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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낙지는 억울하고 어민은 기막히고…

서울시 성급한 “카드뮴 검출” 발표 식약청, 한국인 식습관 고려 안 한 허용치 논란

낙지는 억울하고 어민은 기막히고…

낙지는 억울하고 어민은 기막히고…


먹을거리 안전에 관한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며 그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으로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다이옥신 돼지고기, 수은 참치 등 먹을거리 파동이 몇 차례 일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역시 높아졌다. 이런 시기에 낙지와 문어를 두고 일어난 ‘카드뮴 파동’은 한국적 식습관을 반영하지 않은 카드뮴 허용치 기준과 자극적인 서울시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의 합작품이었다.

발단은 9월 13일 서울시가 “낙지(9건)와 문어(4건)의 머리에서 카드뮴(Cd)이 허용기준치(1kg당 2mg, 2.0ppm)의 최대 15배가 넘게 검출됐다”는 발표를 하면서 비롯됐다. 다음 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이에 대한 정정 보도를 하면서 국민은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중국산 냉동낙지 1건을 제외하고는 12건 모두 안전한 수치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기 때문.

카드뮴은 사람의 뼈에 축적돼 공해병인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는데, 등뼈나 팔다리가 몹시 쑤시고 뼈가 물러져 쉽게 부러지면서 보행장애와 전신쇠약을 초래한다. 카드뮴은 이 밖에도 단백뇨, 골연화증, 전립선암 등을 유발한다. 낙지, 문어와 같은 연체류는 주로 머리 부분에 카드뮴이 쌓이는데, 한국인은 낙지와 문어의 먹물과 내장이 있는 머리 부분을 보신 식품으로 즐겨 먹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평소 연포탕을 자주 먹는 회사원 김태훈(32) 씨는 “낙지가 몸에 좋다고 해서 낙지전문점을 종종 찾는다. 특히 낙지 머리를 즐겨 먹었는데 카드뮴이 몸에 쌓였다는 생각에 찜찜하다”며 언짢은 마음을 표현했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온 까닭



소비자의 불안이 즉각적으로 나타난 곳은 낙지요리 전문점이었다. 9월 27일 서울 종로구청 앞 낙지전문점 거리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W낙지식당의 관계자는 “보도가 나간 이후 손님의 발길이 확 줄었다. 그나마 찾는 손님도 머리가 들어가지 않는 메뉴를 주문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유통업계와 어민의 한숨도 깊다. 전라도 무안에서 낙지를 잡는 어부 김모(48) 씨는 “가을은 낙지가 가장 많이 잡혀 낙지철이라고도 부른다. 이번 서울시의 발표로 낙지 주문이 끊겨버려 낙지를 잡으러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서울시와 식약청의 발표 내용이 상반된 이유는 무엇일까. 식약청은 서울시가 서울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실험한 결과, 즉 서울시와 동일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일단 서울시는 “실험한 모든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식약청이 정한 카드뮴 기준치를 넘는 양이 검출됐으며 중국산 낙지 중에는 최고 29.3ppm, 국내산 낙지 중에는 최고 20.3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허용기준치의 최대 15배가 넘게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유는 허용기준치의 분모에 해당하는 낙지 1kg을 비가식부(非可食部)인 머리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가식부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언론은 이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식약청은 “서울시의 수산물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중국산 냉동낙지 중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은 낙지와 문어의 머리 부분에 국한됐다. 일반적으로 낙지와 문어를 먹을 때 머리 외에 몸통, 발 등을 함께 먹기 때문에 수산물 전체 무게에서 카드뮴 함량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식약청은 허용기준치의 분모 부분을 낙지 전체로 한 것이다. 낙지와 문어의 머리가 전체 무게의 1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추정치 자료를 내놓은 셈. 분모가 커지다 보니 허용기준치 초과 부분은 턱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낙지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중국산 1건을 빼고는 모두 허용치 이내였다.

현재 식약청의 식품 공전에는 연체류 카드뮴 안전관리기준을 단순히 낙지 1kg당 2mg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서 정한 코덱스(국제식품규격·CODEX)와 한국의 환경, 식습관 문화 등을 모두 반영해 정한 기준인데, 결과적으로는 코덱스와 동일하다. 코덱스는 낙지의 머리 부분을 비가식 부위로 정하고 검사 때 이 부분을 제외한다. 식품 공전에는 검체 채취 부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바가 없다. 하지만 식약청은 지금까지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 실험을 해왔다. 낙지와 문어의 발, 몸통과 함께 머리도 먹는 한국적 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것.

낙지 머리 매일 먹지 않으면 괜찮아

낙지는 억울하고 어민은 기막히고…

종로구의 낙지전문점. 서울시가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카드뮴이 허용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낙지 요리 전문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었다.

서울시의 발표에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실험에 쓰인 국내산 낙지가 수입산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실험을 위해 국내산 낙지를 구입한 시기는 8월이며 낙지가 주로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고 밝혔다. 해남에서 수산유통업을 하는 오모(50) 씨는 “8월은 국내산 낙지 어획량이 적어 서울로 올라가는 양이 극히 적은 시기이고, 낙지가 대부분 새끼에 해당해 크기는 엄지손가락만 한 게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낙지의 국내산 여부를 확실히 확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화점, 대형마트, 수산시장의 판매원에게 국내산 여부를 물어보고 구입했다”고 답했다. 판매원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았다면 서울시가 발표한 국내산은 수입산일 수도 있다는 뜻. 서울시 관계자는 “식품안전과는 유통 중에 있는 농수산물 중 표본을 구입해 실험한다”며 “판매원이 속였다면 소비자 역시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니,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이는 따로 조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처음 발표 당시 구룡포산이라고 밝힌 낙지가 여수산이었다는 실수는 인정했으나 이를 제외하고는 오류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발표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에까지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의심이 큰 만큼 서울시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어민 김씨는 “수산시장에서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현실은 웬만한 관계업자는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업자의 말만 믿고 국내산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서울시의 작은 발표 하나가 어민에게는 엄청난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원산지 관리 기관과 협조해 충분한 확인 작업을 거치거나 농림수산식품부, 학계 전문가 등에게 원산지 확인을 받는 등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를 서두르는 것은 단순한 성과주의라는 것. 서울시는 “원래 9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시료로 쓴 모든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 발표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머리 부분만 골라 먹는 사람도 있어 더욱 서둘렀다”고 발표 취지를 밝혔다.

서울시 산하 환경보건연구원은 9월 14일 국내산 장흥 낙지의 카드뮴 함량을 비공식적으로 검사했다. 한 낙지 음식점 주인의 요구로 이 같은 검사를 한 것. 그 결과 카드뮴 함량이 머리에서 4.4ppm, 머리를 제외한 부분에서는 0ppm이 나왔다. 이를 낙지 전체 기준으로 계산하면 허용기준치 2ppm보다 훨씬 낮은 0.44ppm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이는 서울시가 9월 13일 발표한 자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물론 이 결과를 보아도 낙지 머리만을 즐겨 먹는 소비자는 조심해야 한다. 머리 부분은 2ppm을 넘기기 때문이다.

낙지와 문어의 머리를 함께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하지 않고 실험을 해온 것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자 식약청은 독자적으로 국내산 수입산 낙지(국내산 22건, 수입산 45건)와 문어(국내산 34건, 수입산 12건)에 대한 카드뮴 검사를 다시 해서 9월 30일 결과를 발표했다. 관계자는 “검사는 내장을 포함한 전체, 내장을 제외한 부위, 내장으로 구분해 진행됐으며, 내장을 제외한 몸체는 모두 현행 카드뮴 허용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은 이번 모니터링 결과와 우리의 식생활 등을 고려해 유해물질의 규제 기준과 섭취 허용 농도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50~51)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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