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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검색당하는 내 인생, 숨소리까지 마녀사냥 01

숨소리까지 마녀사냥을 어쩌나

SNS와 포털서 도 넘은 정보 유출…성인 60% “신상 노출 걱정, 글 안 올려”

숨소리까지 마녀사냥을 어쩌나

숨소리까지 마녀사냥을 어쩌나
“조만간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SNS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일탈과 결별하기 위해서 말이다.”

2010년 8월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1세기 뉴 빅브라더’ 구글의 CEO도 인정할 만큼 SNS와 포털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은 도를 넘었다. 2010년 한 해만 해도 ‘삼성 혼빙(혼인빙자)남’ ‘고양이 폭행녀’ ‘경희대 패륜녀’ ‘지하철 폭행남’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이의 신상이 인터넷에 모두 공개됐다.

“구글링은 범죄가 아니다” 안일한 생각

“기사에 연예인 이니셜이 나오면 기사 검색으로 추측을 해보고, 장난삼아 구글에서 남자친구 아이디나 이름을 검색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대상이 될 줄은 몰랐죠.”

얼마 전 K씨(25)는 ‘누리꾼 수사대’에 의해 개인신상정보가 낱낱이 공개됐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 남녀차별 및 군복무 가산점 관련 논쟁에 참여한 것이 화근이었다. 상대방이 “사과하지 않으면 모두 공개하겠다”며 보낸 e메일에는, K씨의 아이디와 e메일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알아낸 이름, 집주소, 학교, 전화번호 등이 있었다. K씨가 3년 전 한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렸던 경품 신청글, 외국어 라디오 홈페이지에 올렸던 사연, 대학시절 조 발표 준비를 위해 가입했던 싸이월드 클럽 등에서 K씨에 관한 기본 정보를 확보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K씨가 대학 1학년 때 잠깐 나갔던 동아리 카페까지 뒤져 바닷가에서 찍은 수영복 차림 사진을 찾아냈다. K씨는 “이후로는 마치 등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고 길을 걸을 때도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며 “가입했던 모든 커뮤니티와 SNS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K씨가 겪었던 일이 이제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주간동아’가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 코리아’에 의뢰해 2010년 12월 20~21일 전국 5대 도시 20~4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인 140명이 “블로그, 홈페이지, SNS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당하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많아지다 보니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2010년 11월 고려대에선 초유의 ‘총학생회 탄핵 투표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제43대 총학생회는 ‘학내 강의평가 사이트’에 등록된 학생들의 개인 아이디, 학번, 이름 등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공유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고려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일을 하고 싶다”라는 글이나 “음경확대 수술이 받고 싶다” 등 눈길을 끄는 댓글이 있으면 그 학생의 아이디, 학번, 이름, 학과 등을 파악해 공유했다.

무심코 올린 정보에 인생이 흔들려

학내 불만이 커졌지만 11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총학생회 측은 “인터넷상에 공개된 정보를 가져오는 ‘구글링 행위’는 방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임기 만료를 이유로 총학생회장직을 사퇴하지 않아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고려대 문과대학 한 교수는 “한 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까지 불법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대포폰’이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고 배운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비일비재해지자 아예 SNS나 블로그,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마저 생겨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9.2%(296명)가 “자신의 신상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역으로 자신의 신상을 스스로 털어 정보를 삭제하거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전화(국번 없이 118)나 홈페이지(www.kisa.or.kr)를 통해 개인정보 삭제 신청을 하기도 한다. ‘안티SNS족’인 회사원 장모(28) 씨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하지 않아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은 들지만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혁명에 이은 모바일 혁명은 인류에게 시공간을 뛰어넘는 자유를 안겨다주었다. 하지만 이런 개방성이 지금은 부메랑이 돼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하고 있다. 무심코 온라인에 올린 개인정보가 오프라인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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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0.12.27 768호 (p28~30)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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