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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그놈이 그놈’ 헷갈려도 맛은 최고

대하와 흰다리새우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그놈이 그놈’ 헷갈려도 맛은 최고

‘그놈이 그놈’ 헷갈려도 맛은 최고

왼쪽이 자연산 대하이고 오른쪽이 양식 대하(또는 흰다리새우)다. 자연산 구별법 중 가장 쉽고 기억하기 좋은 방법은 수염의 길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연산은 수염이 몸통보다 긴 반면, 양식은 가늘고 짧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서해안에 대하가 붙었다. 대하는 보리새웃과의 새우다. 크다 해서 대하라 한 것이 아니다. 생물학적 이름 자체가 대하다.

대하는 1년을 산다. 4~5월에 알에서 깬 대하는 연안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으로 급속도로 살을 찌운다. 9월이 되면 10cm 정도로 자라는데 이쯤 되면 사람들이 먹기 시작한다. 암수의 맛 구별은 거의 없다. 이후에도 대하는 계속 자라서 10월이 되면 수컷은 12~13cm, 암컷은 16~18cm까지 이른다. 이때부터 암컷은 알을 품기 위한 난소를 발달시킨다. 크기나 겉모양으로는 암컷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암컷은 살이 퍽퍽해져 맛이 떨어지고 수컷은 살이 여물어져 씹는 맛이 좋아진다. 이런 맛의 차이는 자연산에서 특히 크게 나타난다. 10월 말, 대하는 몸집이 커질 대로 커지고 힘도 강해진다. 덕분에 자연산 대하의 참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다. 보통 대하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서 죽는데, 이즈음 대하는 워낙 힘이 좋아 그물에서 떼어내도 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11월에 들어서면 대하는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가 이듬해 봄, 제 부모가 그랬듯이 수심 얕은 앞바다로 올라와 산란을 하고 죽는다. 양식 대하는 양식장에서 겨울을 날 수 없으므로 그즈음에 모두 거두어들여 냉동한다. 9월에 대하축제를 시작하지만 실제로 맛있는 철은 바로 지금 10월인 것이다.

대하와 관련해 혼란스러운 정보가 떠돈다. 특히 보리새우와 흰다리새우에 관한 혼란이 심하다. 둘 다 보리새웃과지만 조금씩 다르다. 보리새우는 몸통에 줄이 나 있고 대하는 없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맛이나 가격으로 치자면 보리새우가 대하보다 한두 수 위다. 살의 탄력도와 단맛 등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둘을 비교했을 때의 말이고, 대하를 단독으로 놓고 보면 이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구웠을 때의 풍성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은 오히려 대하가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흰다리새우와의 혼동은 지난해 이맘때 인터넷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우리가 먹는 대하의 대부분이 흰다리새우라며 이를 증명하는 사진들이 떠돌았다. 그러면서 대하 판매업자들이 마치 사기를 치는 것처럼 내몰았다. 이는 관련 기관이 낸 보도자료 때문에 번진 사태인데, 자료에는 왜 흰다리새우가 대하로 오인돼 팔리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오해를 불러올 법했다.

흰다리새우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잡히는 대하와는 분명 다른 새우로 원산지는 중남미다. 그런데 수족관에 살아 있는 대하를 보면 거의가 이 흰다리새우다. 중남미에서 살려서 수입해올까. 아니다. 국내에서 양식을 한다. 흰다리새우가 대하에 비해 면역력이 강해 이를 양식하는 어민이 크게 늘어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민들이 흰다리새우를 흰다리새우라 하지 않고 그냥 대하라 부르면서 이 둘이 섞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양식 대하는 흰다리새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이 양식 흰다리새우가 양식 대하보다 맛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흡사한 모양새처럼 맛에서도 구별되지 않는다. 물론 자연산 대하와는 맛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굽거나 찌면 자연산이 더 맛있겠지만 양식 대하(또는 흰다리새우)가 나은 점도 있다. 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산은 잡히자마자 죽으므로 생으로 먹기가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생대하의 맛은 여리고 달콤하다. 이 맛에 길들여지면 소금구이 맛이 너무 ‘터프’해 대하 맛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하소금구이를 할 때 너무 강하게 구워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대하 살의 수분이 달아나면 질기고 단맛도 덜하기 때문이다. 대하가 발그스름해질 때까지 뚜껑을 열지 말고 찌듯이 익히는 게 좋다. 적어도 대하의 껍데기가 쪼글쪼글해지지는 않게 해야 한다. 대하를 몸통의 살만 먹고 머리와 꼬리를 버리는 일이 흔한데, 머리에서 나오는 씁쓰레하고 떫은 맛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대하 맛의 절반만 본 것이다. 소금구이로 몸통의 살을 먹으면서 머리와 꼬리는 따로 뒀다가 강한 불에 덖거나, 버터나 기름을 두르고 볶으면 바싹하고 고소한 것이 별미다.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82~82)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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