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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공부의 신’ 만드는 입시교육 02

“전 과목 두루두루 공부 입시에 플러스가 됐죠”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1학년 박민지 양… “지식 콘텐츠는 영수국 외 과목서 키워”

  • 장옥경 교육 전문 라이터 blog.daum.net/writerjan

“전 과목 두루두루 공부 입시에 플러스가 됐죠”

영수국을 잘해야만 대학 간다? 정답, 아니다. 공부 잘한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털어놓는 비결은 제각각이다. 박민지 양은 가정 과목 수업을 열심히 받은 게 진학 비결이다. 이승노 군은 ‘들배지기’로 기른 힘으로 고3 생활을 버텼다. 이지수 군은 피아노를 치고 클래식을 들으며 수험생활의 고통을 달랬다. 김경인 양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으로 면접관을 사로잡았다. 음악, 미술, 체육, 기술·가정으로 대학에 진학한 서울대 2010학번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전 과목 두루두루 공부 입시에 플러스가 됐죠”
“국어, 영어, 수학은 이론적인 측면이 많지만 가정은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건강해지는지, 교복 단추나 밑단을 수선할 때 어떤 바느질법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얼룩진 옷을 빨 때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적용하면 해결되니까 흥미로웠죠.”

아직도 중·고교 때의 가정 교과서와 필기노트를 버리지 않았다는 박민지 양. 박양은 “나중에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유아의 발달단계를 살펴보거나 균형 잡힌 식단을 짤 때도 이걸 참고해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박양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다쳐 장애 2등급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다른 친구들처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안 됐다. 하지만 박양은 어려운 환경에서 혼자 공부하며 2010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 4개 교과 석차 1.32등급을 받았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제, 이화여대 고교 추천, 성균관대 학업우수자, 서울교대 기회균형 전형으로 4개 학교에 동시 합격했고, 최종적으로 서울대를 택했다.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영어와 수학 위주로 선행학습을 했어요. 하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았던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흥미가 닿는 대로 공부를 했죠.”

친구들이 학원에 가서 영어, 수학에 ‘올인’하는 동안 박양은 영수국뿐 아니라 사회, 가정, 국사 등을 챙겨 공부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이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친구들이 “주요 과목만 하면 되지, 그걸 다 해서 뭐 하냐?”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박양은 ‘다른 과목을 두루 공부하니 더 폭넓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하고 싶은 특정 공부는 대학교 때도 가능하지만 가정이나 국사, 지리는 이때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솔직히 영수국보다 재미도 있었고요(웃음).”

수업시간에 충실…학생회장 하며 교내외 활동

“전 과목 두루두루 공부 입시에 플러스가 됐죠”

박민지 양은 고교 시절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는 서울대 수시전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총학생회장으로서 급식 모니터링을 하는 모습(위)과 조회 시간에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폭력 추방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박양은 “기술가정, 도덕, 사회 같은 과목은 수업시간에 충실히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양 자신도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니 평상시 따로 시간을 내 예습, 복습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수업 중 졸았을 때는 직후 쉬는 시간에 한 번씩 관련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시험 때는 실생활과 경험을 떠올리면서 공부했다. 이렇게 부담 없이 공부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타 과목을 공부할 때 능률이 오르고 재미있었다.

“고등학교의 모든 과목은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영수국뿐 아니라 사회, 과학, 도덕, 기술·가정 모두 그렇죠. 중학교 때부터 영수국 외의 과목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도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음악, 체육 등 실기 비중이 높은 과목은 점심시간이나 저녁 때 운동하며 논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연습했다. 다행히 2명 이상이 하는 종목인 배드민턴이나 탁구, 배구 등이 실기시험 과목이었다.

“언어 영역 모의고사에 ‘기술가정’ 시간에 배운 자전거와 자동차의 작동원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어요. 친구들은 ‘왜 이런 게 언어영역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해하고 푸느냐’며 짜증을 냈지만, 저는 예전에 배운 내용이 기억나 수월하게 풀 수 있었죠. 한번은 음악 수업 때 배운 화성이론이 출제됐어요. 이처럼 언어나 외국어 영역의 지문은 전 교과에 걸쳐 나옵니다. 모든 과목, 모든 공부는 통합적으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영수국 외의 과목을 열심히 공부한 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박양은 키가 작다. 하지만 당당히 고교 시절 총학생회장을 했다. 박양은 1학년 말 학생회장 선거 공고가 났을 때 게시판을 보고 무척이나 가슴이 떨렸다고 털어놓았다. 학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의 부모는 반대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그를 독려했다. 학업과 학생회 활동을 모두 잘 해낼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각 공약이 끝날 때마다 저를 각인시키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22대 학생회장 선거에 2번으로 출마했는데, ‘저는 2(이)번 제22대 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기호 2번 박민지입니다’를 손가락 브이 액션과 함께 넣어서 연설을 했어요. 학생들도 재미있어 하며 따라했죠. 또 키가 작아서 연설할 때 사과 상자를 발판 삼아 올라갔는데 이게 학생들의 웃음을 유발했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결국 총학생회장이 됐고, 많은 활동을 했다. 당연히 이런 것이 수시전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제가 2학년이 됐을 때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인원이 크게 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뒀죠. 제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했던 것과 기타 활동 자료를 보관해놓았습니다. 또 고2 겨울방학 때부터 가고 싶은 대학들의 자기소개서 양식을 다운받아 읽어보면서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고민했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수첩 등에 적어놓았습니다. 덕분에 원서를 낼 때 쉽게 관련 자료를 찾아 정리할 수 있었죠.”

“영수국 교과만 강조하는 건 옳지 않아”

박양은 “물론 영수국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에 들어오니 더욱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는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이를 취사선택해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 영수국 학습에서 길러지는 능력이라는 것. 하지만 박양은 “영수국 교과만 강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학문이나 사고의 콘텐츠는 도덕, 역사, 철학, 사회, 과학 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음악, 미술, 체육 등을 통해 신체적·감성적인 부분까지 조화를 이뤄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다고 봐요. 학습을 탑에 비유할 때, 영수국만 공부하면 탑의 밑 부분이 허술해져 위태한 모양새가 되는 거죠.”

그가 학생회 활동과 학업을 병행할 때, 심지어 교사들조차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박양은 “이때 배운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이 프로젝트 위주의 대학 공부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균형 잡힌 공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당장 눈앞의 입시를 생각하지 않으며 전 과목을 두루 공부했더니, 오히려 입시에 도움이 됐어요.”

바로 박양이 강조하는 바다.

박민지 양의 고교 3년 학습 비결은

고1 때 수시로 입학 목표…개념 튼튼히 한 것이 효과


“전 과목 두루두루 공부 입시에 플러스가 됐죠”
고1 | 수시 모집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생각했다. 1학년 때는 최대한 내신 유형에 익숙해지고, 좋은 성적을 얻으려 노력했다. 내신 준비는 길게는 4주, 적어도 3주 전부터는 스케줄 달력을 활용했다. 평소엔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풀며 수능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익숙해지려고 했다.

특히 1학년 때는 외국어 영역에 많이 투자했다. 단어집을 하나 선택해 15번 정독했는데, 이때 고등학교 영어 실력의 바탕이 되는 어휘력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꾸준히 하루에 20문제씩 풀고 그중 5개의 지문을 선택해 정독했다. 어려웠던 문장도 매일 하나씩 써놓고 외웠다. 그 결과 평균 80점대 후반이었던 점수가 1학년 말에 90점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이 밖에 문학작품과 작가, 시대적 특징을 공부하는 데 주력했다.

고2 | 2학년 때는 사회탐구(이하 사탐) 영역의 기초를 쌓았다. 대부분의 학생은 사탐 영역 과목은 3학년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2학년 때부터 내신 관리도 할 겸 이런 과목을 심도 있게 공부했다. 고3 대상의 사탐 문제집도 풀며 준비했다. 3학년에 수시 준비로 시간이 부족할 때 큰 도움이 됐다.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는 언어 영역 비문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문학은 1학년 때부터 기초를 쌓아둔 덕분에 괜찮았지만, 비문학에서 시간도 부족하고 정답률도 낮았기 때문. 인터넷 강의를 통해 비문학의 기초 강좌부터 들었다. 문장 단위의 독해부터 시작해 단락 독해까지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학습을 했다. 많은 학생이 비문학을 단순히 ‘언어 영역 문제’로만 대하고 풀려 하는데, 나는 비문학 제시문 역시 하나의 글이고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적이 오르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3학년 2학기부터 빛을 볼 수 있었다.

고3 | 1학기 내신은 어느 시기보다 반영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능이 임박했음에도 내신에 최대한 비중을 뒀다. 다행히 학교에서도 수능에 맞춰 수업이 이뤄져 내신 준비가, 즉 수능 공부가 될 수 있었다.

3학년 때는 EBS 교재를 열심히 풀었다. 출제 확률이 높았기 때문. EBS 교재가 무척 다양한데, 교재별로 겹치는 작품과 유형, 문제를 꼼꼼히 살폈다. 스톱워치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나 실전처럼 시간을 재면서 공부했다.

특히 사탐은 선호하는 문제집과 참고서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탐 노트 1권을 만들어 달달 외웠다. 다른 학생들은 문제풀이 위주로 사탐 영역을 공부했지만, 나는 개념을 튼튼히 하는 데 주력했다. 외국어 영역은 문법 문제가 등급을 가르는 경우가 많아, 지난 3년간 기출문제와 그해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법 문제를 모두 정리해 수능 직전에 살펴봤다. 가장 취약했던 수리 영역은 ‘가장 자신 있는 단원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최대한 많이 맞히자’란 생각으로 공부했다.

논술 관련 주간지를 구독했는데, 주로 아침이나 쉬는 시간 등 공부가 잘 안 될 때 읽었다. 고3 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슈나 쟁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잡지를 통해 주요 사건을 인지하고 나름의 관점과 논리를 가지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는 수능은 물론 입학사정관제 면접 등을 치를 때 큰 도움이 됐다.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26~28)

장옥경 교육 전문 라이터 blog.daum.net/writer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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