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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의욕만 앞세웠다 “이럴 수가!”

2022 월드컵 유치 명분도 실력도 없어 실패…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과제

월드컵 의욕만 앞세웠다 “이럴 수가!”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다. 2002년 이후 두 번째 개최를 노렸던 한국은 12월 3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카타르에 밀려 개최권을 따지 못했다. 사상 처음으로 2개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선정한 이번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투표에서 2018년은 러시아, 2022년은 카타르가 개최권을 손에 넣었다. 2018년은 유럽 5개국 간 경쟁이었고, 2022년은 한국, 호주, 일본, 카타르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 5개국이 맞붙었다. 한국은 3차 투표에서 카타르와 미국에 밀려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한국의 탈락 일본이 결정적 역할

투표 과정을 살펴보면 러시아와 카타르가 경쟁 국가들을 압도했음을 알 수 있다. 22명 FIFA 집행위원의 투표로 진행된 이번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과반인 12표를 받은 국가가 개최권을 얻는 방식이었다. 반수 이상 득표한 국가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적은 표를 획득한 곳을 제외하고 재투표를 실시한다. 뚜껑을 열었더니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러시아와 카타르의 압승이었다.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는 두 번만에 끝났다. 영국(잉글랜드)이 1차에서 탈락하고 러시아는 2차 투표에서 집행위원의 반수 이상인 12표를 받았다. 스페인-포르투갈 연합이 7표를 받으며 선전했지만 러시아는 일찌감치 승리를 거머쥐었다.

2022년은 마지막 4차 투표까지 진행됐지만 사실상 카타르의 승리나 다름없었다. 카타르는 1차에서 11표, 2차에서 10표, 3차에서 11표 등 거의 과반을 유지했다. 미국과 맞붙은 마지막 투표에서 카타르는 14표를 얻었다. 러시아와 카타르가 일찌감치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투표 과정을 보면 한국의 탈락에 일본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2차 투표에서 카타르가 10표, 미국이 5표, 한국이 5표, 일본이 2표를 받았다. 2차 투표에서 탈락한 일본이 받은 2표가 3차 투표에서 카타르와 미국에 1표씩 갔다. 결국 한국은 3차 투표에서 5표에 그쳐 6표를 받은 미국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차 투표에서 자국을 지지했던 일본의 오구라 준치 FIFA 집행위원의 표가 미국이나 카타르로 향한 것이다. 철저하게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까닭에 일본이 누구에게 표를 줬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 일본이 카타르를 지지했음이 드러난다.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기 10일 전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에서 4명의 아시아대륙 FIFA 집행위원(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함맘, 한국의 정몽준, 일본의 오구라 준치, 태국의 워라위 마쿠디)은 아시아 연대를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에 따라 일본은 카타르를 선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2011년 1월 6일로 예정된 AFC 총회에서 실시하는 새로운 FIFA 집행위원 선출이다. 일본은 나이 제한에 걸린 오구라 준치 대신 새로운 후보를 등록시켰다. 일본은 차기 FIFA 집행위원을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모하메드 빈 함맘이 AFC 회장직을 맡고 있는 카타르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견제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될 당시로 돌아가 보자. 일본은 일찌감치 대륙별 개최 원칙에 따라 아시아 대륙에 할당된 2002년 월드컵 유치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뒤늦게 유치를 선언했고, 정몽준 FIFA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가(家)와 정부의 후원으로 일본을 추격했다. 결국 2002년 월드컵은 투표가 아닌 총회의 결정으로 한일 공동개최가 결정됐다. 당시 아벨란제 FIFA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일본은 다 잡았던 월드컵 단독 개최를 놓쳤다. 그러니 2022년 단독 개최를 노리는 한국에 표를 줄 리가 만무했다.

한국의 실패 원인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월드컵을 개최하려는 명분이 부족했고, 투표에 앞서 벌어진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경쟁국의 분석에 실패, 판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몽준 부회장 한 사람에게 의존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며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2002년 월드컵 유치 때도 비슷한 명분을 내세웠다. 또한 월드컵 개최지 선정 직전에 터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인식만 줬다.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마지막으로 잡을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도 경쟁 국가들에 비해 성의가 없었다. 무리한 일정에도 박지성 선수까지 불러들였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전체 내용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만 너무 집중됐다. 유명 할리우드 영화감독이 영상을 만든 호주, 화려한 영상을 통해 서아시아의 화합과 이스라엘과의 평화까지 거론한 카타르의 프레젠테이션이 더욱 시선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영상 인터뷰로 집행위원들에게 미국의 월드컵 유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이벤트 전문가 육성 시급

한국유치위원회의 경쟁국 판도 분석도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유치위원회는 카타르를 전혀 위협적인 상대로 예상하지 않았다. 미국과 호주만 집중 견제했다. 카타르는 2차 투표에서 탈락해 한국, 미국, 호주의 3파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한국유치위원회가 예상한 것보다 많은 표를 확보한 막강한 경쟁자였다.

마지막으로 정몽준 부회장에게만 의존한 것도 문제였다. 정몽준 부회장은 동분서주하며 월드컵 유치를 위해 막판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거의 두 달여를 외국에서 체류하며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한 명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2002년 월드컵 유치 당시 현대가 전체가 나서서 유치를 위해 뛰었고, 정부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이번은 2002년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도 적었다.

이번 월드컵 유치 실패를 보면 국민적 공감대와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러시아와 카타르 모두 첫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섰고, 국민적 지지를 받아 모든 힘을 집결했다는 게 증명됐다. 러시아는 푸틴 총리가 나섰고, 카타르는 국왕뿐 아니라 왕비, 왕자들이 총동원됐다. 비록 그들이 돈으로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월드컵 유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일각에선 한국이 동계월드컵 유치에 2차례 실패한 데 이어 월드컵에서도 실패하자 향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 전면에 나설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지만 유치에 실패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어느 정도 로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2002년에 이어 또다시 월드컵을 유치해야 하는 명분이 부족해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정몽준 부회장도 “노력이 부족했다. 월드컵 유치를 위해 국내에서 더욱 뛰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야만 거대 자본을 앞세운 경쟁 상대들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0.12.13 766호 (p38~39)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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