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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눈부시게 사는 거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어디서든 눈부시게 사는 거야

어디서든 눈부시게 사는 거야
1984년 탄광 폐쇄 발표에 맞서 전국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던 날, 한 탄광촌의 소년 빌리가 우연히 마을회관 발레교실에 참여한다. ‘계집애들의 놀이’라고 생각했던 발레에 점점 빠져드는 빌리. ‘먹고살기 위해’ 대충대충 아이들을 가르치던 윌킨슨 선생은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왕립발레학교 오디션을 주선한다. 그러나 고지식한 아버지와 형 때문에 오디션을 포기한 빌리가 크리스마스이브, 텅 빈 마을회관에서 혼자 춤을 춘다. 이를 본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인정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10년 중 최고의 뮤지컬”로 꼽은 ‘빌리 엘리어트’가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 2000년 개봉한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 뮤지컬은 단순히 ‘꿈꿀 수 없는 미래를 꿈꾸는 소년의 이색 성장기’가 아니다. 이 뮤지컬의 주제의식은 오디션 기회를 놓친 빌리가 경찰과 대치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 더욱 극명해진다. 열한 살 빌리는 춤을 통해 저항을, 분노를 표출한다. 형 토니의 말처럼 “모두가 빌리처럼 춤꾼이 될 수 없는” 현실이 엄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빌리의 춤은 희망에 뿌리내리고 있다.

키 150cm도 안 되는 소년 빌리의 쇼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돼, 1년 6개월간 맹연습을 거친 빌리 정진호(12) 군의 연기는 감탄이 저절로 나올 만큼 수준급이다. 그의 춤과 연기는 극 중 대사처럼 “뭐라 설명할 수 없이 말로는 부족한,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로 나 자신을 잃게 된” 빌리를 표현한다. 윌킨슨 선생 역의 정영주도 처음부터 윌킨슨 선생인 듯 몰입의 연기를 보여준다.

발레학교에 입학한 빌리 앞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까? 버스 탈 돈도 없어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여비로 오디션에 참가한 그는 천천히 ‘세상에는 재능과 열정만으로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말투로 텁텁하게 담배를 피우던 발레리노가 빌리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파업이 실패로 끝나 ‘패배자’로서 일터에 돌아간 빌리의 형과 아버지는 어떻게 될까? 복잡한 마음, 그 속에서 빌리의 춤은 더욱 아름답다. “눈부시게 하는 거야. 그리고 빛나면 돼”(수록곡 ‘샤인’ 중에서). 11월 3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02-3446-9630.



주간동아 2010.11.08 761호 (p85~85)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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