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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면접 不敗 06

못 말리는 우리들의 ‘지적질’

“나는 너보다 낫다” 우월감과 대리만족 … 동조 혹은 비난하며 나도 모르게 ‘열광’

못 말리는 우리들의 ‘지적질’

못 말리는 우리들의 ‘지적질’
평가자와 비평가자, 심사위원과 출연진, 면접자와 응시자 등의 관계는 갑(甲)과 을(乙)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계약 현장에서의 갑과 을과는 사뭇 다르다. 도장 한 번으로 계약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갑과 을이 뒤섞여서 묘한 심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것은 병(丙)의 존재 여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시청자와 누리꾼이라는 병이 버티고 있다.

갑과 을의 언행을 지켜보고,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동조나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병의 위치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을은 갑뿐 아니라 병의 눈치도 봐야 하고, 갑은 병을 의식하면서 을을 평가해야 하는 처지다.

병은 마음이 편한 것 같지만, 본인이 직접 갑이나 을이 될 수는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점을 잘 알기에 대표적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대국민 인터넷투표 10%, 문자투표 50% 등 총 60%를 병의 몫으로 만들었다.

‘슈퍼스타K’에서 ‘까칠 평가자’ 윤종신 씨가 ‘순진한 응시자’ 존 박에게 낮은 점수를 주면 존 박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문자투표에 매달리게 된다. 다른 사람의 부족함이나 허물을 콕 집어서 가리키거나 말하는 의미의 단어인 ‘지적’을 요새는 ‘지적질’한다고 표현한다. 본래 어미에 ‘~질’이라고 붙는 것이 다소 천박하거나 못된 느낌을 풍기는 비하의 표현이므로 그리 좋은 말은 아닌 듯싶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놈의 ‘지적질’에 열광하고 반응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분위기 형성되고 우월적 지위여야 지적 효과

첫째, 우월감의 확인이다. 지적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깨닫게 해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야단치는 마음가짐도 있다. 야단을 치는 것은 선생님, 부모님, 선배가 하는 행위다. 따라서 나는 너보다 우수한 존재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의미가 있다. 자기애(自己愛), 즉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이와 같이 추구한다.

둘째, 통찰력의 경쟁이다. 누군가 보지 못했던 관점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지적을 한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니, 그 점을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그렇게 잘 파악했지?’의 반응을 내심 기대하면서 열심히 지적한다. 남들이 다 지적하는 점에 동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 외에 플러스알파를 추구한다.

셋째, 영향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강대국은 왜 그리 남의 나라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그리고 왜 자신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소개하거나 전달하려고 애쓰는가. 그것은 바로 ‘나를 닮으세요’라는 의미다. ‘내 생각이 이러하고 느낌은 저러하니 그것에 꿰맞추시오’가 곧 지적이고, 나아가 비평이 된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려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으려는 마음 역시 함께 갖고 있긴 하다.

넷째, 대리만족 또는 안도감이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거나 용기 있는 행동이다.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했는데, 그가 돌연 ‘네가 뭔데?’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표현한 적은 없는가. 지적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형성되고, 지위가 확보돼야 가능한 행동이다. 따라서 허용된 방법, 즉 인터넷이나 문자를 통한 지적을 하거나 전문가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거나 누군가 나 대신 해주니 안심이다. 한편으론 내가 지적을 당하지 않아도 되니 피평가자를 바라보면서 ‘아휴, 저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평가자는 감정에 끌리는 존재 … 어떻게 포장할지 고민

못 말리는 우리들의 ‘지적질’

‘슈퍼스타K’의 오디션 장면.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평가자의 마음을 따져보자. 평가자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평가자는 이성적 판단을 하려고 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지식과 전문적 경험에 근거한 합리적인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성적 끌림을 어떻게 포장할지 고민한다. 이성적 판단을 내리려 해도 자꾸만 한쪽으로 끌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객관적 기준에 부합시킬지 이모저모 생각한다. 따라서 영 아니다 싶으면 관두겠지만, 평가자의 주관적 감정이 들어갈 가능성은 늘 있다.

또 있다. 피평가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평가자가 여럿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자신의 눈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듯, 더 매서운 눈빛으로 피평가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해댄다. 피평가자의 운명이 지금 자기 손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결국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끌려는 심리적 동기가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내린 평가의 타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자신이 높은 점수 또는 낮은 점수로 결정한 사람에 대해 적합한 근거를 제시해야 상대방이 받아들일뿐더러 뒤탈이 없고,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테니 당연한 마음가짐이다.

피평가자의 마음은 다르다. 피평가자들에게 가장 많은 심리는 세련되게 속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좋은 점을 부각하고, 부족한 점은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여기까지는 순진한 생각이다. 어떤 경우는 거짓으로 자신의 모습을 연출한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평가자에게 들키지 않게끔 표정관리와 몸짓은 필수다. 거짓말이라는 인상을 주는 순간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반드시 세련되고 눈치채지 못하게 속일 것이다. 물론 솔직하고 정직하게 평가에 임하는 피평가자가 더욱 많다고 믿는다.

또 순간적인 판단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서 주변 경쟁자나 평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읽고 해석한다. 그런 다음에 미리 준비한 전략을 수정 또는 보완하려면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내린 결정과 그에 따르는 행동이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긴장을 유지한 채 두뇌의 회로는 끊임없이 작동한다. 동시에 평가자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몸짓과 말투에 신경 쓰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자신만의 무기를 보여주려고 애쓴다. 물론 지나친 승부욕은 평가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피평가자로서는 승부욕을 열정으로 포장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평가자, 피평가자, 관찰자 등이 어우러져서 이뤄지는 선발대회는 이처럼 상호 심리가 작용해 긴장과 재미,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아쉬움과 좌절감이 교차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재미를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0.10.18 758호 (p32~33)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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