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4

2010.09.13

NHN, 검색광고 시장도 독식하나

오버추어와 6년 협력 마침표 … 자회사 NBP 앞세워 세몰이 한창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9-13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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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 검색광고 시장도 독식하나
    여자 친구와의 1주년을 기념해 꽃배달을 하려는 조성민(29) 씨. 인터넷에 들어가 포털 검색창에 ‘꽃배달’을 입력한 뒤 검색버튼을 클릭한다. 그러자 페이지가 바뀌면서 스폰서링크·파워링크·플러스링크·비즈사이트 등에서 꽃배달 관련 각종 사이트가 나타난다. 조씨는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클릭해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간 뒤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한다. 이처럼 포털에서 ‘꽃배달’과 같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결과 화면에 사이트 주소가 나타나는데, 이렇게 검색 결과에 광고주의 사이트를 노출해주는 것을 검색광고라 한다.

    공동입찰 불만 예견된 결별

    검색광고는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포털업체의 주요 수입원이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를 보유한 NHN의 2009년 전체 매출 1조3574억 원 중 검색광고 매출은 6926억 원(51%)에 이른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체 매출 7602억 원 중 4052억 원(53%)을 차지했다.

    검색광고는 해당 포털에서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와 포털 사이에서 검색광고 대행사가 맡아 한다. 그동안은 오버추어가 강력한 독점력을 발휘했다. 오버추어는 네이버·다음·야후·네이트·파란 등 국내 주요 5개 포털과 검색광고 대행 계약을 맺고, 18만여 개로 추산되는 광고주를 확보해 국내 검색광고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오버추어의 검색광고는 CPC(클릭당 과금) 방식이다. 누리꾼이 검색 후 해당 사이트를 클릭해 방문해야만 비로소 광고비가 결제되는 것으로, 전체 검색광고비는 광고단가에 클릭 수를 곱해서 결정된다. 이때 광고단가는 광고주들의 실시간 공동입찰로 정해지는데 경쟁사보다 입찰단가를 높이 써낼수록 광고순위가 올라간다. 이렇게 얻은 광고수익은 대행사인 오버추어와 포털이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하지만 광고단가가 공동입찰로 결정되다 보니 NHN으로선 매체 파워나 트래픽 순위에 상관없이 입찰로 결정된 광고단가를 받아들여야 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검색 결과에 어떤 광고를 노출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NHN과 오버추어의 결별설이 심심치 않게 거론됐다. 특히 NHN이 2009년 5월 검색광고를 겨냥해 자회사 NHN비즈니스플랫폼(이하 NBP)을 분사하면서 업계에선 오버추어와의 결별을 시기상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2004년 오버추어가 처음 NHN의 검색광고를 대행했을 때만 해도 NHN의 독점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버추어가 검색광고 특허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대형 포털들도 좋든 싫든 오버추어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며 “포털의 힘이 점차 커지고, 오버추어의 특허가 대법원에서 무효로 판결되면서 무게중심이 포털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NHN으로선 검색광고 매출의 20%를 오버추어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NHN은 “2010년 말로 종료되는 오버추어와의 검색광고 대행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8월 31일 공식적으로 밝히고 2004년부터 이어온 오버추어와의 동거에 종지부를 찍었다. NHN 김상헌 대표는 “최근 검색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데 맞춰 수많은 검색광고주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국내시장에 밀착된 광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번 조치로 광고주의 검색 만족도가 높아지고 더욱 합리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NHN, 검색광고 시장도 독식하나
    NHN이 주저 없이 오버추어와 결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회사 NBP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NHN은 오버추어와 결별하기 전 가장 상단에 나오는 스폰서링크만 오버추어가 담당하고, 파워링크·플러스링크·비즈사이트는 NBP가 맡도록 하면서 결별 이후를 준비해왔다. NHN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NBP는 오버추어의 영업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깨고 겨우 1년여 만에 자리를 잡았다. NBP에 등록된 광고주 수만 13만 개에 이르며 광고단가도 오버추어의 60~70%에 육박, 이제 오버추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시장에선 오버추어와의 결별이 NHN에겐 ‘단기적 악재, 장기적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리츠종금증권 성종화 애널리스트는 “오버추어에 주는 20%의 수수료를 줄인다 해도 NBP의 CPC 광고단가는 오버추어의 60~70% 선에 그친다. 게다가 초기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소폭의 마진율 하락이 예상된다”며 “NBP의 성장속도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보면 NBP가 네이버의 포털 파워를 등에 업고 CPC 광고단가가 오버추어에 육박할 것이므로 NHN에겐 호재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업계 2위 다음은 잔뜩 긴장

    반면 포털업계 2위인 다음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검색광고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미만인 네이트와 달리, 다음은 네이버처럼 50%를 넘는다. 다음은 2010년 검색광고 대행업체를 구글에서 오버추어로 교체한 뒤 ‘오버추어 효과’를 누리며 매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NHN이 독립을 선언해 광고주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광고주는 “영세 광고주의 경우 업계 1위인 네이버에만 광고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음 측은 “NBP가 설립될 때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정지은 홍보팀장은 “다음은 (NHN과 오버추어의 결별을 예상하고) 배너광고 단가를 현실화하고, 검색광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며 “애널리스트들도 (NHN과 오버추어의 결별이 다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BP가 오버추어처럼 다음이나 네이트 등 경쟁사를 포괄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 업계에선 네이버가 검색시장 점유율 70%이지만, 나머지 30%를 다음이나 네이트 등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광고주들이 오버추어와 NBP를 병행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검색광고 시장에선 벌써부터 네이버를 통해 국내 웹을 장악한 NHN이 NBP로 검색광고 시장까지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NBP는 네이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음, 네이트 등에도 검색광고 제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NHN 관계자는 “경쟁 포털업체들이 NBP 검색광고 시스템을 도입하느냐 여부는 포털사들의 선택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NBP가) 네이버를 통해 검색 이용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최적화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타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HN과 오버추어의 결별이 양사의 문제를 넘어 검색광고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다음, 네이트 등 다른 포털업체뿐 아니라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까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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