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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그린벨트 40년 폭발한 민심 04

국책 사업은 뚝딱 풀고 경기도 사업은 질질 끌고

그린벨트 해제 놓고 신경전 가열 … 주택 건설 호재가 아닌 악재 가능성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국책 사업은 뚝딱 풀고 경기도 사업은 질질 끌고

“경기도는 규제공화국입니다.”

2008년 김문수 경기지사가 펴낸 책 제목이 ‘나는 자유를 꿈꾼다. 규제감옥 경기도에서’일 정도로 경기도는 규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10년간 그린벨트가 활발히 해제되면서 경기도민의 염원이 이뤄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경기도는 불만이 많다. 특히 최근 해제된 그린벨트 지역이 대부분 보금자리주택 등 주거정책을 위해 이용돼 실제 경기도 경제 살리기에는 도움이 안 됐다는 주장이다.

보금자리주택사업 일색 경기도 불만 팽배

2009년 기준 경기도 내 2020년까지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는 약 135㎢. 이 중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보금자리주택, 국민임대주택 등 국책사업을 위해 해제한 면적은 총 84.18㎢지만 남양주시 행정타운 및 지식정보단지, 진건산업단지, 부천시 물류유통단지, 하남시 첨단산업 및 주택지 조성사업 등 지역사업을 위해 해제한 그린벨트는 1.69㎢에 불과하다.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측은 “경기도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정부를 위한 해제였던 셈”이라며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첨단물류센터, 산업단지 등 일자리 창출과 경기도 경제 발전을 위한 공간이 개발되길 바랐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사업 일색의 그린벨트 해제 이용에 경기도는 불만이다. 올 9월 경기도청은 국토부 주도의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대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부 사업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추진에는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반발도 크다. 8월 20일 김윤식 경기 시흥시장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이 물량에 치중해 자족시설과 도시기반시설이 미흡한 상태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은 “국토부가 교통·환경·치수 등을 따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위주의 그린벨트 개발은 지방자치제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남시는 7월 19일 국토부에 “고등·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해 성남시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 시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2008년 3.3㎢ 미만 택지개발사업지구 지정·승인에 관한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이양되는 등 최근 5년간 도시계획 및 택지개발 권한이 지방에 이양돼 지자체들이 정책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신규 택지개발사업 대부분을 정부가 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빚쟁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추진해 그 수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이 실패하면 물량의 80%를 보유한 경기도가 그 부담을 모두 떠안을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벌써부터 LH공사의 재정상태 악화로 경기도 해당지역 주민들이 제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H공사의 재정상태 악화로 지구 지정 후 보상에 착수하지 못한 신규사업이 전국적으로 138개 지구 195.615㎢에 이르는데, 그중 경기지역이 41개 지구 88.345㎢로 전체 보상 미착수 신규사업의 29.7%에 해당했다.

훼손지 복구에서도 상이한 기준 적용

대규모 주택단지로 인해 경기도 부동산 전체가 침체될 수도 있다. 실제 제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시흥 은계지구는 사전 분양 당시 주변 시세의 80% 정도였지만 점차 인근 아파트 시세가 떨어져 비슷하거나 보금자리주택이 오히려 비싸지는 상황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택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해당 자치단체와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결국 임대주택 과잉공급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경기도 경제는 조만간 큰 위기를 겪을 것이란 해석이다. 즉 그린벨트 해제가 경기도 경제에 호재가 아닌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그린벨트 해제 승인을 받은 지역현안사업도 활발히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그린벨트 이외에 중첩된 규제”를 꼽는다. 그린벨트가 해제돼도 기존의 다른 규제들 때문에 신규사업 유치가 쉽지 않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은 그린벨트뿐 아니라 군사보호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최소 3~4가지 규제가 얽혀 있다. 특히 도내 31개 시군에서 대기업 신·증설을 막는 수도권 규제 때문에 신규기업 유치는 원천봉쇄됐다. 김문수 지사가 취임한 2006년 7월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그린벨트 내 광명 기아자동차공장 10만7000㎡ 증축, 이천 하이닉스공장 구리 공정 허가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은 높다.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된 의왕시는 군사 규제 때문에 건축물 신축의 층이 제한됐고 식수원 보호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공장, 건축물은 지을 수도 없게 해놓아서 사업 투자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국책사업에 비해 지역현안사업은 그린벨트 해제 절차가 복잡하다. 2008년 7월 입안된 하남시의 지역현안사업은 주민과 시의회의 의견을 듣고 지방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자문을 얻어 국토부와 협의해 개발계획을 승인하는 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반면 하남 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절차가 단순화돼 그 절반인 5개월이 소요됐다. 경기개발연구원 강식 책임연구원은 “대통령이 지시해 국가가 지도하는 ‘생색내기용’ 사업인 만큼 과정이 단순하고 일처리가 빠르다. 한편 힘없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의견 수렴이 많아 과정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책사업과 지자체 사업의 규제 해제 기간에 차이가 나는 또 다른 이유는 훼손지 복구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해제 지역 10㎞ 이내에 해제하는 그린벨트 면적의 10~20%에 해당하는 훼손된 땅을 선정해 수목원, 자연휴양림 등 공원 녹지를 만들거나 체육관 등을 건설하는 등 그린벨트 해제 복구사업을 해야 한다. 예컨대 그린벨트 지역 10만㎡를 해제하려면 10%에 해당하는 1만㎡만큼 훼손지 복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부가 국책사업과 지자체 추진사업에 대해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책사업은 녹지로서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모두 훼손지로 간주하는 등 훼손지를 폭넓게 보지만, 지자체 추진사업은 비농업용 비닐하우스만 훼손지로 간주하는 것. 경기도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그간 경기도에서 그린벨트 관리를 잘해왔기 때문에 훼손지가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마다 면적, 거리 등 조건에 맞는 훼손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정책 보금자리주택사업의 경우 주택지구 내에 녹지 공간을 만드는 방법으로 훼손지 복구와 사업을 일괄 추진하니 진행이 더욱 빠르다.

돈 없는 지자체 무슨 수로 사업하겠나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국가, 지자체, 공기업, 지방공사에 의한 전면매수 방식의 공영개발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 해제대상 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가능하나 민간의 출자비율 총합계가 50% 미만인 경우만 인정돼 민간의 적극적 투자가 어려운 것. 경기도청 관계자는 “성남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할 정도로 경기도 지자체에는 여유자금이 없다. 민간투자 없이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속내를 밝혔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외희 선임연구원은 “민간출자 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정부가 민간의 투자를 받은 뒤 민간에 시설임대료를 지급하는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으로 민간투자를 유도하지 않는 이상 그린벨트 내 지자체 사업은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천청사 세종시 이전…그린벨트 해제 공방 가열

“자족기능 위한 해제를” vs “기업이나 학교 입주”


국책 사업은 뚝딱 풀고 경기도 사업은 질질 끌고
정부과천청사의 6개 부처가 2012~2013년에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김문수 경기지사는 “과천시를 교육·과학·연구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과천시를 교육중심지구, 지식정보타운, 다기능 복합밸리 3개 권역으로 나눠 국내외 명문대학,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을 유치하고 첨단 벤처밸리, 첨단산업 연구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린벨트 추가 해제가 필요하다. 경기도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의 공백을 메우고 자족기능을 키우기 위해 이미 할당된 그린벨트 해제물량 205만㎡ 외에 과천경마장 일대를 포함한 250만㎡을 추가로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청사 이전 후 부처를 대신할 기업이나 학교를 입주시켜 과천시의 경제 공백을 메우겠다”며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의왕·하남시 등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있고, 전체 그린벨트 해제지역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정부청사가 이전하는 세종시에는 온갖 혜택을 주면서 정부기관 이전으로 위기를 맞은 과천시에는 아무 대책, 지원이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주간동아 2010.11.22 763호 (p26~28)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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