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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판·검사 직행 마지막 티켓 다툼

사법연수원생들에 로펌 인기 시들…판사는 150등, 검사는 300등이 커트라인

판·검사 직행 마지막 티켓 다툼

판·검사 직행 마지막 티켓 다툼
2011년 서울 지역 검사 임용이 예정된 제40기 사법연수원생 A씨는 사법시험(40%)과 사법연수원 성적(60%)을 합친 ‘법원 성적’이 200등대. 입소 당시 그는 판사를 지망했으나, 최종 결정 때는 검사직을 지원했다. 2011년 판사 임용 커트라인이 150등으로 2010년 190등보다 40등 가까이 올라 그의 성적으로는 합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올해 기준으로 보면 내 성적이 검사직 지원자 중 최상위권이 아니라 어쩌면 지방에 임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2월 퇴소를 앞둔 제40기 사법연수원생들의 직업 찾기가 한창인 요즘, 유독 판·검사직 지원이 늘었다. 사법연수원생들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판사직에 임용되려면 법원 성적이 150등 안에 들어야 한다. 2008년 커트라인이 210등, 2010년 190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소 40등 이상 올랐다. 검사직도 작년에는 320등까지 합격 막차를 탔지만, 올해는 300등도 불안하다.

거액 유혹 뿌리치는 상위권 연수생들

이는 최근 5년간 사법연수원에 불었던 ‘로펌 열풍’을 떠올리면 다소 의아한 결과다. 2009년 졸업한 제38기 사법연수원생 중 공동 수석을 차지한 김병필 씨와 사법시험 수석합격자 박정은 씨가 동시에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택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의 상위권 연수생이 김앤장, 태평양, 율촌, 광장 등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 2010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 신임검사가 1990년 49%(70명 중 34명)였던 것에 비해 2009년 21%(117명 중 24명)로 줄었다”며 “학벌과 실력을 겸비한 사법연수원생들이 대거 로펌에 진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로펌들은 우수한 사법연수원생 확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각종 채널을 동원해 대외비인 사법연수원생 1년 차 성적을 알아낸 후 상위권 연수생에게 거액 연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조기 스카우트를 하기도 했다. A씨는 “대형 로펌의 경우 1년 차 한 달 월급이 800만 원 이상, 연봉으로 따지면 세후 1억 원 가까이 된다. 그에 비해 판·검사는 월급이 25~30%인 데다 발령이 나면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생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로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위권 중에서 로펌 등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줄면서 판·검사 임용 커트라인이 유난히 높아졌다. 상위 30위대 성적으로 판사직을 지원한 B씨는 “사실 다수의 대형 로펌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거액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고 상위권 연수생들이 판·검사를 선택하는 큰 이유는 2012년 이후 매년 2000명씩 사회로 쏟아질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로펌, 법률사무소 등에 취직하면 취업난이 가중됨은 물론이고, 법률 전문가가 증가하는 만큼 사건 수임료도 낮아진다. 게다가 2009년 9월부터 외국법자문사법이 시행된 데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영미계 로펌이 대거 국내에 진입할 예정인데 이렇게 법률 시장이 개방돼 초대형 해외 로펌이 국내로 들어오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검사 임용 예정인 C씨는 “본래 변호사 지망이지만 내후년부터 변호사 시장에 격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일단 변동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시장이 진정된 후에 변호사로 개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법연수원 수료 예정자들의 갑갑한 현실을 들려줬다.

“매년 1000명의 사법연수원생이 배출되는 지금도 500등이 넘으면 대기업 법무팀 취업조차 어려워 개인 사무실을 열거나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 월급을 받고 고용됩니다. 대형 로펌에 비해 임금도 적고, 판·검사보다 직업의 안정성도 떨어지죠. 그런데 로스쿨 졸업생들 때문에 시장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 정말 어렵게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메리트가 전혀 없을 거예요.”

판·검사 직행 마지막 티켓 다툼

12월 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앞 대운동장에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3000여 명이 조건부 자퇴서를 제출했다.

로펌의 과도한 업무가 싫어서 법관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B씨는 “선배들에게 ‘김앤장에 가면 월급이 많기도 하지만 월급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이 절로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로펌에서는 경쟁도 치열하고 직접 사건을 ‘물어오는’ 영업까지 해야 한다. 로펌에서 성공하려면 단순 업무 이상의 두뇌 플레이가 필요한데, 이미 치열한 경쟁은 많이 겪었으니까 돈은 좀 덜 받더라도 검사직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역시 판사 임용을 앞둔 D씨는 “결혼하고 애를 키우면서 하기에는 로펌보다 검사 쪽이 훨씬 낫다. 과도한 업무에 치여 살기보다는 여자로서 행복도 느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경력 없이 판사 되는 건 2012년이 마지막

한편 변호사 경력 없이 바로 판·검사로 임용되는 것은 201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41기(현 사법연수원 1학년)가 마지막이다. 2009년 3월 도입된 로스쿨은 2012년 2월 첫 졸업자를 배출하지만 구체적인 판·검사 임용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올 3월 “2013년부터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졸업자를 판사로 곧바로 임용하지 않고 최소 2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2013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42기는 재판연구관 등 최소 2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쌓아야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다. 201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고려대 E씨는 “경력을 쌓은 후 법관으로 임용되면 업무에 도움은 많이 되겠지만, 42기부터 한순간에 임용 조건이 바뀌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법학 수업 3년 듣고 온 로스쿨 출신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선배들이 가진 판·검사 임용 ‘특권’도 놓치다니. 우리야말로 저주받은 세대죠.”

로스쿨 졸업생 75% 변호사 합격 결정

“국내 법률시장 포화로 많다 vs. 법률시장 개방 대비엔 부족”


로스쿨생 3000명이 “자퇴도 불사하겠다”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등과 첨예하게 맞섰던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변협의 요구안(50%)과 로스쿨의 요구안(90%) 중간 지점인 입학정원 대비 75%로 결정됐다. 즉, 2012년 초 졸업하는 로스쿨 1기생 2000명 중 1500명은 내후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됐다. 변협은 11월 말 공청회에서 “2020년에는 국내 변호사 수가 2만 명 선을 넘어선다. 국내 법률 시장도 포화상태”라며 입학정원 50% 합격을 제안했다. 이에 “정원 대비 80~90% 합격 보장”을 요구해왔던 로스쿨 관계자 및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대 로스쿨 조국 교수는 “미국은 변호사 1인당 인구가 268명이지만 한국은 5891명”이라며 “3~5년 내 법률 시장이 개방되면 한국 변호사 수가 무의미해진다. 다양한 경험과 전공을 가진 변호사가 다량 배출돼야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변협을 비판했다




주간동아 2010.12.13 766호 (p56~57)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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