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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티브 잡스’반드시 키워야죠

웹 신화 주인공 전제완·권도균 씨 …벤처 정신과 경험 후배들에게 전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한국형 ‘스티브 잡스’반드시 키워야죠

한국형 ‘스티브 잡스’반드시 키워야죠

전제완 (주)유아짱 대표이사
●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 근무
● 1999년 프리챌 창업

대한민국 벤처는 아동기를 넘어 소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 전후로 IT 벤처 열풍이 거세게 불어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생겨났지만 게임의 법칙에 따라 회사들은 흥망성쇠를 겪었다. 당시 IT 벤처 1세대 대표주자 두 사람이 2010년, 특이한 행보를 보인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 전문 사이트 프리챌(www.freechal.com) 창업자로 새로운 벤처 기업 (주)유아짱(www. uajjang.com)을 설립한 전제완 대표, 전자결제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이니시스(www. inicis.com)의 창업자로 후배 벤처 창업자들을 돕는 벤처 컨설턴트회사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를 만났다.

“지금 저는 ‘주간동아’ 김유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쑥스러워하시는지….”

인터뷰 막바지. 갑작스레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어리바리하는 사이 그는 터치 몇 번으로 영상을 트위터, 블로그, 자신의 동영상 채널인 짱라이브(www.jjanglive. com) 등에 바로 전송했다. 얼마 안 돼 리플이 달렸고 리트윗(RT), 퍼가기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텍스트,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소통하는 소셜 영상 미디어 시대입니다. 매스미디어(mass media)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유포하는 거죠.”

새로운 벤처 세워 또다른 도전



그는 2009년 ‘인터넷판 홈쇼핑’이라 설명할 수 있는 유아짱을 설립했다. 짱라이브를 통해 제품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전자상거래를 유도하는 오픈마켓이다. 2010년 8월 초에 열어 보름 만에 가입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내년에 영어 등 20개 언어로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본, 중국 등에도 플랫폼을 만들 예정. 전 대표는 한때 NHN,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포털 점유율 3위를 차지하던 프리챌의 창업자지만 2002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2년형을 살면서 프리챌을 떠났다.

“후발주자로서 한계가 분명했는데도 포털 전쟁에 뛰어드니 뒤처질 수밖에 없었죠. 회사가 위기를 겪자 캐피털과 풋옵션 계약이 문제가 됐고, 대표이사가 유한책임을 지는 구조 때문에 제가 구속까지 된 거죠.”

2004년 말 사회에 돌아왔으나 250억 원의 빚 때문에 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자유(free)와 도전(challenge)’이란 가치를 앞세워 직접 만든 프리챌 역시 새롬기술(현 솔본)의 손에 넘어갔다. 프리챌은 한동안 P2P 시스템인 파일구리(www.fileguri.com) 등을 통해 깜짝 매출을 올렸으나 현재는 점유율이 10위권 밖이다.

“시집간 자식이 잘 살면 모르겠는데 고전하니 마음이 어땠겠어요.”

복역 후 사업 컨설턴트로 활동했지만 버는 족족 이자로 나가 생활이 불가능했다. 결국 2008년 파산신청을 했다. 빈손으로 6개월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유아짱을 만들었다. 프리챌 원년 멤버였던 윤태중 전무(현 유아짱 COO·업무최고책임자), 장규오 상무(현 CTO·최고기술경영자) 등도 함께했다. 그는 “더 이상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누가 한국을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까? 유·무선 시장은 미국이 장악했습니다. 국내 포털의 책임이 커요. 단기 순이익만 몇천억 원이 넘지만 현실에 안주해 기술 개발을 안 하고, 해외에서도 번번한 성공 모델을 못 만들고 있잖아요.”

그는 “만약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애플은 없었을 것”이라며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기회 주는 데 인색한 환경을 비판했다.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주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도 전씨를 비롯해 노상범(전 홍익인터넷 대표) 씨, 이동형(싸이월드 창업자) 씨 등 벤처 1세대가 속속 복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아이디어만으로 벤처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저를 포함한 벤처 1세대는 경험이 많은 데다 아직 젊지요. 게다가 무선인터넷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죠. 우리는 모두 한국형 스티브 잡스가 될 거예요.”

벤처 창업자들 꿈에 투자

한국형 ‘스티브 잡스’반드시 키워야죠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 데이콤 근무
● 1998년 이니시스, 이니텍 등 창업

대한민국 전자결제 서비스 시장을 40% 넘게 점유하고 있는 이니시스를 창업했지만 권도균 대표는 2008년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떠났다. 자본금 1억 원으로 1998년 창립해 10년 후 시가총액 560억 원의 튼실한 회사로 키웠지만 그는 미련 없이 손을 놨다.

“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자리 잡게 하는 데 재미를 느꼈지, 스스로 큰 조직을 운영하는 건 관심이 없었어요.”

마침 좋은 조건으로 인수합병(M·A) 제의가 들어와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당시 중요한 조건 하나가 ‘고용 유지’였다. 그 결과 현재 CFO(최고재무관리자)까지 그대로 남았다. 2009년까지 버클리대 방문연구원으로 지낸 그는 2010년 1월 벤처 컨설턴트 회사 프라이머를 만들었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와 장병구 첫눈 전 대표 등도 1억 원씩 투자했다. 그는 “팔 비틀어서 투자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서기 귀찮거나 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신경 쓰지 못했던 사람들을 ‘내가 잘 운영하겠다’고 설득했죠. 미국에도 창업자 펀드(founder’s fund)라고 회사를 설립한 창업주나 경영인이 후배 벤처인에게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창업을 꿈꾸는 2개 팀에 2000만 원씩 투자한 상태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심사한 후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고 사업 계획·제품 방향을 설정해준 후 파트너를 소개해줬다. 이 밖에 대학생 팀 중 11개 팀을 선정해 여름방학 동안 창업의 기회를 주는 방학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벤처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 아니라 시장을 보는 눈입니다. 대기업과 정면 대결하면 질 수밖에 없으니 대기업이 현재 참여하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틈새 분야를 파고들어야죠.”

한 회사를 낳아 10년 넘게 건강하게 키운 권 대표. 그는 “벤처 창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벤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업자 중에는 자기 개인과 회사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선 안 됩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경영자로서 능력이 없으면 회사가 망가지기 전에 M·A를 통해 과감히 버리고 나와야 합니다.”



주간동아 2010.08.30 752호 (p66~67)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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