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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하드디스크 복원 분석에서 파일 확인 … 애당초 ‘윗선’ 수사의지 없어 ‘쉬쉬’

  • 김승훈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정치인·경제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무총리에게 사찰 내용을 보고했다는 문건 파일을 찾아 확인하고도 관련 사항을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윗선’을 밝히지 않은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난을 넘어 부실·축소·은폐 수사”라는 지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 정치권에서는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감사 또는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동기 민정수석·한승수 총리에 보고

‘서울중앙지검 내·외부망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9월 말에서 10월 초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 내용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문건 파일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영운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 주무관의 내·외부망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를 복원·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정 주무관의 컴퓨터는 8월 20~28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1034호 분석실에서 분석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정동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고, 국무총리는 한승수 전 총리다.

정 주무관의 내부망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작성된 438개의 문건 제목이 나열돼 있다. 검찰은 이 중 ‘최근 열어본 파일 정보’를 통해 ‘류OO 자료/보고자료(8월~9월 말) 0927 보고’ ‘류OO 자료/보고자료(9월~10월 초)/081001 민정수석 보고용/다음(동자꽃 : 김 전 대표 다음 아이디, 2008년 9월 30일 생성)’ 등의 제목을 확인했다. 또 비할당 영역에서 복원한 파일 중 ‘류OO 자료/보고자료(9월 말~10월 초)’라는 제목의 폴더에서 ‘081001 민정수석 보고용/다음(동자꽃)’뿐 아니라 ‘류OO 자료/보고자료(8월~9월 말)’ ‘0927 BH 보고’ ‘1001 총리 보고’ 등의 문서가 저장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다른 파일을 복구해 김 전 대표에 대한 사찰 내용, KB국민은행 강정원 전 행장 비리 관련 보고(김종익 관련) 등 다수의 문건도 확보했다. ‘민정수석 보고용’ 문서가 따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총리실 사찰 내용을 민정수석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총리 보고’ 문건은 국무총리도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 되므로 파장이 예상된다.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7월 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각종 문서 등을 상자에 담아 옮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동기 전 민정수석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이미 청와대에서 나와 뭐라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 조사했던 사람들에게 물으면 잘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 주무관의 외부망 컴퓨터에는 ‘대통령 위원장 지시사항 추진현황 점검(08.9.29)’ 등 8개의 문서 파일이 저장돼 있다.

검찰은 분석실에 정 주무관의 컴퓨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행한 사실의 입증자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해당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East-Tec Eraser 2010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자료를 삭제하고 빼돌렸는지를 밝혀줄 정황 입증자료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분석을 통해 요청한 사항과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도 이인규 전 지원관 공판 때는 정작 이와 관련된 부분을 빼고 심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이 민정수석과 총리에게 보고됐다는 문건 파일과 폴더는 파악했지만 민정수석과 총리 관련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애당초 ‘윗선’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다.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검찰이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 정영운 주무관의 내·외부망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복원한 분석보고서 자료. ‘민정수석 보고용’ ‘BH 보고용’ ‘총리 보고’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BH 하명’정관계 등 15명 등장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정치인·경제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해 ‘지시(하명)’한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물증도 확보했다. 이 물증은 민간인 사찰이 최소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으로 이어졌다는 ‘비선’ 보고 라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 점검1팀 팀원 김모 씨의 내·외부망 컴퓨터와 김씨가 제출한 USB(3개) 분석을 통해 ‘BH 하명’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의 내부망 컴퓨터에는 최근 열어본 파일에 ‘PD수첩(KB한마음)’ ‘KB 강정원 행장 비리 보고’ ‘김종익 비리 관련 확인 인물’ ‘김종익 주식특혜 매수 의혹’ 등 금융 및 재계 인사들과 관련해 생성된 문서 파일과 ‘2008.10.6.자 오늘 할 일’ ‘수사결과 보고(최인호 외 5명-이은아)’ 파일이 저장돼 있다.

외부망 컴퓨터에는 ‘남경필 의원 내사 보고’ ‘수사결과 보고(최인호 외 5명-이은아)’ ‘고소보충서(3차 이은아)’ ‘고소인 의견서(이은아, 남경필)’ 등 남 의원 관련 문서 파일이 들어 있었다. 남 의원의 사찰과 관련해서는 비고란에 ‘BH 하명’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파악했다.

당시 검찰은 이 같은 문건을 토대로 점검1팀 팀원들이 남 의원에 대한 사찰을 BH(Blue House·청와대) 하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결론지었으며, 최소한 ‘공직윤리지원관-점검1팀장-김씨 순으로 사찰 지시가 하달된 것이 입증됐다’고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외부망 컴퓨터의 문서는 모두 USB로 옮겨진 뒤 삭제됐고, 삭제된 파일도 컴퓨터에 흔적이 남아 있으면 복구가 가능한데 ‘East-Tec Eraser 2010’ 프로그램을 설치해 해당 파일들의 흔적까지 삭제해 복구할 수 없었다”면서 “또 다른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파일을 복구해 남 의원 등에 대한 사찰 문건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점검1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7월 5일 ‘East-Tec Eraser 2010’ 프로그램을 설치해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USB에는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1팀 현재 추진 중인 업무 현황’ ‘2009년 현재 진행 중인 미션 내역’ 등이 나열돼 있다. 특히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김 전 대표, 남 의원, 강 행장 등 15명의 정·관·재계 인사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검찰 관계자는 “BH 하명 관련 이 전 지원관, 김충곤 전 점검1팀장, 팀원 김씨·최모 씨 등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했지만 서로의 진술이 달라 수사를 진척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국정조사·특검 도입 촉구

민간인 사찰 청와대 보고 문건 검찰, 실체 알고도 덮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창성동별관 4층에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입주해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 결과를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지시·보고 라인의 실체에 관심에 모아지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검찰 수사 동안에도 ‘윗선’에 사찰 결과를 보고했다는 의혹을 계속 받았다. ‘박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진 전 기획총괄과장’으로 이어지는 비선 보고 라인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검찰은 이들 중 지원관실 워크숍에 참석한 적 있는 이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윗선’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윗선’ 의혹은 수사 이후에도 계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은 사찰 내용을 이강덕 전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 사찰이 ‘BH 하명’으로 이뤄졌다는 지원관실 내부 문건이 나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내용을 확인했으나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하명뿐 아니라 민정수석용·총리용 보고문건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증거를 확보하고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기소나 공판 과정에서도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의 ‘부실·축소·은폐 수사’에 대한 비난은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사찰을 지시한 사람을 밝히지 못했고, 배후를 조사하지 않고 그만뒀기 때문에 수사가 잘못됐다”면서 “부패 척결, 권력비리 감시가 검찰 본연의 임무인 만큼 검찰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가) 성공한 수사가 아닌 실패한 수사라고 자인했음에도 재수사할 생각이 없다면 특검을 포함한 조치들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검찰이 덮으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출발점은 검찰의 공정수사다. 검찰이 반드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검찰의 손을 떠난 민간인 사찰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할 수 없다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살아 있는 권력의 몸통 하나라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간동아 2010.11.01 760호 (p54~56)

김승훈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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