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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돈 뿌린 데 法 난다 01

돈이면 다 된다? 요지경 입법 로비

청목회, 농협, 뜸사랑의 국회의원 후원금 내막

돈이면 다 된다? 요지경 입법 로비

전광석화(電光石火), 일사천리(一瀉千里)였다.

11월 5일 서울 강북구 송중동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에 검찰 수사관 3명이 들이닥쳤다. 광주 북구 두암동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사무실에도 마찬가지. 수사관들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한 시간가량 샅샅이 뒤져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박스에 담았다.

이들 검찰 수사관은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 소속.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로부터 1000만 원 이상 후원금을 받거나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 대상자는 한나라당 이인기·권경석·신지호·조진형·유정현, 민주당 최규식·강기정·조경태·유선호·최인기,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검찰은 이미 10월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목회 회장 최모(56) 씨와 전 사무국장 양모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특별회비 명목으로 10만 원씩 총 8억여 원을 걷어 그중 3억2000만 원을 국회의원 33명의 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용처가 불분명한 모금액은 의원 측에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청원경찰의 보수를 국가경찰 수준으로 올리고 퇴직 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변경하는 등의 처우개선 내용을 담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22쪽 참조).



소액 후원자는 신상 비공개…후원금 쪼개기 맹점

정치권은 요동쳤다. ‘과잉수사’ ‘정권의 시녀 검찰’이라는 규탄을 쏟아내더니, 야당은 검찰 소환 불응 입장을 천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는 ‘소액 후원금은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단서 조항을 단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최규식 의원은 “사회적으로 정당한 청원경찰법 개정 뒤에 대가성 있는 후원금을 받은 것처럼 몰아가서 참담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원들을 직접 소환 조사하겠다”며 맞받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강제 구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서 잠시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04년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이 개정을 주도해 일명 오세훈법(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은 △정당 후원회 금지 △법인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기탁 금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한도 연 1억5000만 원(공직선거가 있는 해에는 예외적으로 3억 원) △30만 원 초과(연간 300만 원) 고액 후원자는 신상 공개 △연간 최대 후원금 2000만 원(의원 1명에겐 최대 500만 원)으로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청탁을 목적으로 한 후원금은 30일 이내에 반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3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자는 신상을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로비를 하는 단체나 기업은 직원과 가족을 동원해 고액 후원금을 소액으로 쪼개 후원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의도가 없었다”고 잡아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로비를 받는 쪽 역시 “후원자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청탁 대가성’을 부인할 수 있다.

검찰은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에서 10만 원씩 소액으로 나눠 집단 입금한 돈의 성격에 대해 1000만 원 이상은 ‘개인 후원금 합산’이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된 ‘단체 후원금’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현금으로 건넸다면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 입법 로비의 ‘청탁 대가성’을 알았다면 30일 내에 반환해야 한다. 검찰이 ‘대가성’에 수사 방점을 찍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로비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청목회가 후원금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시기는 2009년 10월.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12월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이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국회 행안위에 상정된 지 3개월 만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2009년 4월 9일 청목회의 비공개 인터넷 카페 ‘전국 청목회’에서 청목회 최 회장이 올린 ‘우리의 운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행안부 법안소위원회 의원 명단 등이 언급됐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2009년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원경찰 처우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고, 강기정 의원은 2010년 8월 광주청목회로부터 법안 통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감사패를 받았다. 후원금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규식 의원은 2009년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원경찰의 후원금 기부 가능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검찰은 이를 ‘대가성 여부’를 인식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 요지경 입법 로비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실은 11월 7일 해명자료를 내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혹 떼려다 혹을 붙였다. 2009년 11월 권 의원이 청원경찰들이 배우자 명의로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직원에게서 보고받았고, 이를 반환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이는 지금까지 의원들이 소액 후원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왼쪽 문건 참조).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대전 청목회 회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며 후원금을 내겠다 제의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대가성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목회 회원들이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 중 일부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농협 “의원에게 2000만 원 걷어주자” 공문

청목회와 함께 농협도 조직적으로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1월 4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농협의 불법 정치후원금에 대한 사건을 건네받아 농협이 국회의원 후원금을 강제적으로 납부하도록 조장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농협 노조는 “후원의 목적이 국회에 계류 중인 농협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로비에 있다”며 “정치후원금 강제 모집 행위에 대해 최원병 회장이 직접 답하라”며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번 파문은 농협중앙회 기획실이 8월 ‘2010년 국회 농수식품위원 후원 계획안’을 작성해 각 조합에 배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문건에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8명 전원에게 2000만 원을 걷어주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3600여 명의 직원을 참여시켜 의원별로 200명씩 후원한다는 목표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정치자금법상 단체나 개인이 회원이나 조직원, 제3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억압 또는 강제할 때 불법이라고 돼 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공문은 직원 개인이 의견을 물어보는 차원에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후원금을 강요한 것이나 강제한 것이 아니다. 만약 후원금을 낸 직원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했으므로 불법이 아니다. 농협 공금으로 후원금을 낸 일은 없다.”

농협 측은 이 공문은 최원병 회장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농협 관계자는 “업무 연락 공문이 나갈 때 회장은 한국에 없었다. 출장 중이었다. 회장 결재 사인이 없는 공문”이라고 했다. 회장 모르게 한 일이고, 회장이 결재를 하지 않은 공문이므로 농협중앙회가 조직적으로 특정 국회의원을 후원하라고 강요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3000만 원 건넬 테니 계좌로 10만 원씩 입금하라”

돈이면 다 된다? 요지경 입법 로비

구당 김남수 씨가 한 의원의 후원금 기부를 독려한 문건. 한 회원은 실제 10만 원을 뜸사랑 측에 후원금 명목으로 냈다고 글을 올렸다.

최근 침구사법 부활과 관련해 특정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침뜸 대가’ 구당 김남수(95) 씨의 경우 농협과 사정이 다르다.

농협은 공문에서 직원 개개인이 10만 원씩 국회의원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후원하라고 했지만, 구당과 구당이 단장으로 있는 ‘뜸사랑’ 측은 회원들을 상대로 후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SBS ‘뉴스추적’은 11월 3일 방송에서 “구당이 오랫동안 주장하고 있는 침구사법 부활과 관련해 특정 의원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뜸사랑 회원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며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 내용과 관련해 “침구사 부활 법안을 발의한 의원을 돕자는 내용이다. 자신(구당)이 먼저 3000만 원을 건넬 테니 (뜸사랑) 회원들이 자신의 계좌로 10만 원씩 입금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고 했다.

‘주간동아’가 이 내부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 문건은 뜸사랑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첨부된 것으로 등록일은 2005년 12월 14일, 문건파일명은 ‘후원안내’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8월 김OO 의원과 정OO 의원 합동으로 국회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세계침구제도 현황과 한국침구제도화에 관한 심포지엄을 성황리 마친 것에 이어 김OO 의원이 의료법 개정(침구사를 침구기사로 부활) 법안을 기안하여 국회법제실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이제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는 모두 힘을 합하여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김OO 의원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 회원 300명의 명의로 1인 10만 원씩 3000만 원을 나 혼자 우선 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회원 여러분 중 나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동참하여 주기 바랍니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서 ‘직장에 다니는 분’ 명의로 기부할 수 있도록 아래 서식에 의거 뜸사랑 사무처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알려주시고, 후원금 10만 원을 뜸사랑 계좌로 넣어주시면 영수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침구사 부활 법안을 낸 김 의원을 돕기 위해 구당이 먼저 3000만 원을 300명 명의로 해서 낼 테니, 이에 동참할 사람들은 뜸사랑 계좌로 10만 원씩 보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후원금 모집을 하려면 선관위로부터 먼저 후원회 지정권자(보통 후원회 사무국장)로 지정받도록 돼 있다. 만약 구당이나 뜸사랑 명의로 후원금을 모집했다면 불법이다. 한 국회의원에게는 1인당 연간 500만 원까지밖에 후원할 수 없는데, 한 의원에게 3000만 원을 후원했다면 그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 14일 이런 안내문이 뜸사랑 홈페이지에 공지된 뒤 회원 중에는 실제 뜸사랑에 돈을 냈다고 밝힌 사람도 있었다. 다음 날인 15일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회원의 글이다.

“제 ○○차(뜸사랑 침구사 교육 회차) 김OO입니다. 정치후원금 관련 메일이 와서 10만 원을 후원금으로 온라인 입금하고 메일을 보냈는데, 메일을 보지도 않은 것 같네요. 정말 뜸사랑에서 온 메일인지, 아니면 뭐 이상한 것인지. 보시고 입금 확인이 되면, 입금 확인 및 메일 보았다는 메일을 보내주면 좋지요. 각자 보내는 사람은 적지만 관심이 있거든요.”

이 글로 미뤄보면 뜸사랑 측이 정치후원금을 모집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에 실제 구당이나 뜸사랑 측이 후원금을 모집해줬는지, 받았다면 누구로부터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뜸사랑 측은 “구당이 돈을 직접 건넨 것은 아니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원실에 후원금을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로비 의혹이 터질 때마다 정치후원금 제도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2009년 2월 권경석 의원은 “후원회를 아예 폐지하고 중앙선관위로 하여금 개인, 법인, 단체의 기탁금을 받아 분기별로 국회의원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처럼 입법 로비를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차라리 모든 내역을 신고하도록 해 양성화하자는 것. ‘로비의 제도화’ 저자인 조승민 정치학 박사는 “미국 의원들은 로비스트에게 돈을 받은 내역을 공개해 유권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판단하도록 한다”며 “매번 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국민들의 정치인 불신이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로비공개법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불법 후원금을 받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치자금 한도를 정한 이유는 투명하게 후원을 하자는 것이다. 소액이라도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11.15 762호 (p18~21)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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