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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지?” 중국 자신감 마음껏 과시

광저우 아시안게임, 그들을 위한 축제 … ‘경제도시로 거듭났다’ 세계에 선언

“잘 봤지?” 중국 자신감 마음껏 과시

제16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광저우(廣州). 중국이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래 최대 수혜지라는 수식에 걸맞게 광저우다우면서 중국다운 모습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의 한 신문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해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아시안게임이 비로소 ‘체육’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논평을 실었다. 그러면서 1990년 9월에 열린 제11회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래 지난 20년간 중국이 각 분야에서 일군 적지 않은 성과와 그 이면을 다소 감격스럽게 서술했다.

주장 삼각주의 눈부신 경제력

사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은 1989년 6월 4일에 발생한 천안문 사태 직후에 열렸던 터라 중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고 치러야 했다. 중국의 인권 분야에 대한 비난은 경제적 제재로까지 이어졌고, 이런 가운데 치르는 행사의 목적이 올곧게 체육에만 놓이기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사용했던 중고 컴퓨터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200대, 복사기 100대 등을 지원받았다는 일화에 비추어보면, 지난 20년간 중국은 천지가 개벽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그런 만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중국인, 중국 정부의 기대와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1월 12일의 개막식과 이후 진행되는 경기의 양상을 통해 중국인들의 이런 마음은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

광저우에 쏠리는 시선의 각도는 다양하겠으나 크게 보면 ‘주장(珠江) 삼각주의 경제력 과시’와 ‘영남(嶺南) 문화의 창의력 표현’으로 압축되지 않을까 싶다. 6년 전부터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온 광저우는 총 1225억 위안(20조5500억 원)을 들여 환경·교통 등 도시 인프라를 재정비했으며, 대회 운영 비용으로 73억 위안, 12개 경기장 시설 및 경기 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63억 위안을 쓰는 등 중국 경제 견인차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개막식 장소로서 세계인에게 위용을 드러낸 주장은 동강(東江), 북강(北江), 서강(西江)이 만나 삼각주(三角洲)를 형성하고 있으며 광저우의 젖줄로 불린다. 경제대국 중국의 양대 경제권역이 창장(長江) 삼각주, 주장 삼각주로 분류될 정도로 주장 유역의 경제성장은 눈부시다.



“중국의 2000년을 보고 싶으면 시안(西安)에 가세요. 중국의 500년을 보고 싶으면 베이징(北京)에, 중국의 100년을 보고 싶으면 상하이(上海)에, 중국의 최근 10년을 보고 싶으면 광둥(廣東)에 가세요.”

중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노래의 가사다.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거론된 광둥. 광둥 성의 성도(省都)인 광저우는 중국 제3의 도시이자 변화하는 중국을 대변하는 도시다. 광저우는 고대로부터 남해무역의 중심지였는데 당(唐)나라 때에는 다수의 이슬람교도와 유대인이 거래를 위해 들어왔다. 5대10국 시대에 남한(南漢) 왕국의 수도였던 광저우는 해금(海禁) 정책을 취한 명(明)나라 때에도 남해제국 조공(朝貢)선의 입항지로 개방됐으며, 청(淸)나라 때에는 구미지역과의 무역을 위해 개방됐다. 개방의 역사로 인해 1841년 아편전쟁 때 영국군의 점령지가 되기도 했으며, 1911년 쑨원(孫文)의 광저우 봉기로 신해혁명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1878년 개혁개방 당시 광저우는 광둥성 선전(深),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집적단지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평균성장률 13.6%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광저우는 지난 10월 ‘포브스(Forbes)’가 뽑은 ‘2010년 중국 최우수 비즈니스 도시’로 선정되며 그동안 줄곧 1위를 달리던 상하이를 제쳤다.

다양함 속의 조화 추구한 개막식

광저우를 휘감은 주장 삼각지는 일반적으로 황허(黃河)가 중국 문명의 유일한 발상지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1980년 고고학 연구 성과에 의거해 창장 중하류 지역과 함께 중국의 3대 문명발상지로 공인된 바 있다. 주장 삼각지는 촉(蜀), 초(楚), 오월(吳越)의 문화를 꽃피운 창장 유역과 함께 남방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흔히 중국을 표현하는 ‘호방하고 보수적’이라는 말이 북방문화를 대표한다면, 남방문화는 ‘섬세하고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북방문화가 ‘대륙(大陸)문화’라면 남방문화는 ‘물(水)문화’라 할 정도로 풍부한 수자원을 근간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남방문화의 특징과 자부심은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통해 충분히 발현됐다. 즉 ‘물의 도시’ 광저우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경기장이 아닌 주장의 모래섬 하이신사(海心沙)에서 막을 올렸으며 “주장을 무대로, 도시를 배경으로(以珠江爲舞臺 以城市爲背景)”라는 구호에 나타나듯 시종 물(水), 배(船), 돛(帆)과 관련된 주제로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다른 국가에서는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의 연장선상에서 문화적 저력을 실제 콘텐츠로 형상화한 것이다.

영남문화로도 불리는 남방문화는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많은 소수민족이 공존하는 조화 및 다양성, 일찍이 대외무역항으로서 얻은 개방성이 여기에 속한다. 혹자는 광저우 중심의 영남지역은 경제적 가치 외에는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오늘의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가장 잘 맞닿아 있는 게 영남문화다. 즉 ‘개방적인 가운데 다양함 속의 조화를 추구하는’, G2로 불리는 중국 자신이 부르짖고 또 세계가 중국에 요구하는 가치를 이번 개막식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광저우가 속한 광둥 성 국민총생산(GNP)은 2007년 2480억 달러로 이미 대만을 추월했으며 1998년에는 홍콩을, 2003년에는 싱가포르를 제친 바 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개최 당시 수세적 상황에서 베이징과 중국을 세계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면, 20년이 지난 오늘 아시안게임을 통해 보여주는 광저우와 중국은 적극적인 정도를 넘어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176명의 남성 무용수가 25만m에 이르는 와이어에 매달려 만들어낸 인간사슬의 형상, 돛 모양의 영상을 표현하기 위해 설치된 총 360km의 전기 케이블, 4만 발의 폭죽, 4800여 개의 조명시설, 개폐막식 소요비용 620억 원 등의 수치는 중국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즉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국내외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부유해진 중국을 과시하기 위한 잔치라는 측면에서 역시 정치적 의도가 진하게 배어난다. 사정이 이러하니 스포츠는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며,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빗대어 광저우 아시안게임 주최의 순수함을 역설했던 논평이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 2010.11.22 763호 (p60~61)

  • 베이징 = 신혜선 베이징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sun333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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