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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폭탄, G20 겨냥 절대 안 될 말!

X-레이 검색기·탐지견도 무사통과…철저한 테러 예방과 보안 필요

소포 폭탄, G20 겨냥 절대 안 될 말!

10월 28일과 29일 발견된 예멘발(發) 미국행(行) 항공화물이 전 세계를 항공테러 공포에 빠뜨렸다. 예멘의 수도인 사나(Sanaa)에서 발송된 ‘소포 폭탄’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둔 한국은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한가?

모든 폭약은 저절로 터지지 않는다. 저절로 터지면 폭약을 만드는 사람부터 희생되기에 그들은 혼자 터지는 폭약은 만들지 않는다. 수류탄은 안전핀을 뽑아야 터지는데 폭발물에는 바로 이 ‘안전핀 뽑기’ 식으로 폭약이 터지게 하는 별도 장치가 부착된다. 폭탄이나 폭약을 터지게 하는 장치를 ‘기폭(起爆)장치’라고 한다.

기폭장치는 폭약이 터지도록 전기에너지 등을 보내주는 장치다. 따라서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배터리(電池)가 들어간다. 폭약은 원하는 시간에 터져야 하니, 기폭장치에는 폭발을 원하는 시간에 배터리의 전기를 보내주는 장치가 추가된다. 이를 1987년 김현희 씨가 개입한 대한항공 858기 폭발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김현희 씨의 리더였던 김승일(일본인 하치야 신이치로 위장, 사망함) 씨가 사용한 폭약은 컴포지션-4다. 컴포지션-4는 모양과 성질이 검과 비슷하다. 씹던 껌을 뱉어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비벼 모양을 만든 다음 아무 데나 붙여놓을 수 있듯, 컴포지션-4도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비벼 적당한 모양을 만든 뒤 아무 데나 붙일 수 있다.

휴대전화에 연결된 컴포지션-4



김승일 씨는 작은 시계가 달린 일제(日製) 라디오 안에 컴포지션-4를 붙여놓았다. 라디오의 시계는 알람(alarm)이 가능했는데, 알람이 울리면 배터리의 전기가 컴포지션-4로 가도록 해놓았다. 원하는 시간에 터지도록 기폭장치를 한 것이다. 당시 전 세계 공항에서 라디오를 가지고 타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들은 이라크의 바그다드 공항에서 858기에 탑승했다. 858기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공항에 기착했다 서울로 갈 여정이었는데, 이들은 객실 화물칸에 라디오를 두고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륙한 858기는 인도양을 건너가다 라디오의 알람이 작동함과 동시에 컴포지션-4가 터져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희생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 대부분의 공항은 승객들이 배터리를 갖고 항공기에 타는 것을 금지했다. 그런데 IT 기술이 발전하자 ‘희한한 틈’이 생겨났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항공기 보안이 강화됐지만 이 틈은 지금도 계속 발견된다. 바로 노트북과 휴대전화다. 이 기기에는 배터리와 디지털시계가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가 이를 가지고 탑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2004년 알카에다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3개 기차역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폭탄 테러로 200여 명을 숨지게 했다. 이런 테러는 폭발물도 소진(消盡)시켜 폭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마드리드 사건에서 우연하게 원인을 쉽게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은 폭발사고 현장에 널려 있던 희생자의 유류품을 유가족들이 찾아갈 것에 대비해 한데 모아놓았다. 그런데 다음 날 유류품을 지키던 관계자가 알람 소리를 듣고 무심코 소리가 나는 가방을 열어보았다. 알람을 울린 것은 휴대전화였는데, 놀랍게도 그 휴대전화에 컴포지션-4가 연결돼 있었다. 이 사실을 알리자 감식반이 달려와 정밀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 휴대전화와 컴포지션-4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폭발을 면했다는 사실과 이 사건의 폭발 전모가 밝혀졌다.

테러리스트들은 여러 대의 휴대전화에 컴포지션-4를 연결한 다음 하나씩 쇼핑백에 담아 기차에 들고 탔다. 그리고 쇼핑백만 놔두고 내린 뒤 자기편이 모두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일제히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를 받은 휴대전화가 울리는 순간 전화기의 배터리가 컴포지션-4로 전기를 보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요즘 휴대전화나 노트북에는 타이머 기능이 있다. 타이머를 이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전류를 보내므로 별도로 전화를 걸 필요도 없다. 이처럼 테러리스트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 미국행 화물기에 실린 폭탄소포를 만들었다.

타이머 다음으로 폭탄 제조 시 필요한 것이 폭약이다. 폭약으로 보도된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이너마이트 형태의 폭약은 불꽃이 기폭제 노릇을 해 심지에 불을 붙여 터뜨리기도 한다. 불꽃을 전해주는 심지를 전문 용어로 ‘도폭선(導爆線)’이라 하는데, 이 선 안에 들어가는 폭약이 바로 PETN이다.

보안당국은 건설현장에서 많이 쓰는 다이너마이트류가 범죄나 사고 등에 유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중히 감시한다. 하지만 도폭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예멘은 치안이 허술해 테러리스트들이 쉽게 PETN을 모았을 것이다. 도폭선을 잘라 PETN 가루를 모으고 컴퓨터 프린터에 들어가는 잉크 카트리지에 묻히고 일부는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느다란 선으로 PETN 분말과 IT 기기에서 떼어낸 타이머를 연결한 다음 포장해 미국 시카고에 있는 두 곳의 유대교 회당 주소를 써 발송했다.

여기에 또 다른 허점이 추가됐다. PETN을 이용한 폭발물 검색이 어렵다는 것. 항공화물은 한곳에 모은 다음 분류해 목적지로 배달해 중간 공항에서 화물기를 바꿔 싣는 경우가 잦다. 화물을 내려 창고에 보관했다 다음 화물기에 옮겨 싣는데 주요 공항은 그때마다 다시 검색을 한다. 그러나 공항에서 많이 사용하는 X-레이 검색기는 모양을 마구 바꾸는 컴포지션-4와 분말 형태인 PETN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는 훈련된 탐지견의 후각으로 찾아내야 하는데, 현재까지 항공기 폭발에 PETN이 사용된 사례가 없어 절대 다수의 공항이 컴포지션-4만 찾아내도록 탐지견을 훈련해왔다. 때문에 사우디로부터 확실한 정보를 제공받은 영국 경찰이 이스트 미들랜즈 공항에 내린 예멘발 화물을 10여 시간 동안 검색했음에도 PETN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를 찾아내지 못하고 “폭발물이 없다”고 잘못된 발표를 했던 것이다.

테러리스트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항공기 폭발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사용한 PETN을 현재의 탐지견으로는 찾아낼 수 없어, 전 세계 보안당국이 경악하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제작

테러는 초대형 국제행사를 망가뜨린다. 2005년 7월 6일 영국은 G20의 전신인 G8 회담을 스코틀랜드의 글렌이글스에서 개최했는데, 바로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런던을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해 전 영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러한 영국이 다음 날 ‘지옥’으로 떨어졌다. 7월 7일 런던 시내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상대로 한 폭탄 테러 4건이 동시에 일어나 360여 명이 사상했기 때문이다. 글렌이글스는 테러 현장인 런던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한순간에 이 회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공포가 번져갔다. 그 결과 회담 개최로 영국이 누리길 기대했던 경제효과도 상실하고 말았다.

이와 유사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 동해나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이 교전하거나 부산에서 폭발 테러가 일어나면, G20 효과는 날아가버린다. 정보와 공작의 세계에는 ‘Think the unthinkable, Imagine the unimaginable’이라는 경구(警句)가 있다.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상상해’ 행동하거나 대처하라는 뜻이다.

소포 폭탄을 만든 이들이 바로 이 경구를 실현한 것이다. 보안당국만으로는 허를 찌르는 이러한 도발을 막을 수 없다. G20을 성공시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온 국민이 테러 보안에 참여해야 한다. 온 국민이 ‘Think the unthinkable, Imagine the unimaginable’을 체화해 주변을 경계할 때 경제성장과 안전은 함께 보장되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0.11.08 761호 (p12~13)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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