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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의료수가 인상은 대국민 기만 행위

건강보험정책심의委 ‘병·의원 수가 페널티 의결’ 내부문건 입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2011년 의료수가 인상은 대국민 기만 행위

2011년 의료수가 인상은 대국민 기만 행위


2011년 건강보험료가 5.9% 또 오른다. 이 중 2.95%는 각 기업이나 국가가, 나머지 2.95%는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가 지난해보다 더 내야 할 몫이다. 2010년 매달 15만 원가량을 낸 샐러리맨은 2.95%만큼 인상된 5000원 정도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며, 기업이 내는 5000원을 합쳐 월 1만 원가량을 추가 부담한다. 건강보험료는 인상이 동결된 2009년을 제외하고 2007년 6.5%, 2008년 6.4%, 2010년 4.9%, 2011년 5.9%로 거의 매년 올랐다.

2010년 4.9% 올려 걷고도 엄청난 적자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201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1조3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보험료가 6.4% 오른 2008년에는 1조3700억 원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동결된 2009년에도 32억 원의 적자에 그쳤다. 그런데 2010년에는 4.9%만큼 보험료를 더 걷고도 엄청난 적자를 냈다.

이러한 결과는 2010년 한 해 동안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탄 국민이 그만큼 많았거나, 아니면 의료비 지출 중 어딘가로 새는 비용이 있다는 얘기다. 의료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약품비다. 여기에는 순수한 약값뿐 아니라 의사가 받는 진료비용, 약품 조제비용 등이 포함된다. 2010년 건강보험 재정지출 30조 원 중 약 30%가 약품비였다.



이 대목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과 기업들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국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을 메워줬는데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병·의원 등은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가, 또한 그렇게 해서 개인에게 돌아오는 의료 혜택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먼저 병·의원에서 달라지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심의·의결 기관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2010년 11월 22일 “2011년 건강보험료를 5.9% 인상하는 한편, 병·의원에 지불되는 의료수가를 의원급은 2.0%, 병원급은 1.0%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료수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공단)과 환자가 의사, 약사 등에게서 의료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의료수가의 인상률은 건강공단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등 사용자단체와 먼저 협상한 뒤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정도, 서비스 제공자의 소득, 물가상승률 같은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건정심의 최종 심의를 거쳐 의결된다. 건정심은 정부(8명), 사용자단체(8명), 가입자단체(8명) 대표 등 모두 24명으로 구성된 복지부 장관 자문 및 의결기구로, 건강공단과 각 사용자단체 간의 협상에서 계약이 체결되면 그것을 그대로 의결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 자체 합의로 심의·의결한다.

2009년 11월, 2010년 건강보험료의 4.9% 인상을 결정한 건정심은 2010년 의원급과 병원급의 의료수가 인상률을 각각 3.0%, 1.4%로 심의·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 ‘주간동아’가 확인한 결과, 그 결정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2010년도 제1차 건정심 부의안건(2010년 1월 26일)’ 문건에는 ‘병원과 의원의 노력에 의한 2010년 약품비 4000억 원 절감을 전제로 의원 3.0%, 병원 1.4%, 수가 인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2010년 한 해 동안 병·의원이 의료수가가 늘어난 만큼 약품비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문건에는 ‘약품비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달성액의 50%를 2011년 의료수가에 반영한다’고 못 박았다. 약품비 절감을 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병·의원에 가할 페널티를 자세히 명시했다. 문건에는 또 ‘2011년 수가 계약이 체결될 경우에는 체결된 인상률을 기준으로 (페널티 인하율을) 계산하고, 수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병원 1.2%, 의원 2.7% 인상률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수가 인하 페널티를 줄 때 그 기준이 되는 표준 인상률까지 미리 결정해뒀다.

2011년 의료수가 인상은 대국민 기만 행위

(왼쪽)2010년 의료수가 인상 관련 보건복지부 문건. 수가 인상과 관련된 전제 조건과 페널티에 대해 적혀 있다. (오른쪽)약품비 4000억 원 절감이라는 국민과의 합의를 지키지 못하고도 2011년 의료수가를 또 올린 병·의원. 과연 의료 서비스의 질은 얼마나 나아질 것인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국민과의 약속

과연 병·의원은 약속대로 2010년 한 해 동안 4000억 원의 약품비를 줄였을까. 복지부 보건정책과 측은 이에 대해 “병·의원급 모두 약품비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간동아가 당시 건정심에 참여한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복지부가 2010년 10월 15일 건정심에 공개한 약품비 절감목표 미달성 시 의료수가 페널티 인하율은 의원급 -1.5%, 병원급 -1.36%였다. 건정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시 복지부는 이상하게도 약품비 절감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페널티 인하율만 공개했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가 건정심에 공개한 페널티 인하율대로 계산하면(의료수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2011년 의료수가 인상률은 의원급의 경우 ‘2.7-1.5=1.2%’가 돼야 하고 병원급은 ‘1.2-1.36=-0.12%’로 오히려 마이너스 인상률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2010년 11월 22일 건정심은 2011년 의료수가 인상률을 의원급은 2.0%, 병원급은 1%로 결정했다. 2009년 11월 건정심에서 심의·의결된 ‘4000억 원 약품비 절감을 전제로 한 의료수가 인상’ 약속과 ‘약품비 절감 목표 미달성 시 페널티 적용’ 결의는 한낱 종이쪽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은 가입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 정부 대표의 합의기구다. 동일한 내용이라 해도 합의만 이뤄지면 결의된 내용도 바꿀 수 있다. 건정심 심의·의결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시 건정심 참석자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수가 협상 최종 시점인 2010년 10월 18일 갑작스럽게 페널티 인하율을 3일 전인 10월 15일 발표한 인하율보다 의원급은 0.5% 깎고(-1.5→-1.0%), 병원급은 0.46%(-1.36→-0.9%) 줄였다. 건정심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가 페널티 인하율을 줄인 근거를 수치로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병협과 최종 합의된 인상률 1.0%를 보니, 복지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의료수가 4.3% 인상을 요구했던 병협은 협상 최종 시점인 10월 18일 밤에 이르러 건강공단에 1.9% 인상을 요구했는데, 여기에서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페널티 인하율 -0.9%를 빼면 최종 합의안인 1% 의료수가 인상안이 나온다는 얘기. 보건시민단체 출신 건정심 관계자는 “복지부가 병협과의 수가 협상을 제 시간에 이뤄내고자 페널티 인하율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의원급의 경우는 의협이 건강공단과의 협상을 통한 수가 체결에 실패했기 때문에 페널티를 적용할 인상률 기준을 2.7%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적용한 페널티 인하율 -1.0%를 적용해도(2.7-1.0=1.7%) 건정심이 의결한 수가인상률 2%보다 0.3%나 적게 나온다. 약품비 미절감에 따른 페널티 인하율은 아예 건정심 의료수가 결정과정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는 5.9% 인상, 급여 확대는 1%

2011년 의료수가 인상은 대국민 기만 행위

건강보험재정 지출의 30%를 차지하는 약제비. 과연 적정하게 지불되고 있는 것일까?

건강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일반 국민들의 궁금증은 ‘가입자인 국민과 기업이 2011년에 5.9%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대신 어떤 혜택을 받게 되느냐’에 집중된다. 보험료 인상 배경과 관련해, 복지부는 인상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12월 21일 “인구고령화와 소득증가 등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내년 장애인, 신생아, 중증질환 지원 확대를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건정심의 결정에 따라 2011년에 보험급여 확대에 쓰일 예산은 3319억 원 규모. 총 건강보험 재정이 30조 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1% 정도의 재정만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에 쓰이는 셈이다.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건강보험 재정은 2조 원이 넘는 돈을 확보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돈을 2010년에 생긴 1조3000억 원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가 밝힌 2011년 건강보험료 당기 재정적자 규모는 5000억 원 선으로, 건강보험료를 5.9% 인상해도 그 정도의 당기적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적자분마저 흑자 재정으로 갚고 나면 2011년 연말에 남는 건강보험 재정흑자분은 2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보건사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의사)은 “국민에겐 5.9%씩이나 건강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의원에겐 약품비를 못 줄이면 의료수가를 깎겠다고 한 약속도 폐기한 채 2%씩이나 의료수가를 올려주면서, 국민의 의료보장성 강화에는 단 1%의 재정만 사용하겠다는 건정심의 결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며 “2조 원이 넘는 흑자 재정은 당연히 건강보험 급여 확대나 보장성 개선을 통해 국민에 되돌려주는 게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참의미”라고 공박했다.

이번 건정심의 결정사항 중에는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분이 또 있다. 2011년 7월부터 대학병원 외래를 찾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키로 한 것. 정부는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 의원급에서 진료를 받도록 유도해 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로 이런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에선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기는커녕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는 “2009년 7월에도 한 차례 인상을 했는데 외래를 찾는 환자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 측은 “전국 대학병원 의료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위 빅5 병원은 본인부담금을 인상한 뒤 수익률이 더 올라갔다”고 그 효과에 의문을 표시한다.

경실련 김태현 사회정책팀 국장은 “건정심에 참여한 일부 가입 자측 대표들이 2009년의 약품비 절감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병·의원의 의료수가 인상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인 데는 가입자 측이 제안한 총액예산제 도입을 포함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논의에 정부가 긍정적으로 나서겠다는 약속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서화된 것이 없다’며 논의를 회피하지만 말고, 지금이라도 건강보험 지출의 낭비적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진료비 상한제 등 지불제도 개편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0.12.27 768호 (p20~2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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