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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미쓰에이(miss A)’ 은근 섹시한 걸(girl)!

여성 심리 대변 + 남성 상상 자극 … ‘배드 걸 굿 걸’로 폭발적 인기몰이

미쓰에이(miss A)’ 은근 섹시한 걸(girl)!

미쓰에이(miss A)’ 은근 섹시한 걸(girl)!
인디문화와 달리 대중문화는 수용자의 코드 중 공약수를 겨냥해 최대공배수의 효과를 얻으려 한다. 1000만 관객을 겨냥한 영화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내용을 담지만,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이것이 대중문화의 ‘최소공약수’의 ‘최대공배수 법칙’이다.

드라마도 50%의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남녀노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코드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야 하고, 대중가요 역시 이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최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걸 그룹 ‘미쓰에이(miss A)’가 대표적인 예다. 이 그룹은 은유의 단순 코드에 의미의 복합성 전략이 중층으로 결집하고, 그것이 인기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층으로 결집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간 걸 그룹들의 경험과 사례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이다.

우선 미쓰에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관통하고 있는 ‘은유(metaphor)’의 섹슈얼리티 콘셉트다. 원더걸스의 콘셉트가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에서 미쓰에이는 확실히 박진영의 JYP 계보를 잇는다. 적어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디지털 다매체 시대는 상상을 자극하는 은유를 강화했다. 시각미디어 매체의 발달은 섹슈얼리티의 직접성을 드러내는 리얼리티를 향해 치달아왔다. 예컨대 현실과 가상을 뒤집을 만큼 인터넷 영상은 디지털 시스템의 도움으로 실시간 섹슈얼리티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복합적인 해석, 복합적인 팬 확보

시각 매체가 발달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문자와 청각적 상상만으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갈망을 충족하려 했다. 그것이 상상적 은유다. 디지털 시대의 상상적 은유의 결핍은 ‘직접적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간접적 섹슈얼리티’를 상상하게 만드는 걸 그룹을 범람시켰다. 디지털 영상매체의 발달은 오히려 희소성의 법칙을 작용하도록 한 셈이다.



미쓰에이의 인기를 분석하려면 주요 걸 그룹의 특징을 계보학적으로 더듬어야 한다. 걸 그룹의 인기를 주도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원더걸스다. 원더걸스는 은유적 섹슈얼리티를 내세웠다. 이는 직접적 노출이 범람하는 디지털 미디어에 식상한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원더걸스 멤버가 집단적으로 흔들어대는 상반신 춤이다. 걸 그룹 멤버들이 가슴을 흔드는 댄스는 직접적인 노출은 하지 않았어도 남성들에게 성적 자극을 은유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단순, 반복적인 노래는 그러한 원더걸스 멤버들의 섹시함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반면 소녀시대는 하반신에 주목한다. 원더걸스가 자유분방하다면 소녀시대는 성숙한 여성들의 은유적 섹슈얼리티를 강조했다. 각선미를 강조하는 소녀시대의 의상과 군무는 상상의 섹슈얼리티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섹시하고 파워풀한 카리스마가 돋보이고, ‘2NE1’은 실력을 갖춘 개성적 캐릭터를 보여줬다.

미쓰에이는 앞선 걸 그룹들의 코드를 절묘하게 버무려냈다. 바닥에 발짓을 하며 귀엽게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댄스에서는 원더걸스의 모습이 보인다. 중간 중간 허리에 악센트를 주는 동작은 상상과 은유의 섹슈얼리티 코드에 충실하다. 이런 코드를 성적 은유로 해독하는 수용자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또 이들은 소녀시대의 각선미를 반영하는 동시에 브라운아이드걸스처럼 몸 전체의 실루엣을 강조한다. 여기에 검은 눈화장으로 남성에 대한 도발적인 시선을 연출한다.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 내용은 남자친구의 이중성에 대한 강력한 질타다. 더구나 이들은 소녀시대처럼 출중한 외모가 아니기에 많은 여성이 가사에 쉽게 감정이입한다. 노랫말은 여성들의 심리를 대변하지만 공격받는 남성들조차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은유의 코드 때문에 미쓰에이에 중독된다. 이른바 집단적 팜므파탈 현상이다. 미쓰에이는 ‘배드 걸 굿 걸’로 약자의 한(恨)을 푸는 동시에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또 미쓰에이는 JYP의 레트로(retro·복고) 코드를 잇는다. 미쓰에이의 레트로는 원더걸스와는 조금 다르다. 개성적인 은유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2NE1의 DNA에 가깝다. 레트로의 차용은 기성세대에게 익숙함을 제공하고, 신세대에겐 ‘신상 코드’로 어필한다는 점에서 최대공배수의 효과를 누리는 데 적합하다. 이른바 유행은 돌고 돌면서 대중적 위력을 발휘한다는 ‘레트로의 역설(paradox of retro)’이다.

미쓰에이는 ‘백로 효과’에도 충실해 보인다. 백로 효과는 흔히 소비되는 상품을 인위적으로 거부하는 심리다. 백로처럼 고고한 태도를 보이는 측면은 대중가요 소비에도 적용된다. 최근 벌거벗은 걸 그룹의 직접적 섹슈얼리티는 희소성이 적다. 또 왠지 싼 티가 나 공개적인 수용이 불편하다. 섹시함을 적당히 은유하는 미쓰에이는 그런 면에서 백로 효과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4명의 미쓰에이 멤버의 면면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 성격이 다르다. 멤버 중 2명은 한국인이고 2명은 중국인이다. 다국적 그룹이라는 점은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적 명분을 획득했다. 또 한국 팬들에게는 호기심과 자긍심을, 중국 팬들에겐 익숙함과 선망을 제공하면서 동아시아적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쓰에이에 대한 복합적인 해석은 복합적인 팬 확보로 이어지는 것이다.

막 데뷔한 미쓰에이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인기요인이 아니다. 가요계를 휩쓰는 걸 그룹의 문화심리적 코드와 맥락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다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연속의 지점까지 걸 그룹이라는 계보는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쓰에이를 포함, 앞으로 태어날 걸 그룹이나 아이돌 그룹도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0.09.20 755호 (p136~137)

  •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codes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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