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2

2010.08.30

女心을 사로잡는 남자의 동성애

뮤지컬 ‘쓰릴 미’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0-08-30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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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心을 사로잡는 남자의 동성애
    뮤지컬 ‘쓰릴 미(Thrill Me)’는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제목만큼이나 낯선 내용과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은 밝고 대중적인, 그리고 쇼적인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다. 남자 2명만 출연하는 2인극이며 동성애, 살인, 유괴 등 사회의 이면을 다루는 데다 음악 역시 전형적 뮤지컬 음악인 쇼툰(showtune)과 매우 다르다. 때문에 커플관객, 가족관객 등 폭넓은 층의 관심을 얻기보다 마이너의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또한 이 작품은 두 배역의 동성애적 관계 때문인지 관객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의 주관객은 잘 알려져 있듯 20, 30대 여성으로 ‘쓰릴 미’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나’와 ‘너’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호감을 이끌어냈고, 동성애 부분이 여성 관객에게는 또 다른 감성과 판타지를 제공하는 면이 있었다.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하드보일드한 소재의 어둑어둑한 작품이 몇 년간 롱런하기는 힘들지만 이 뮤지컬은 내용과 형식 자체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극은 1924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범죄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당시 열네 살 소년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진 채 발견됐고, 범인은 스무 살가량의 수재들이었다.

    ‘쓰릴 미’는 변호사를 꿈꾸는 법대생들(나, 그)이 유괴와 살인을 벌이는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속사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극이 시작되면 34년간 감옥에 갇힌 ‘나’의 7번째 가석방 심의 현장이 펼쳐지며, 과거 사건에 대한 진술이 극중극으로 이어진다. 일종의 분석극인데 ‘나’가 일련의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반전과 해결을 유도하는 열쇠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이유’를 뒷받침하는 암시와 복선이 제시된다.

    이 작품에서 멜로디 진행은 매우 단조롭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러한 특성이 내용을 살리고 있다. 피아노 연주만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화성과 반복적인 모티프는 가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게다가 높낮이가 크지 않은 음계와 자연스러운 송 모멘트(곡이 시작하는 지점) 때문에 음악은 대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아울러 장2도와 단3도가 주를 이루고 부점이 간간이 들어가면서 민속적인 느낌을 주는 음계는 아련한 옛이야기 같은 여운을 남기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잔인한 가사의 대비는 잔혹한 느낌을 강조하면서도 애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는 단일 세트이며, 소품을 옮기는 것으로 장면을 전환한다. 무대가 단조로운 만큼 조명으로 상황과 분위기를 묘사하는 장면이 많다. 방화 장면, 아이를 살해하기 위해 달래는 장면, 감옥의 창살 등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이 4년 가까이 흥행하고, 반복 관람하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점차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프로덕션이 지나치게 배우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면 자칫 작품이 지닌 본래의 주제와 감성이 옅어질 우려도 있다.

    이 작품은 성적소수자의 특수한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 남은 생애를 담보할 정도의 절실한 감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넘어선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쿼드러블 캐스팅(동시에 4명의 캐스팅)으로 이지훈, 김재범, 최수형, 최지호, 오종혁, 김하늘, 지창욱 출연. 신촌 더 스테이지, 오픈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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