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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경찰관 체력검정이 실시됐습니다. 경찰청은 치안감 이하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악력, 1200m 오래달리기 등을 실시한 뒤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의 목표는 ‘기초체력을 강화해 현장에 강한 경찰관을 육성하겠다’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에 실시했지만 경찰관 2명이 체력검정을 받던 중 쓰러져 의식을 잃었습니다. 10월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체력검정을 받던 경기지방경찰청 경비과 박모(44) 경위가 오래달리기 마지막 바퀴를 돌다가 쓰러졌습니다. 앞선 9월 30일에도 인천경찰서 정보과 박모(54) 경위가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경찰이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는 이미 예견됐습니다. 기자는 경찰 체력검정 제도를 다룬 745호 ‘범인 제압 강철중 형사 만들기?’ 기사를 쓰며 체력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당시 기사에 담지는 않았지만, 체력 전문가들은 “오래달리기를 하는 도중 40대 이상 경찰들이 분명 쓰러질 것이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달리기 종목을 꼭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오래달리기는 매우 위험합니다. 개인 역량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정해진 거리를 완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니 죽기 살기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한 전문가는 오래달리기 대안으로 20m 왕복달리기를 제안했습니다. 이것은 20m 구간을 왕복하는 기준 시간을 정해놓고 이 시간 내에 왕복한 횟수를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20m에 9초가 기준일 경우 참가자가 왕복해 달리다 힘이 부쳐 9초를 넘긴다면 그 자리에서 평가를 종료하는 것이지요. 신체 능력 이상으로 무리할 가능성이 줄어 안전하고 심폐지구력 측정 정확성도 오래달리기 못지않습니다. 또 제한된 장소에서 실시하기에 측정자가 검정을 받는 개개인의 상태를 파악하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먼저 경찰관들에게 체력을 기를 시간과 여유를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체력을 기를 여건은 마련해주지 않고 체력검정만 실시하다가는 경찰관만 잡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주간동아 2010.10.18 758호 (p14~14)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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