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1

2010.11.08

손 뒤짚기 KTX 유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0-11-05 16: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1월 1일 동대구~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가 완공된 후,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는 “KTX가 서울과 부산을 2시간 10분대에 돌파하게 됐다”며 “이제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달랐죠. 서울과 부산을 2시간 18분에 주파하는 열차편은 주중은 4회, 주말은 5회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2시간 30분에서 2시간 40분대라는 사실을 안 승객들은 철도공사의 지나친 홍보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공사 완공 전에도 가장 빠른 KTX는 서울과 부산을 2시간 40분에 돌파한 사실을 떠올리면 본전 생각이 납니다.

    사람들은 보통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화를 냅니다. 이번 KTX 2단계 개통 후 철도공사가 정한 운임체계는 서울~부산을 다니는 승객들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합니다. 2시간 18분이 걸리나 2시간 40분이 걸리나 똑같은 요금을 내야 하니까요. 일리 있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2일 철도공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2시간 10분대 열차편이 너무 적은 것은 “정차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정차역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변명했고, 불합리한 요금체계에 대해서는 “운행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같은 2단계 구간을 이용하면 같은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손 뒤짚기 KTX 유감
    그런데 다음 날인 3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이 부산 시민사회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KTX 요금의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4일 철도공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합리적인 운임체계 마련에 착수했다”며 “2시간 18분 소요되는 KTX의 증편 운행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청와대가 나서자 단 이틀 만에 어쩔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지고 검토 대상이 됐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이 제 할 일을 한 것 같아 기쁩니다만, 혹 철도공사가 높은 곳으로만 귀를 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일까요? 개통 첫날 13분 연착해 불만을 샀던 서울~부산 간 KTX는 4일 오전 정시에 꼬박꼬박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시 도착”이라고 역마다 안내를 하면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