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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3~5층 다세대주택 지진에 무방비?

2007년 이후 신축 건물 59.4% 내진설계 허위 백지로 내고 건축허가 받은 곳도 수두룩

3~5층 다세대주택 지진에 무방비?

3~5층 다세대주택 지진에 무방비?

백두산에서 지진 이상징후가 감지되는 가운데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가 허위로 작성된 건물이 무더기로 발각됐다.

최근 백두산에서 대형 지진 징후가 감지되면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이하 구조기술사회)가 10월 서울 5개구와 충청북도 청주, 제천지역에서 2007년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3~5층 건축물 총 2355채의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이하 구조안전 확인서)를 조사한 결과, 대상의 59.4%에 해당하는 1400건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3층 이상 모든 건축물은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내진설계를 했다는 내용의 구조안전 확인서를 구청 등 관련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건축사 등이 이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건축법 제110조에 의거해 2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허위로 작성된 1400건의 구조안전 확인서 중 1241건은 건축사가 ‘내진설계 주요 결과’에 임의의 숫자를 기입하는 수법을 썼다. 구청 등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구조안전 확인서에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내진 단계를 적용한 ‘내진등급’,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내진설계를 강화한‘지역계수’, 건물의 유연성 등에 따라 내진 정도를 정한 ‘반응수정계수’ 등을 기입해야 한다. 특히 지진이 나 건물이 압력을 받을 때 측면이 얼마나 흔들릴지를 진단한 ‘밑면전단력’과 변형 정도를 진단한 ‘최대층간변위’의 수치를 소수점 4째 자리까지 계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축구조기술사는 규모 6.0 지진이 왔을 때 건축물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계산한 후 건축물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내진설계를 한다. 자연히 지형, 건물의 층, 면적 등에 따라 이 모든 수치는 달라진다. 그런데 위의 1241건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사가 임의로 숫자를 기입한 것이다.

서울 5개 구와 청주·제천시 조사

청주시 김모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한 다세대주택 2채의 경우, 한 건물은 지상 4층에 연면적 544.37㎡, 다른 건물은 지상 3층에 연면적 350.60㎡로 다르지만 건축사가 제출한 구조안전 확인서에는 두 건물 모두 ‘밑면전단력 Vx =31.3699, 최대층간변위 X방향은 Δx-max =0.0012, Y방향은 Δx-max =0.0015’라고 똑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한 치 오차도 없이 똑같이 기입한 것. 이보다 심한 경우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모 건축사는 연면적이 최소 252㎡에서 최대 830㎡까지 제각각인 건축물 20여 채의 내진설계를 똑같이 해 건축허가를 받았다. 구조기술사회 박정민 총무단장은 “내진설계를 할 때 ㎜ 단위까지 변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두 건물의 밑면전단력과 최대층간변위가 똑같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1400건 중 106건은 아예 내진설계 주요 결과에 아무런 수치도 기입하지 않은 채 건축허가를 받았다. 2008년 9월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지하 1층, 지상 4층 다세대주택은 내진설계 대상이다. 하지만 구조안전 확인서의 내진설계 개요란에 ‘해당 없음’이라 기입하고, 내진설계 주요 결과 부분은 아예 비워둔 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해당지역 구청 관계자는 “보통 감리자가 수치를 확인한 후 날인하면 구청이 허가하는 방식인데,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내진설계는 구조기술사만 해야 한다?

3~5층 다세대주택 지진에 무방비?

이번에 적발된 허위 내진설계 건축물은 모두 5층 다세대주택이다.

구조기술사회는 이번에 밝혀진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2005년부터 5년간 전국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3~5층 건물은 총 9만4088건. 6층 이상 건물(9021건)보다 10배 이상 많다. 구조기술사회 이문곤 회장은 “전체 3~5층 건물의 약 70%, 즉 6만5000채 정도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1층은 기둥만 세워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2층부터 콘크리트 벽으로 주택을 만든 다세대주택이 가장 지진에 취약하다.

구조기술사회는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은 현행 건축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05년 개정된 건축법에 따르면 6층 이상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이 분야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해야 하지만 3~5층 건축물은 건축사도 할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1400건 건축물 모두가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했다. 이문곤 회장은 “건축사는 건축설계 및 공사감리 등을 담당하고, 건축구조기술사는 건물의 안전을 위해 역할을 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내용부터 다르기 때문에 내진설계에서 건축사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진설계에 관한 한 건축구조기술사가 모두 맡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축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건축사협회 전영철 이사는 “물론 일부 몰지각한 건축사가 있지만, 이 때문에 건축사 모두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층 이하 저층 건축물은 건축사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한 내진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에 모든 수치를 같게 기입해 적발된 청주지역 건축사는 “청주지역의 지반은 모두 같고 건물 구조가 거의 비슷해 데이터를 계속 바꿔서 쓸 필요가 없다. 밑면전단력과 최대층간변위 등을 같게 한다고 해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민 총무단장은 “기준 없이 대충 내진설계를 하면 어떤 건물에는 내진설계를 더 하고, 어떤 건물에는 덜 하게 된다”며 “비경제적인 데다 내진설계가 덜 된 건물은 안전성이 위협받는다”고 비판했다.

국토해양부 건축기획과는 “단계적으로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 범위를 확대해나가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2009년 7월 건축구조기술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내진설계 범위를 기존 16층 이상에서 6층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에 박 총무단장은 “이렇게 확대하는 데만 17년이 걸렸다. 국토해양부의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지진이 발생해 5층 이하에 사는 서민이 피해를 입으면 누가 보상할 거냐”고 비판했다.

“지금이야 당장 지진이 안 나니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준비 없이 끔찍한 재해를 맞으면 그건 누가 책임질 건가요. 지나친 대비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3~5층 다세대주택 지진에 무방비?

한 건축사가 작성한 구조안전 확인서를 보면 층, 지역 모든 게 다른 두 건물의 밑면전단력, 최대층간변위가 똑같이 설정됐다.





주간동아 2010.11.01 760호 (p60~61)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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