지역 출신의 독자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했던 충청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도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다. 역대 대선에서 당락을 가른 변수 가운데 하나가 ‘충북 표심’의 향배였다.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의 중앙에 세로로 서 있는 충북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대선 판세가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DJP 연합으로 치른 1997년 대선 때는 호남+충청 연합으로 DJ 지지율이 올라갔고, 2002년 대선 때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힘입어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이후에는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가 충북에서 우위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충북 표심은 누구에게로 향할까. 충북만 따로 떼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전·충청·세종 등 충청권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4월 18월과 19일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충청권 지지율은 문재인 41.2%, 안철수 30.1%, 홍준표 9.1% 순이었다. 그러나 5월 1일 조사에서는 문재인 39.1%, 홍준표 21.4%, 안철수 21.2%로 나타났다.

    PK에서와 마찬가지로 충청권에서도 문 후보 지지율은 조금 하락했고, 홍 후보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PK와 충청에서 안 후보 지지율 상당 부분이 홍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홍 후보 상승세가 안 후보 지지율 잠식에 머물 것이냐 여부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침묵 모드에 들어간 이른바 ‘샤이 보수’ ‘샤이 실버’ 세대가 오랜 침묵을 깨고 홍 후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투표 의향과 실제 투표의 상관관계

    5·9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 분포를 살펴보면 60대 이상 고연령층 유권자가 사상 최초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세분해 살펴보면 60대가 546만7990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89%를 차지하고, 70대 이상이 487만4401명으로 11.49%에 이른다. 즉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24.38%에 이른다(표 참조).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역대 대선 때마다 평균 투표율 이상을 기록하며 대선후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2007년 대선 때는 76.3% 투표율을 기록해 전체 평균 63%보다 13.3%p 높았고, 2012년 대선 때도 80.9% 투표율로 평균 75.8%보다 5.1%p 더 많이 투표에 참여했다.

    유권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이번 대선에서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당선인 윤곽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5월 1일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 응답자는 홍준표 37.3%, 안철수 28.2%, 문재인 18.7% 순으로 지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10일과 11일 실시한 유권자 투표 참여 의향 조사에서 60대 이상 고연령층 유권자는 60대 84.7%, 70대 이상 84%로 평균(82.8%)보다 더 높게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번 대선은 20대와 30대 등 청년층의 투표 의지가 과거 대선에 비해 높다. 2007년 대선 때 20대 투표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2%에 그쳤고, 30대 역시 55.1%로 전체 평균 투표율인 63%를 밑돌았다. 그에 비해 당시 50대(76.6%)와 60대 이상(76.3%) 투표율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12년 18대 대선 때도 20대와 30대 투표율은 각각 69%, 70%를 기록해 전체 평균 75.8%를 밑돌았다.

    그러나 5·9 대선을 앞두고 20대와 30대의 투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참여 의향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9명 가까이(88.1%)가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고, 5명 중 4명 이상(82.8%)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정 세대 쏠림 현상 없이 전 세대가 고르게 투표 의향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대선 때는 선거 전 실시한 투표 의향 조사에서 20대(74.5%)와 30대(71.8%)가 평균(79.9%)에 미치지 못했고, 50대(82.8%)와 60대 이상(91.5%)의 투표 의지는 평균을 넘어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 참여 의향 조사 결과가 전 세대에 걸쳐 80% 이상으로 고르게 나타난 것은 지금까지 나온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이 곧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에만 답하고 실제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 비율이 세대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실제 역대 대선 때마다 20대와 30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에 대해서는 낮은 투표율을 감안해 득표율을 예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별 투표 참여 의향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어 ‘여론조사 결과=실제 득표율’이 되리란 예상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는 “역대 대선에서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득표율을 어느 정도 반영해왔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별 실제 득표율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는 기간에도 각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실시한다”면서 “투표일 3일 전 조사와 실제 득표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역대 대선에서 입증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 역시 공표가 금지되기 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투표일 3일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득표율에 더 근접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심상정 지지율에 연동된 문재인 지지율

    5·9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칠 또 다른 변수는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다. 심 후보는 여섯 차례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국민적 호응이 가장 높았다. 심 후보 지지율은 TV토론을 할 때마다 조금씩 올랐고, 마지막 TV토론 후에는 두 자릿수 지지율에 근접했다. 4월 30일과 5월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심 후보는 9.8% 지지율을 기록했다.

    심 후보 지지율 상승은 심 후보 개인에게 의존한 바가 크지만, 진보 진영의 분화로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지지’ 의사를 밝혔던  진보 성향의 유권자 일부가 심 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문 후보 지지율은 심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는 동안 정체되거나 일부 하락했다. 심 후보가 9%대 지지율로 올라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39.7%를 기록했고, 심 후보가 9.1% 지지율을 획득한 메트릭스 조사(4월 30일~5월 2일)에서 문 후보는 39.2% 지지율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5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에 집중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정의당 지지는 다음 선거에서 해도 괜찮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우 위원장은 “심상정 후보가 우리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 양상을 띠고 있어 현재 여론조사 추이만 보면 (문 후보 당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혹시 문 후보가 당선할 것이 확실하니 놀러 가자거나, 문 후보가 여유가 있으니 이번엔 진보정당 후보에 투표하자는 흐름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당부했다. 

    “문 후보 지지율이 사실상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지율 추가 상승 요소가 만만치 않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는 여유 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선거 막판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지층에 호소하고자 한다. 문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 개혁 동력을 만들어주기를 부탁드린다.”

    문 후보와 심 후보가 지지율을 둘러싸고 시소게임을 벌이는 사이 홍 후보가 샤이 보수, 샤이 실버를 결집해 조용히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정치를 ‘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여론조사는 주권자 국민의 표심을 샘플을 통해 살펴보는 임시방편일 뿐, 그 자체가 주권자의 최종 선택은 아니다. 주권자의 뜻은 오로지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의 최종 선택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깜깜이 선거,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현행 선거법은 투표일 전 6일부터 여론조사 실시 결과를 보도 ·  공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 실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도  ·  공표를 할 수 없어 일반 국민이 시시각각 달라진 표심을 공식적으로 접할 길이 막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비공식,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 지표가 흘러 다닐 개연성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특정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는 정보를 집중적으로 흘려 상대 후보 지지자에게 ‘당신이 한 표를 던져도 사표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조장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저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막으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열세에 놓인 후보가 ‘자신이 앞선 후보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당신이 한 표만 도와주면 내가 당선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여론조사 보도  ·  공표 금지가 갖는 이 같은 취지에도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 조작 시도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5  ·  9 대선 역시 6일 동안 민심의 지표를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SNS 등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SNS 등을 통해 유포되는 허위 여론조사 결과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TV토론과 선거 공보물 등을 참조해 소신 투표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출처가 불분명한 ‘카더라’식 여론조사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선거운동 기간 후보와 캠프가 쏟아낸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참고해 소신 투표를 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민주시민이자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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