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2010.12.27

거시기 전북의 향기가 진하구먼

‘전북의 재발견’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12-27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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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기 전북의 향기가 진하구먼

    김규남·최기우 외 지음/ 전라북도/ 모두 6권

    양팔로 들어 올려도 허리가 휘청한다. 새하얀 표지와 각 잡힌 디자인이 돋보이는 묵직한 책 묶음이 도착했다. 전라북도가 2008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전북의 재발견’ 시리즈. ‘맛, 소리’(2008년)와 ‘쌀, 길’(2009년)에 이어 2010년 ‘말, 흥’을 더해 모두 6권으로 묶여 나왔다. 전라북도가 발간하는 책이지만 그저 그런 홍보 책자가 아니다. 전북의 말과 흥의 정수에 가닿겠다는 기세와 정성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정보는 물론 사진과 글에도 품격을 더해 소장가치도 높다.

    “전북지역 말의 대표선수를 뽑자면 ‘너 참 거시기 허다잉’이 빠질 수 없다. 전라도 사람에게 ‘~잉’은 이미 몸에 배어 있어 자기도 모르게 말끝마다 튀어나온다. 그래서 다른 지역 나들이라도 할 판이면, 그만 그 ‘~잉’ 때문에 전라도 사람임을 드러내고 만다. ‘~잉’은 전라도 사람이면 누구나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쓰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잉’을 아무 때나 쓰는 것은 참 ‘거시기 헌’ 일이다.”

    ‘말’ 편은 다른 지방에 비해 생소한 전북의 말맛을 담고 있다. ‘전북 말의 특징’ ‘전북 말의 미학’ ‘문학 속의 전북 말’ ‘생활 속의 전북 말’ 등 5개 뼈대로 구성됐다. 전북 말의 특징과 미학을 살피고, ‘되살리고 싶은 말 100선’을 부록으로 실었다. 100선에는 새똥빠지다(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 느낌이 들다), 자올자올(졸려서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는 모양), 대처나(아닌 게 아니라), 아까막새(조금 전에), 쌉소롬하다(조금 쓴맛이 있다) 등이 포함됐다.

    전북지역 작가들의 작품에 깃든 사투리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명희의 ‘혼불’. 남도에서 온 주인공 콩심이가 사투리로 “고렇코롬? 그거이 무신 말이여? 긍게, 그렇게, 그 말이냐? 느그 동네는 그 말을 그렇게 허냐?”라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난다. 채만식, 조정래, 윤흥길, 최일남 등이 전북 고유의 리듬과 울림을 고려해서 쓴 주옥같은 문장들을 소개한다. 전주대 김규남 교수를 비롯한 국어학자, 시인, 언론인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흥’ 편은 전북의 풍류와 축제를 흥감 넘치는 글로 담아냈다. ‘흥의 정의’ ‘흥의 현장’ ‘흥의 명인’ ‘흥의 일상’ 등 4개의 주제에서 전북의 흥을 풀어낸다. 명인들을 인터뷰한 ‘흥의 명인’이 특히 돋보인다. 흥이 인생이 돼버린 부안농악 나금추 명인, 남원농악 유명철 명인, 정읍농악 유지화 명인, 순창 금과들소리 이정호 명인, 상여소리꾼 박일동 명인의 운명 같은 인생사가 시원시원한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평생 신명으로 살아온 그들의 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멋과 풍류의 땅, 예향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북의 축제와 놀이문화다. 예부터 잔치는 노래와 춤으로 어울렸다. 노래와 춤은 잔치마당에 모인 사람들이나 잔치마당을 베푸는 사람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쌓인 힘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상고시대 제천의식을 뿌리로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왔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가무음곡. 마한과 백제의 후예인 이 땅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최고의 솜씨다.”

    사계절 내내 쉼 없는 전북의 축제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정체성과 고유성이 살아 있는 특별한 축제들. 전주 한지문화축제, 단오제·음식문화축제, 군산 세계철새축제, 익산 서동축제, 정읍 황토현동학축제, 남원 춘향제, 김제 지평선축제, 완주 대둔산축제, 진안 마이산축제,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 순창 장류축제, 고창 모양성제 등 때맞춰 열리는 축제가 수십 가지다.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가 감수를 맡았고, 극작가 최기우 씨를 비롯한 언론인과 문인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전라북도 홍보기획과는 3년 전부터 꾸준히 ‘전북의 재발견’ 시리즈를 준비해왔다. 각 테마에 맞는 현장 취재와 촬영을 기본으로 전문 필진들이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살아 있는 전북의 맛, 소리, 쌀, 길, 말, 흥을 되살릴 수 있었다. 전라북도는 앞으로 영화, 문학, 자연, 사람 등 6권을 더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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